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 대하여

평화가 무엇이냐 2005/02/02 23:53
* 이 글은 미류님의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면] 에 관련된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항상 혼자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함께 걷는 길이죠.
굳이 노래 가사(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매일 촛불을 들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 이런 사실을 잊고 '나는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 생각을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적이란 분명히 존재하지요.
그것도 아주 강한 적이 존재합니다.
저 혼자는 감당할 수 없는 막강한 적이고,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한다고 해도 힘에 겨운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죠. 
저는 국가권력을 하나의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들은 군대와 경찰과 감옥을 소유하고 있죠.
참으로 막강한 무력이어서 이들과 힘으로는 절대로 맞설 수가 없어요.
힘에 힘으로 맞서려고 하다가 벌어진 비극들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죠.
원자폭탄이 생겨나고, 핵무기가 생겨나고, 비행기로 건물을 들이받는가 하면 보복전쟁으로 수 많은 민간인들을 죽이는 악순환이 바로 그것이잖아요. 
그런 적을 피할 수 없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는 곧 적에게 동화되어 자신도 그와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적을 향해 가는 길이 아니라 적과 멀어지는 길을 걷는 것이죠.
그것이 제가 걷고 싶은 길이에요.
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적과 점점 멀어지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본주의 체제를 또다른 막강한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한경쟁과 이윤추구라는 두 축을 통해 움직이며,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자원의 고갈과 환경의 파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체제.
만족을 모르고 달려드는 무시무시하게 뚱뚱한 괴물 같아서 저는 매일 밤마다 이런 괴물에게 쫓기는 악몽 같은 것을 꿉니다. 
그것이 적에 맞서 싸우는 제 방법이에요.
멀어지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과 자본주의를 비롯한 많은 적에 맞서 싸우며 나름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적과 점점 가까이 가며 닮아가는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는 이들 모두와 굳은 연대를 통해 함께 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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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23:53 2005/02/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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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류 2005/02/03 10:02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지난번 글보다 돕헤드 생각을 좀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조커의 도움도 있었지만 ^^;)
    적과 멀어지는 길. 제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자본주의적 관계나 국가권력에서 미끄러져나오기, 혹은 가로지르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이렇게 생각해도 되겠죠?
    제 고민은 이런 마음이 정작 싸움을 비껴서는 것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랍니다.
    제가 고민도 짧고 별로 움직이지도 않아서 그런 건지도 ㅡ.ㅡ;
    천천히 풀어가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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