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회, 박래군 재판에 다녀왔다

나의 화분 2010/03/29 18:57

법원에 다녀왔다.

용산참사 철거민 항소심과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박래군, 이종회의 1심 재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청이든 법원이든 경찰서든 가기만 하면 왠지 몸이 굳는 것 같고, 불편해지며, 주눅이 들기도 한다.

어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요즘엔 법원에 갈 일이 많아서 귀찮다.

나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는데, 자식들이 치사하게 그걸로 벌금형을 때렸다.

그래서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날 연행한 의경을 증인으로 세웠다.

조서에서 내가 경찰을 폭행하길레 연행했다고 말하고 사실과 틀림없다고 지장까지 찍은 바로 그 의경을 증인으로 부른 것이다.

나는 경찰에게 폭행을 한 사실이 없는데, 없는 사실이 어떻게 날조가 되었냐고 법정에서 그 의경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그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의경이며,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냥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조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빨리 부대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에 내용은 대충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사실과 틀림없다고 날인했다는 것이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인권을 위해 애쓴 나 같은 사람들 엿먹어보라고 위증을 교사하고, 그것을 증거자료로 약식기소해서 벌금형을 때리고,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지금 권력기관이 하는 작태다.

그래서 나를 피고인으로 한 재판이 진행중인데, 솔직히 법정에 드나드는 것 정말 지겹고 힘빠지는 일이다.

나는 아마 무죄가 선고될테지만, 몇 달간 저들의 농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난다.

 

하여튼, 용산 철거민들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다시 망루에서 발생한 화재를 놓고 증인을 불러 심리를 진행했다.

미공개 수사기록 2천쪽을 받아든 변호인단에서는 1심에서 부른 증인들도 다시 부르고, 검찰이 숨기려했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의 오만하고 편파적인 태도를 반성하기는 커녕 빨리 재판을 끝내고 이대로 진실을 묻어두려는 심산인듯 보였다.

정치적인 논리는 배제하고 온전히 형사 사건으로만 재판이 진행된다면, 변호인단이 밝힌 것처럼,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망루에 불이 붙어 경찰관이 죽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혐의입증이 어려울 것이다.

 

법정에 앉아 검사가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부아가 치민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그동안 말할 수조차 없는 피해를 당한 철거민들이 지금 가해자로 둔갑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그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 공정한 재판만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

 

박래군과 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의 두 번째 공판도 열렸다.

두 분은 담담하게,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용산참사로 6명이 죽은 소식을 듣고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을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을 하려다 충돌이 생기자 이것을 폭력시위라고 한 것 아닌가.

나 역시 누구하나 시킨 사람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용산참사 현장으로 모여든 사람 중 하나다.

 

박래군은 몸이 좋지 않은듯 얼굴색이 나빠보였다.

반면 이종회는 당당하고 꿋꿋해 보였다.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억압을 당하는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한 것이 죄라고 저들은 이종회와 박래군을 가둬놓았다.

기막히고 억울한 재판을 받는 용산 철거민들과 두 공집장들이 하루속히 무죄로 석방되길 바란다.

더불어 내가 받고 있는 재판에서도 나 역시 무죄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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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18:57 2010/03/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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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큰붓 2010/03/29 20:25 Modify/Delete Reply

    맞습니다. 이 체제가 잘못입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돈이 무조건 우선이기 때문에 돈의 논리로 모든것이 흘러갑니다.
    지금 용산학살 희생자 추모곡 김호철 동지의 "편지 드려요"를 들으며 이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누구는 왜 돈, 돈 하느냐 하는데 사실은 돈이 아니라 자본입니다.
    자본이 권력이고 억압입니다.
    모든 악의 근원입니다.
    이 자본에 대항해 이기지 않는한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계속될것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 설해 2010/03/29 21:19 Modify/Delete Reply

    지겹고 화가 치밀고 힘들어도 계속 법정에 나가고 증인을 세우고 하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ㅎㅎ 역쉬..돕..ㅋ (힘내'ㅁ')

  3. 사막은 2010/03/29 23:05 Modify/Delete Reply

    모두 다 무죄로 나오길 바랍니다.
    돕님도 물론이구요.

  4. 여옥 2010/03/30 01:31 Modify/Delete Reply

    나도 법원을 자주 드나들다보니 그 심정 이해하지- 증인으로 나와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의경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법정에서의 진술마저도 위에서 시키는대로 눈치보며 하던걸. 무죄받을 수 있을거야.

  5. 넝쿨 2010/03/30 01:44 Modify/Delete Reply

    잘 다녀왔나보군.. 돕이 있어서 좋다.

  6. 요꼬 2010/03/31 09:19 Modify/Delete Reply

    에효 돕.....고생하셨고 스트레스가 장난아니네요...우리 이종회,박래군동지들도 하루빨리 무죄로 나왔으면합니다.

  7. 비밀방문자 2010/04/01 17:29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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