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달한 경찰폭력

나의 화분 2009/10/27 17:00

어제 레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바로 광진경찰서로 향했는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303760 에 인터뷰 내용이 실렸네요.

 

용산철거민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어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 철거민에 대한 1400여개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어요. 또한 용산범대위 대표자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이명박정부와 정운찬 총리가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할 때까지 죽기를 각오하고 곡기를 끊겠다”며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이 강제로 데리고 갔죠.

 

 

용산참사가 벌어진지 10개월이 되었는데도 해결의 낌새가 없네요. 불에 탄 남일당 앞에선 경찰들이 서있고, 유가족들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숯덩이 된 가슴을 부여잡고 있죠. 기대했던 정운찬 총리가 범대위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문규현 신부님은 단식기도를 하다가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누워계십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걸까요?

 

용산참사 현장에 갔습니다. 용산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죠. 사람들이 불에 타 죽은 그곳에선 노래가 나오고 있었죠. 바로 <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에서 나오는 방송이었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망루를 짓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하루에 두 세편씩 울려 퍼지고 있죠. 용산범대위 홈페이지를 비롯한 몇몇 웹사이트를 통해 날마다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조약골씨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경찰폭력이 아주 극에 달했다! 헌법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보단 경찰을 동원”

 

-범대위 대표들이 집회를 하다가 잡혀 들어갔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불법집회라는 거죠. 허가를 받지 않고 집회를 했다는 거예요. 기자들을 모아 발표를 할 때도, 경찰들은 불법집회를 중단하라고 경고방송을 하고, 구호를 외치면 집회라면서 해산시키죠. 집회에 대한 내부 메뉴얼을 경찰들이 가지고 있더라고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 있고, 구호를 외친다든지 어떤 행동을 하면 집회가 되니까 막는 거죠. 이렇게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억누르고 있으니 되게 부당해요.

 

-집회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고, 시민들은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막는다고 보시나요?

경찰폭력이 아주 극에 달한 거죠. 권력자들이 볼 때 국가를 운영하면서 가장 쉬운 건 경찰력을 동원하는 거거든요. 헌법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보단 경찰해석에 맡겨버린다는 거죠. 그만큼 시민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드는 거고요. 시민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양심을 내보내는 일은 줄어들게 되고 공권력은 더 강해지죠.

 

지금 2009년 같은 경우, 경찰력뿐만 아니라 전체 공권력이 너무 강해져 있어요. 시민사회를 사찰하는 기무사와 국정원, 경찰과 하나 된 검찰, 뒤를 봐주는 자본, 이런 것들이 크게 맞물리며 시민사회를 옥죄고 있어요. 1인 시위를 해도 잡혀가고, 3보 1배를 해도 잡혀가고, 기자회견을 해도 잡혀가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식농성을 했는데 잡혀간 거예요.

 

-7개월 동안 용산참사 현장에서 살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을 느끼시나요?

용산참사는 2009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죠. 용산참사 현장에 있다 보면, 이 문제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게 돼요. 벌써 10개월이 넘었고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을 죽인 국가는 용산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요. 세상 사람들이 잊기를 기다리기만 바라고 있죠.

 

장례식을 아직 못 치른 유가족이 있고 여전히 쫓겨날 위기에 처한 철거민들이 있는 데도 좀처럼 해결의 낌새는 보이지 않네요. 해결될 때까지 같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7개월째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있는데요.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힘이 더 모일수록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나요.

 

 

언론에서는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라며 왜곡보도를 했는데, 저는 여기 들어와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방송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용산참사를 바라보면서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억압당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고, 용산참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통로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어요.

 

“용산참사는 10개월째 이어져, 부당한 폭력에 맞서지 않으면 자유의 영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용산참사 문제를 왜 잊지 않고 계속 알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용산은 극단의 폭력이 있던 곳이고, 2009년 1월 20일에 6명이 죽었어요. 그렇지만 폭력과 참사는 그날 끝난 게 아니라 10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절박해질 수밖에 없어요. 단식을 하던 신부님이 쓰러지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경찰은 언제든지 여기를 넘어오려고 하고, 용역들은 건물을 계속해서 파괴하려고 하고 밀어내려고 하네요.

