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신촌로타리에서 돌아왔습니다

나의 화분 2008/05/26 03:28
방금 신촌로타리에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아마 지금쯤 '소라광장'으로 돌아가 자발적 에너지를 다시 모아내고 있겠죠.
버스도 지하철도 끊어진 거리를 타박타박 걸어 서대문에 돌아옵니다.
 
오늘도 촛불집회는 이어졌지요.
저는 밀린 일처리를 하느라 피자매 사무실에 있다가 디온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뛰어나갔습니다.
 
길거리를, 차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어요.
평소 같으면 차 막힌다고 시위대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오늘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버스마다, 지나가는 차마다 저는 손을 흔들면서 "이명박 탄핵!"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메가 타도"를 외쳤는데, 대부분의 시민들은 박수를 쳐주거나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내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어제 광화문에서 경찰이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한 40대 아저씨는 오후 3시부터 계속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면서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아현동 고개를 지나 신촌로타리까지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어요.
휠체어에 탄 분도, 무지개 바람개비를 들고 가는 친구도,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도, MB OUT 이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분도 모두 하나가 되었어요.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힘을 광주민중항쟁을 분석한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에로스 효과라고 불렀을 것이고요, 분출되어 쏟아져나온 다중의 활력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고요, 저는 혁명의 재미라고 부르고 싶어요.
혁명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를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이들과 함께하는 지금 저는 혁명의 대열에 온전히 내 몸을 맡기고 있는 셈입니다.
애국애국 하면서 '짜잣짜자자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제일 경멸하는 태극기를 휘두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차피 균질적인 사람들이 모인다면 그만큼 혁명의 재미도 반감되지 않겠어요?
 
신촌로타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경들이 들이닥쳤는데요, 저들은 민중의 힘이 센지 아니면 공권력의 힘이 센지 겨루기라도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방패를 들고 인도에 있던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두들겨패고 연행을 하더라고요.
잡혀가는 시민들을 빼오고, 저쪽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경찰들에게 항의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신촌로타리엔 진압장비로 무장한 전경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선 어머니 한 분이 "왜 무고한 내 딸을 연행하느냐"며 통곡을 하고 계셨어요.
화도 나고 가슴이 쓰라립니다.
그렇게 있다가 신촌에서 사람들과 헤어지면서, 오늘 처음 본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어요.
촛불을 계속들자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은 정당한 시민의 의무라고 했어요.
언제 합법시위로 세상을 바꾼 적이 있었나요?
1960년 4월 19일에 이승만을 하야시킨 시민들이 경찰에 집회신고하고 허가받아서 집회를 했던 것은 아니죠.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중들이 합법적으로 항쟁을 벌인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는 미쳐버린 이명박 정권이 내려올 때까지 촛불을 들자고 서로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었어요.
오늘 처음 길거리에서 어쩌다 마주친 사람들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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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6 03:28 2008/05/2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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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8/05/26 12:37 DELETE

    Subject: 사령부는 폭격당했다!

    어익후~ 메모를 올린지 단 3일만에.   사령부는 폭격당했다.   어제(25일) 5시부터 자정까지. 그야말로 조낸 뛰었다. 세종로, 경복궁, 통인동, 사직동... 다시 광화문. 그리고 밤에 또 광교, 시청, 소공로, 남대문, 서울역, 서대문, 독립문, 신촌...   오늘 우리의 구호...
  2. Tracked from 2008/05/26 13:17 DELETE

    Subject: 종횡무진, 욕망의 흐름!

    -5/25일 거리집회를 다녀와서-경찰들이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았다는 뉴스를 보고, 청계광장에 나갔다. 이른 시간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하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광우병 쇠고기나 교육 문제 등은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 주요쟁점은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집회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거리로 나가서 우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인가였다. 지금은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
  3. Tracked from 2008/05/27 13:10 DELETE

    Subject: 분노의 파토스

    돕헤드님의 [방금 신촌로타리에서 돌아왔습니다] 에 관련된 글. 미친소 파동과 광우병 정국이 만들어내는 것을 68혁명의 코뮨적 상황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친소 정국이 촛불집회라는 경험자들을 새롭게 정치의 공간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을 진보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과 감성을 발휘하는 부분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상상력과 새로운 집회가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많큼 젊고 상상력이 풍부하기에
  1. 디디 2008/05/26 09:16 Modify/Delete Reply

    혁명의 재미. 좋다좋아!

  2. uGonG 2008/05/26 10:04 Modify/Delete Reply

    혁명의 재미! 두둥. 개봉이요~!

  3. 불씨 2008/05/26 12:26 Modify/Delete Reply

    5월,다중의 아나키가
    대중이 침묵하는 어둠속을
    가슴의 열정으로 진실을 토하고 있다.

    동포여!
    너의 진실이 6월의 뜨거운 아스팔트로
    휘어 나아갈 것이냐?

    지금 다중의 아나키가
    5월 어둠의 진실을 토하고
    G세계로 날아갈때....
    "토인비의 "역사연구"는 뚜꺼웠다!

    다중의 아나키의 진실의 외침이
    자본의 권력에 쓰러질때
    대중은 6월의 뜨거운 아스팔트를 휘어달릴까?

    어제 어떤 불사(佛寺)는 하안거의 진실의 광장으로 나아가고
    아나키는 연일 다중과 밤을 휘어달린 보고를 말하고 있다.

    6월이 오면 아나키가 G세계로 가면
    대중은 살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35억불의 코리안 펀드의 거금 구상에
    자본의 정권과 "대중의 정치기구"가
    어떤 합의를 할수 있을까?

    다중의 아나키의 진실도
    종교적 다중의 평화적 하안거의 진실도
    대중의 절실한 생존권의 진실은
    어떻게든 6월의 민주주의 광장 정치의 광장에서
    해결 못하면 "진실"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루쉬며 동포여!

  4. 들풀 2008/05/26 21:57 Modify/Delete Reply

    청화대로 진격합시다 라는 말이 떨어질때 종원이 아저씨랑 평택으로 내려오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결국 평택서 차가 끊겨...
    거리에 늘 계시는군요. 건강하시기를. 조약골님 인형, 얼마전 보라색 몸빼바지 만들어 입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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