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30일 시애틀

경계를 넘어 2006/12/19 03:36

 
WTO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운동이 본격적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1999년 11월 3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바로 그날 그 시위현장에서 17살짜리 여성이 GAP 매장의 유리창을 부수다 나이 먹은 트럭운전수에게 붙잡혔다.
'정신나간 짓'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여성은 트럭운전수에게 성난 목소리로 30초간 일갈했다.
 
"미국으로 이민온 아시아계 여성들은 자본가들의 꾐에 빠져 사이판에 있는 GAP 제조공장으로 팔려가지요. 일주일 내내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그곳은 철조망이 쳐져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요. 여성 노동자들은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도 금지당한 채 이 GAP 상표가 붙은 X같은 옷들을 재봉해야 한다구요!
 
온두라스의 GAP 공장에서 일하는 10대 소녀 노동자들은 하루에 14시간을 일해요. 시간당 미국돈으로 50센트를 받고요. 러시아로 이주한 중국 여성 노동자들은 GAP 의류제품을 만들면서 받는 돈이 시간당 25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해요.
그런데 그 회사 CEO인 밀라드 덱스터는 시간당 2만4천 달러를 벌어들이고요, 이것은 매년 4천7백만 달러(한국돈으로는 470억원)를 버는 것이에요. GAP의 회장인 도날드 피셔가 가진 재산은 80억 달러(한국돈으로는 8조원)래요.
이 회사가 이런 쓰레기 같은 의류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5백만 달러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지금 기아상태에 허덕이고 있다고요.
그런데 지금 나보고 정신나갔다고 하는 겁니까???"
 
나이든 트럭운전수는 잠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 없이 서 있었고 GAP 매장의 유리창은 그 주위로 산산히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어떤 이가 그에게 소리질렀다.
 
"가만히 있지만 말고 너도 어서 벽돌이나 집어들어, 이 바보야!!"
 
순간 그 트럭운전수는 벽돌을 집어들까 말까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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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9 03:36 2006/12/19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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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eoScrum 2006/12/19 08:37 Modify/Delete Reply

    카!
    (음.. 근데요.. 영어 원문에는 fucking 이라고 적혀 있는데, 왜 번역하실 때는 X로 삭제하셨는지 모르겠네요?)

  2. 에밀리오 2006/12/19 10:32 Modify/Delete Reply

    돕님 멋져요~ 맨날 이리 멋진 글들을~

  3. 당신의 고양이 2006/12/19 12:53 Modify/Delete Reply

    아!

  4. marishin 2006/12/19 13:28 Modify/Delete Reply

    fucking을 한국말로는 성 중립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X로 하셨다는데, 한표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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