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을 전복하라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11/19 13:57

4반뜸에 있는 들소리 방송국에서 인터넷을 쓰고 있다가 3반뜸에 있는 마리아에게 알려줘야 할 일이 생겼다.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직접 가서 알려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별로 멀지도 않은 길이니까, 얼굴도 볼 겸 갔다오려고 밖을 나서는데, 넝쿨이 '거기까지 가기가 귀찮지 않냐'면서 그냥 자기가 전화를 걸어 알려주겠다고 한다.

나는 거길 다녀오는 것이 별로 귀찮지 않았다.

 

지금의 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귀찮음' 개념부터 전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에게 귀찮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 내게는 무척 귀찮은 일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역시 귀찮은 일이다.

낮 12시 이전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몹시 귀찮은 일이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야 하는 것, 귀찮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 배달시켜 먹는 것, 귀찮은 일 중 첫손에 꼽힌다.

전화를 거는 것 역시 그렇다.

 

반대로 귀찮지 않은 것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 자고 싶은 만큼 자는 것, 빈집에서 마음껏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오는 것 등등이다.

생각해보니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귀찮은 것들이다.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임금노예가 되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려면 귀찮은 것을 안 귀찮게 여겨야 하고, 귀찮지 않은 것들이 결국 사람들을 얼마나 귀찮게 만드는지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리고는 일상에서 귀찮음의 의미를 전복시킨 채 몸뚱아리를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몸을 움직이면서도 자본주의 노예노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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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9 13:57 2006/11/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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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올 2006/11/19 14:50 Modify/Delete Reply

    돕의 말이 맞지만, 누구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으니...다른 이들의 속도나 익숙함도 가끔은 이해하길 바래요.

  2. 당신의 고양이 2006/11/21 10:11 Modify/Delete Reply

    임금노예가 되어 돈을 버는 일이 가장 귀찮은 일이지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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