새로 들어간 피자매 사무실에서

나의 화분 2005/05/10 03:39
5월 9일 월요일은 아침부터 새로 들어간 피자매연대 사무실에 전화를 놓고 인터넷을 설치한다고 정신이 없었어요.
간만에 아침 9시에 일어나려니 무슨 새벽에 일어나는 것처럼 힘들더군요.
조금 남은 밥을 먹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침 10시네요.
썰렁하고 아무도 없어요.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저는 시원한 것이 좋지만 피자매 사무실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무실이 너무 춥다고 하네요.
 
창문에 틈이 많아서 닫아도 바람이 새어 들어와요.
언제 문풍지를 붙여야 할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올려놓았는데, 사람들이 오늘도 전화를 수십 통을 하네요.
 
여기저기 언론사에서도 전화오고, 달거리대를 보고 기사를 쓴다고 퀵으로 몇 개 부쳐달라고도 하고, 질문이 있어서 전화하는 사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동안 참 피자매연대에 전화가 없어서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느껴지던 하루였어요.
 
그렇게 전화를 받으며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를 하는데, 이놈의 컴퓨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꾸 무슨 메시지가 뜨면서 저절로 꺼지고, 다시 부팅되는데, 제대로 동작은 하지 않고 그러면서 사람 속을 태우는 거에요.
 
바이러스에 걸렸구나 생각을 했는데, 최신 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해도 수십 번 그렇게 재부팅을 하면서 도무지 이놈의 '웜'이란 놈이 절대로 없어지지 않더군요.
 
절망에 또 절망을 하면서 컴퓨터 하드를 완전히 포맷하고 다시 윈도 2000을 깔았어요.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하니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나네요.
사람 환장할 노릇...
 
그러는 와중에 전화도 받고,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밥먹을 시간이 없어서 사무실에 시리얼과 두유를 사다놓고 떠먹으면서 컴퓨터와 씨름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더군요.
 
완전히 지쳐서 더이상은 사무실에 있을 힘이 없어서 자전거도 그대로 놔두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마붑이 매닉의 하드디스크를 들고 온다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쿨쿨 자버렸습니다.
 
피곤해서 자다가 그래도 '내일 다시 사무실에 가면 그 컴퓨터 어떻게 고치나' 고민하면서 잠이 깼어요.
그래서 지금 집 컴퓨터에 웜 바이러스 고치는 각종 패치 파일과 그밖에 다른 프로그램들을 다운받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씨디에 구워서 내일 들고 갈 생각이에요.
 
사무실이 약간 썰렁하고 추운데, 그래서 내일은 전기장판(!)과 조그만 침낭과 공기베개와 두꺼운 방석, 앉은뱅이 의자 등등 사무실을 좀더 안방처럼 꾸밀 수 있는 것들을 한아름 들고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하다가 피곤하면 이불 덮고 자기도 하고 그럴려고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갖가지 생각들이 듭니다.
필요한 것들 (시계, 화이트 보드, 안내판, 달력, 벽돌과 나무판) 생각이 나고요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는 컴퓨터가 지금은 한 대밖에 없는데, 컴퓨터도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매닉이 준 하드 디스크를 고쳐서 그것으로 나머지 부품들을 조합해서 하나 만들어봐야 겠네요.
그런 부품들을 이 컴, 저 컴에서 몇 개씩 상태가 양호한 것들만 빼와서 하나로 조립하는데, 마치 수의사가 동물의 각기 다른 장기들을 하나로 모아서 프랑켄슈타인 같은 새로운 동물을 꿰매어 만들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버린 컴퓨터들이지만 잘 뒤져보면 그 속에 필요한 부품들이 몇 개씩은 꼭 있거든요.
 
내일도 할 일이 많습니다.
해로도 만나서 안감을 받아와야 하고, 돈벌이 번역도 해야 하고, 회의도 잡혀 있고, 무엇보다 걸려오는 전화 받아야 해요.
 
내일도 만약에 컴퓨터가 안되면 바느질을 하면서 전화를 받으면서 사무실을 지킬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 글을 보면 사무실로 응원의 전화를 넣어주시거나 또는 시간을 내서 잠시 들러주세요.
과자랑 마실 것도 좀 사주시면 좋고요.
 
집에서 쳐박아둔 것들을 정리해보았는데, 의외로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우리 피자매연대 사무실이 쓰지 않고 버리는 것들 모아놓는 '집하장'처럼 느껴져서 좀 그렇긴 하지만 언제나 내 믿음, 즉 '우리에게 이미 충분한 것들이 있으니 더이상 만들거나 살 필요는 없다. 단지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배분하면 된다' 을 조금씩 실천해가려고 합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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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03:39 2005/05/1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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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돕헤드 2005/05/10 03:48 Modify/Delete Reply

    전화는 02-6406-0040 에요.

  2. 조커 2005/05/10 04:33 Modify/Delete Reply

    인스톨 후 바로 Windows Update를 계속해서 땡겨주세요.
    그게 어렵다면 아예 랜선을 연결하지 말고 업데이트까지 있는 CD를 구해서 설치를 하던지요.
    (WindowsXP Service Pack 2는 아예 M$에서 CD를 배포하고 있죠.)
    이미 한방 먹은 녀석을 복구하는 작업보다는 새로 설치를 하고 먼저 업뎃을 해주는 게 오히려 편할 듯 합니다.

    ......내지는 이번 기회에 Linux로... (쿨럭)

  3. 고철 2005/05/10 11:26 Modify/Delete Reply

    나두 그레에서 컴퓨터 windows 2000 으로 올렸다가 웜바이러스와 3일을 싸웠어. 워낙 이러저러 작업을 많이해서 뭐 때문에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administrator 암호랑 주 사용 아이디의 암호를 반드시 잡아줘야 되더라구.

  4. 돕헤드 2005/05/10 16:51 Modify/Delete Reply

    이래저래 겨우 웜바이러스를 잡고 지금은 잘 쓰고 있습니다. 조언 고마워요.

  5. 금자 2005/05/11 16:11 Modify/Delete Reply

    저도 바로 이틀전 웜 땜시 죽을 둥 봤다는;;;
    암튼 사무실 한 번 가보고 싶어요^^

  6. 돕헤드 2005/05/11 16:25 Modify/Delete Reply

    사무실은 약간 썰렁하고 아직 별로 볼 것은 없지만 그래도 오시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차도 대접해드리고요. 전화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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