 

이런 부당한 폭력에 맞서서 싸우지 않으면 조금씩 자유의 영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이명박 정권 들어서 알게 된 건데, 우리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지 않으면 지금 상황보다 더 끔찍한 파시즘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해요. 파시즘이다, 아니다를 두고 논쟁이 있을 정도로 자유가 위협을 당하고 있거든요.

 

-사회에선 어느새 용산참사의 충격이 많이 줄어들었고, 잊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사회가 많이 변했죠. 사람들도 다들 힘들게 살아가니까 위기감이 많이 들어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게 된 것도 중요한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시대가 쫓기 때문이죠. 그런 변화를 상징하면서 보여주는 구체적인 장소가 용산 같아요. 사람이 이렇게 죽었는데 우리가 말하지 않고 묻히도록 놔둔다면 앞으로 이런 문제가 또 일어나지 않겠냐는 두려움이 있네요.

 

용산참사 문제에 조금이라도 손을 놓으면 사람들이 잊을 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1심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결과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보여 왔던 태도와 정운찬 국무총리가 말을 바꾸면서 보여준 모습을 미루어보아 가만히 있어서는 해결이 안 돼요.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싸우지 않으면,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게 없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소박하게 일하던 평범한 이웃들이 숯주검되는 세상, 이 땅을 지켜보고 있는 억울한 영혼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해도 경찰에 완전히 짓눌리고 3보 1배를 하려고 해도 5m도 못가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범대위 대표자로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습니다”라며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단식을 하기도 전에 범대위 대표자들과 함께 광진 경찰서로 끌려갔습니다.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고 모르쇠 하는 MB정부에 지친 범대위는 목숨을 걸고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죠. 얼마나 절박하고 답답했을까요. 수많은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공직자들은 두 팔 벌려 봐주지만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서민은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여 불에 태워 죽이는 나라, 절차와 과정은 편법으로 대충 때우면서 4대강에 돈을 쏟아 붓고, 날치기로 미디어법은 통과시키지만 철거민에 대한 보상은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두 손 놓고 있는 정부……

 

그 정부를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꼬박꼬박 세금 냈을 피해자들을 떠올려 봅니다. 35년째 세입자로 산 할아버지, 식당을 하던 동네 아저씨, 노점상을 하던 가난한 철거민, 건설노동자까지, 소박하게 일하던 서민들이자 평범한 이웃들이었죠. 그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몇 푼 쥐어줄 테니 나가라는 거였죠. 전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겠다는 으름장에 그들은 굽히지 않았죠. 쫓겨나서 길거리에 나앉지 않겠다고 버티던 그들은 결국 숯주검이 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종교계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이미 나승구, 문규현, 전종훈 신부님이 12일부터 단식농성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문규현 신부님은 22일 새벽에 심장마비로 쓰러진지 이틀 뒤에야 의식을 차리셨죠. 문 신부님은 실신할 때, 약 10분 동안 심장이 멈추었었기 때문에 뇌에 손상이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문 신부님은 아직 정밀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네요.

 

내일이면, 법원에서 남일당 농성에 참가했던 피고인 9명에 대해 선고를 합니다. 검찰은 “단호한 처벌을 하지 않으면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화염병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고 주장하면서 5~9년 징역형을 판사에게 요구한 상태죠. 돈 있는 사람들에겐 늘 너그럽게 굴던 검찰이 어찌 이리도 매서운지요. 거리로 나서지 않으면 앉아서 죽어야 하는 현실, 참다못해 거리로 나섰다가 단호한 처벌, 돈 없는 사람들은 그냥 눈물 흘리며 아파하라는 세상이네요.

 

재개발 문제에 정부가 끼어들어 자신이 보호해야 할 국민을 죽이게 한 것엔 전혀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재산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은 감옥으로 보내겠다고 하네요.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무 한그루를 옮기더라도 갖은 정성을 들여야 하죠. 하물며 사람을 옮겨야 하는데, 무작정 힘으로 내쫓아야 하겠는지요. 억울한 마음에 세상을 떠나지 못한 채 영혼들이 용산참사 현장을 떠돌고 있습니다. 말라버린 두 눈으로 이 땅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단식기도를 열흘째 하고 있던 문규현 신부가 22일 새벽 실신해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있다. 병원 측은 "문 신부가 단식으로 인해 기력이 쇠해서 부정맥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이경태

용산철거민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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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7 17:00 2009/10/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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