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나의 화분 2010/04/06 14:20

어제 밤 쫓기는 꿈을 꾸었다.

나는 나를 좇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피해 계속 어디론가 도망을 가고 있었다.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이젠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겠거니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자가 외친다.

 

저/기/있/다

 

나는 다시 도망가기 시작한다.

동굴 같은 곳으로 기어들어가 입구를 막았다.

주위는 온통 어둡다.

멀리서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고양이가 된 것 같다.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

곧 내가 막아놓은 입구가 함부로 젖혀지고 그들이 우르르 난입한다.

몰매를 맞지는 않지만 그들은 나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20대 때는 거의 매일 악몽을 꾸었다.

특히 쫓기는 꿈이 많았다.

난 매일 경찰에게 쫓겨다녔었다.

간악한 형사들의 포위망을 따돌린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그렇고, 꿈에서도 지치는 일이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그토록 잘못했기에 이렇게 쫓기며 살아야 하는가.

치열하고 올곧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내가 왜 이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당당하고 떳떳해지기로 했다.

국가의 명령에 휩쓸려 다니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나자 법률도, 도덕도, 지침도, 고전도, 그 어떤 말도 내게 권위를 갖지 못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조금씩 비로소 희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계속 넘어지고 실수를 하면서도 나는 점점 어떤 확신 같은 것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비로소 나의 20대와 확실한 단절을 할 준비가 되는 것 같았다.

더불어 경찰에 쫓기는 악몽 같은 것은 더이상 꾸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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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4:20 2010/04/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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