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글짓기 공부에 몰두하던 시절
한 선생님께서 '그녀'라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라고 했다
여자든 남자든 '그'라고 부를 수 있고
'그녀'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있었는데
'그녀'에 밀려 사라졌다고 했다
(정확한 소식통의 보완이 필요함!)
두번째 다큐를 기획하면서 여성음악인을 취재하고 싶었고
제목을 짓다가 '그녀들'이라는 말을 쓰긴 했는데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제목이 아니라 자료다
아직 꼼꼼하게 찾아보질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자료 자체가 드문건지
한국여성음악인에 대한 책이나 기사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아, 그 연재기사가 있었지!
요즘은 아주 게으른 독자가 되었지만
한때 날마다 들렀던 그 곳 '일다'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있었다
관련기사: 한국여성음악인 재조명 1~10 (여성주의저널 일다 / 2004.3.1~5.9)
(링크가 안되네요...프리챌 자료실에 퍼다날랐던 기억이 나는데...)
내 두번째 영화는 그 기사에 빚을 지고 있다
'한국여성음악인'이라는 단어가 좀 부담스럽다면
'언니들'이라고 불러볼까
어린 시절부터 내가 흥얼거리던 많은 노래들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부분 '언니들'의 노래였다
(한대수와 산울림과 아주 가끔 서태지와 초창기의 패닉과 불독맨션과...
아직도 가끔 흥얼거리는 몇 몇 남자가수들의 노래도 좋지만)
김추자에서 박향미에 이르기까지
나는 언니들 노래가 좋다
그 언니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중매체에서 그 언니들을 다루는 방식은 불쾌하다
스캔들, 아니면 외모
패션, 아니면 춤실력
섹시한가 아닌가, 아니면 노골적인 사생활 들추기
어쩌다 가끔 '개성적'이라는 말로 대충 넘겨버리는
언니들에 대한 시선과 평가는 인색하다
아직은 그저 '더듬더듬 흥얼거리는' 얼치기 팬의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그들의 실력과 삶과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향미에게서도 많이 배워야 하지만
싸토에게서도 배울 것이 많다
그 두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좋은 친구로 남아있기를 바라고
특히 싸토가 노래하듯이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건강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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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언젠가부터 여성음악인들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몰랐는데 마음이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한영애 좋아하고 김정미 음반도 자주 들어요. 김추자 언니도 멋있죠~ ^^;;
그녀라는 말이 원래 없었다는 얘기는 이오덕 선생도 했어요. 저도 그이상은 모르겠는데 그럴 수도 있었을 꺼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그게 여성과 남성에 대한 불필요한 구분을 느끼지 않았던 시대정신의 반영인지,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던 시대정신의 반영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녀'라는 말을 버리지는 못하겠어요. 언니들이라는 말도 좋은 것 같구, 저는 보통 그/녀라고 써요. '그'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있지 못한 여성을 살리면서도 '그녀와 그'라는 구분은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그냥 고집부리는 거죠. 헤헤.
그러고 보니 나도 주로 여성 가수를 좋아하고 있었네. 김추자, 펄시스터즈, 심수봉....
미류/집회에서 '노동형제'라고 했던 거랑 같은 맥락이겠죠
아마도 당분간은 그녀들, 이라고 부르게 될 듯
슈아/이상은, 은 어때?
저도 그거 아는데도 그녀들을 버리기가 정말 힘들어요. 조심하는데도 또 그게 저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ㅋㅋ
그쵸...^^
이상은 당연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