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하고 풋풋한 왕겨들

꼬뮨 현장에서 2006/10/02 15:43
돕헤드[대추리에 생태화장실을 만들다] 에 관련된 글.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쓰기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20리터 들이 퇴비화 변기를 두 번 비웠다.
보통 볼일을 본 뒤 덮어서 뿌려주는 왕겨의 양이 오줌과 똥의 양과 비슷하다고 하니까 (즉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50:50) 한 달에 내가 배출하는 오줌과 똥의 양은 약 10kg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애초에 이 변기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우겠거니 예상했었는데, 그 예상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다 찬 변기는 내가 집 뒤켠에 만들어놓은 퇴비장으로 가지고 가서 뿌려주면 된다.
 
 
- 오늘 찍은 퇴비장의 모습
 
먼저 짚과 마른풀과 쌀겨를 바닥에 30cm 정도 잘 깔아주어 생물스펀지를 만든 다음 그 위에 퇴비화 변기에서 나온 내용물을 부어주고 그 위를 다시 짚이나 마른풀로 잘 덮어주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두면 6개월 정도에 걸쳐 고온성 퇴비화가 일어나거나 또는 1년 정도에 걸쳐 저온성 퇴비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두고 볼 일이다.
아직까지 육안으로 보기에는 퇴비화가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이 안에는 셀 수도 없는 많은 미생물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똥이 가득 찬 20kg 짜리 변기를 화장실에서 들어내서 퇴비장까지 밖으로 가져가기가 제일 힘든 일이라고 '똥 살리기 땅 살리기'에는 나오지만 실제로 내가 두 번 들고 나가본 바로는 그것이 젼혀 힘든 일도 아니고 괴로운 일도 아니다.
일단 똥이 항문에서 나와서 짚과 왕겨 위에 떨어진 다음 왕겨로 덮이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냄새나는 역겨운 물질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내가 먹은 음식들이 모양과 색깔만 약간 변화된 것으로 다시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들이 된다.
말로 하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은데, 실제로 해보면 퇴비화 변기를 옮기는 것이 세탁한 빨래를 세탁기에서 빼내서 옮기는 것 만큼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벼베기가 한창이었고, 이제 황새울 들녘은 황금색 물결이 지고 있다. 
잘라낸 벼 밑동에서 다시 파란색 이파리들이 올라와 다시 푸른색이 베어나온다.
나는 40kg 포대에 방금 낟알을 찧어내고 나온 왕겨를 가득 담아왔다.
올해 생산된 싱싱하고 풋풋한 왕겨들인 것이다.
이 왕겨로 나는 다시 겨울 내내 퇴비화 변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황새울 들판에서 수확 작업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멋진 친구들의 모습
 
어제는 안중에서 '2006 평택 들녘 축제'가 있어서 다녀왔다.
들판에서 자라는 벼를 직접 낫으로 벨 수도 있고, 탈곡기를 사용해 그것을 직접 탈곡할 수도 있다.
지금은 벼를 베고 탈곡하는 것을 모두 콤바인이라는 기계로 한 번 해버리지만 전에는 발로 페달을 밟아 탈곡기를 돌리며 일일이 손으로 탈곡을 했다고 한다.
탈곡기 중에는 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빗처럼 생겨서 거기에 낫알이 달아붙어 있는, 방금 베어온 벼를 넣고 빗어주면 탈곡이 되는, 약간 더 오래된 탈곡기도 있어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탈곡되어 낟알이 된 벼는 도정을 하게 된다.
이른바 나락을 찧는다는 것인데, 쌀의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이다.
벗겨낸 쌀의 껍질이 왕겨이고, 이렇게 한 번 벗겨진 쌀은 현미라고 부른다.
 
보통 현미에는 쌀눈이 그대로 붙어 있어서 백미에 없는 여러 영양분도 매우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미에서 한 번 더 미세한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가루같은 쌀겨가 낟알에서 벗겨져 나가고 이제 보통 우리가 먹는 새하얀 백미가 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현미를 먹지 않고 백미를 먹는 이유는 그것이 만들기에 더 간편하고, 또 맛도 더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만들기에 간편하다는 것은 백미는 물에 불리지 않아도 부드럽게 지어지므로 바로 밥을 할 수가 있는데, 현미는 좀 오래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밥솥에 넣고 밥을 하면 쌀알이 약간 딱딱하게 씹힌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밥을 할 때도 보면 당장 끼니때 얼마 남지 않아서 허둥지둥 쌀을 씻어서 바로 밥을 안치는데, 20분이 지나서 바로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그것이 백미이기 때문이다.
들녘 축제에 가서 대추리, 도두리 소식을 노래로 부르면서 남는 시간에 전시물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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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15:43 2006/10/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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