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자전거

희망을 노래하라 2009/02/26 01:02

'기타와 자전거' 녹음을 드디어 마쳤다.

다른 곡을 만들 때도 항상 힘이 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이 곡은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기타 녹음과 보컬 녹음을 과장을 약간 보태면 정말이지 백 번은 반복한 것 같다.

난 원래 반복 녹음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 과정이 지치고 따분하고 지겹고 힘들기 때문이다.

곡의 완성도에 대한 내 기대치도 낮은 편이라 보통 노래를 녹음할 때 다섯 번에서 열 번이면 모두 통과하는데, 왠일인지 이 곡은 아무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도 내 맘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을 이 곡만 붙잡고 만지작거렸는데, 결국 이쯤에서 끝내고 손을 놓으려고 한다.

이 곡의 반주와 노래 녹음 웨이브 파일이 들어 있는 폴더의 크기가 무려 2기가가 넘는다.

예전 지킴이들이 모여서 보컬을 각각 녹음했던 '평화가 무엇이냐'도 작업 파일만 합쳐도 700메가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는데, 이젠 뭐랄까 지쳐서 음악 작업은 당분간 하고 싶지도 않다.

마치 음반 한 장을 다 낸 기분이다.

 

사실 한동안은 음반 작업은 다시 할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분노에 차올라 음악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화를 참기 어려웠던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다시 음반을 만들어서 투쟁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난 대나무를 좋아한다.

대나무는 단소도 되지만 죽창도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악기'와 '무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속이 텅 비어 있으면서도 가장 튼튼한 대나무, 때로는 대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죽창이 되기도 하는 대나무 같은 음반을 만들고 싶다.

 

기타와 자전거는 대추리에 살 때 만든 노래다.

이 곡의 주 멜로디는 보미싼원, 홍농계, 황새울, 무슨 휴지조각 같은 이름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곳, 이젠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아 사람들을 괴롭히고 중국을 때릴 그 전투기들이 모여 내려앉을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일하던 평택의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춤추며 부르는 노동요이길, 내 자신에게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노래이길 바라면서 만들었다.

그래서 루드가 이 곡을 가리켜 '돕 주제곡'이라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가사는 평범하지만, 음률은 내겐 가장 강렬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곳, 평택의 너른 들녘에서 춤추며 이 노래를 부를 날이 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인트로의 솔로 기타는 쏭이 쳐주었다.

적당히 끈적하고, 적당히 자유로워서 음색과 선율 모두 아주 맘에 든다.

어쿠스틱 기타 배킹도 쏭이 쳤는데, 이 버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나 역시 어쿠스틱 기타로 수십 번 녹음을 해봤는데, 편곡을 하다보니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자전거가 이 곡의 테마다보니까 아무래도 자전거를 표현할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을 했는데, 베이스 기타로 드라이브 감을 살리고, 자전거 안장에 올라서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기분으로 노래를 했다.

그리고 직접 내 자전거에 달린 종소리를 녹음해서 삽입해봤는데, 음색이 역시 맘에 들지 않아서 결국 찾다찾다 이 종소리로 가게 되었다.

 

노래 한 곡을 올리면서 이렇게 설명이 길어졌던 것은 실은 내가 음악 실력이 없다는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또 어떠랴.

이 노래가 세상을 살리지 못해도 괜찮다.

그나저나 정말 밤하늘에 쏟아져내리는 별들을 보고싶다.

 

 

http://blog.jinbo.net/attach/394/261257048.mp3 에 mp3 파일이 있습니다. 내려 받아서 듣고, 반복해서 듣고, 퍼뜨려주세요.

 

기타와 자전거

- 쏭이 인트로 솔로 기타를 치고 나머지는 조약골이 만들었음. 

 

세상을 살리는 두 가지

기타와 자전거

두 손으로, 두 발로 하늘을 날아요

 

마음이 아플 때 외로울 때

기타를 매고서 노래를 불러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 보세요

 

석유가 없어도 싸우지 마세요

더워지는 지구를 식혀주세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고싶다면

기타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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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6 01:02 2009/02/2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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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중산책 2009/02/26 03:40 Modify/Delete Reply

    넘 좋군요...^^
    내려서 반복해 듣는중 ㅋㅋㅋ

  2. 2009/02/26 11:53 Modify/Delete Reply

    고맙습니다.

  3. 느티나무 2009/02/26 15:06 Modify/Delete Reply

    조약골,배움터길 홈피에 노래를 올렸어요~ 올해 우리반 반가로 해 볼까나~~ ^-^

  4. Tori~ 2009/02/26 18:39 Modify/Delete Reply

    돕.넘 고생많았어요; 나도 이번에 노래만든거 보니까. 1년 반만에 만들었더라구요. 간만에 만들려니까. 돕의 고생을 10프로는 알것 같아요.

  5. 요꼬 2009/02/27 11:58 Modify/Delete Reply

    나 이러다가 돕 왕팬?되는거 아닌가 몰러요...어쩜 우연히 노래들을때마다 이렇게 멋진데요....ㅋㅋㅋ 근데 돕의 다른노래보다 가사가 귀에 잘 안들어와요...배경음악?은 엄청 잘들오네요.....가사보단 돕의 목소리가 더 좋음 ^^;(너무싸가지없는말인가요)

  6. 요꼬 2009/02/27 12:00 Modify/Delete Reply

    쓰고보니 좀 내가 싸가지가없네....돕 상처받지않을꺼죠?(왕소심) 솔직히 이야기한거에요 근데 음반도 파시나요?

  7. 2009/02/28 01:37 Modify/Delete Reply

    느티나무/ 반가로 하면 저로선 큰 영광이죠. 만약 반가로 만들면 제가 반에 가서 노래도 좀 불러볼께요.
    토리/ 토리가 최근 만든 노래도 짱~ 좋아요. 녹음도 아주 잘했던데요?
    요꼬/ 상처는 안받아요. 워낙 제가 노래 못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이런 정도로는 절대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ㅎㅎ 음반은 예전에 만든 것들만 팔고, 이 노래나 최근에 만든 다른 노래들이 담긴 음반은 현재 제작중에 있어요. 하지만 언제 완성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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