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의 화분 2007/01/25 00:09
안녕.

서울에 올라오는 월요일이면 이틀 또는 삼일 간 먹을 것들을 산단다.
김치는 대추리에서 올라올 때 미리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깜빡 잊고 갖고 오지 못했을 경우엔 서울에 와서 포장된 김치를 사곤 해.

포장된 김치의 포장을 뜯고 김치를 먹고 다시 포장을 닫고 나중에 다 먹으면 그 포장을 버리면서 서울에서의 삶이, 도시에서의 삶이 땅에 뿌리박은 삶과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느껴.

어쩔 수 없이 상품을 사야 하는 삶이랄까.
그런 비애가 있단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앨범은 절대로 상품이 되도록 하지 말아야지, 다시 한번 다짐해보곤 해.
포장은 당연히 하지 않을 생각이야.
상품이 아니라면 무얼까.
내 노동의 결과물이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려는 매개물이기도 하고
우리 투쟁을 알리는 선전물이기도 해.

서울에 있으면서 시디를 제작하는 몇 군데를 전화를 걸어서 견적서를 받아봤어.
의외로 돈이 많이 들더구나.
시디 오백 장을 제작하는데 많게는 백오십만원 가까이 든데.
물론 수많은 공정들이 있는데, 내가 많은 공정을 담당하면 할수록 돈은 더 싸지지.
그냥 저들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라고 내버려두면 들어가는 돈이 그 정도래.

난 저번 앨범도 다 내 손으로 혼자 제작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야.
돈도 돈이지만 내 작업이 상품이 되어서 팔린다는 것이 몹시 불편해.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음반이 상품으로서 소통되는 것이 아니라 해방을 위한 길에 함께 가는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궁리들과 나 스스로 디자인도 좀 해봤어.
물론 전체적인 디자인은 달군에게 맡긴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또 이렇게 며칠이 흘러간다.

곧 다시 대추리에 돌아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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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5 00:09 2007/01/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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