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를 외면한 지 너무 오래 됐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 때 바로 읽었어도 괜찮았을텐데...
1. 김인숙 - 한국일보
그가 '핏줄'이라는 책을 빌려줄 때까지만 해도 김인숙을 몰랐다.
스무 살에 등단한 소설가야, 너는 지금 뭐하고 있냐? 라고 그가 말했었지
그 책을 받았을 때 나도 스무살이었고 그 질문은 너무 이른 것이었다
그녀의 책만 야금야금 읽다가 늙어버린 지금 그가 다시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해야할까
자기가 쓴 시를 타이핑하고 제본해서 지인들에게 돌리기도 했던 그는, 너는 여전한가?
2. 노동과 문학- 경향신문
누군가 블로그에서 21세기 한국의 좌파는 탐욕스러워졌을 뿐이라고 써놓았던데
문단과 교회에 비하면...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 사이에서 잠시 그늘진 에피소드로
등장하곤 하던 서글픈 그 여성들은 지금 제대로 묘사되고 있나
평생을 봉사하고도 임원선거에서 투표권을 얻지 못한 여성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교회,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을 공부하던 그 푸릇푸릇하던 여성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노동문학의 역사를 훑다보면 목이 얼얼해진다
3. 민족 친일 사이의 여성 & 푸른 제비- 씨네21
영화 '청연'의 개봉을 앞두고 박경원을 '제국주의의 치어걸'이라고 잘라 말한 사람이
소설가 정혜주다. 그녀는 당시 권기옥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었는데. 영화사가 '청연'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쏟아진 관련 기사들이 박경원을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고 언급한 것
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그녀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누가 최초의 여성비행사인가'에 관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무엇이 친일인가에 관해 구체적으로 증명하려고 한 의도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 인간을 그렇게까지 매도해도 될까.
그녀, 혹은 그녀의 글에 동의한 사람들에게, 권기옥은 자랑스러운 조국의 딸이고
박경원은 오로지 개인의 욕망을 위해 웃음을 판 매국노가 되어버렸다.
민족주의적 관점에 더 무게를 실었던 정혜주의 기사는 지금 다시봐도 안타깝고
정희진과 진중권의 글이 그래서 반갑기까지 하다.
어떤 자료를 찾는 일은, 그 자료가 피워올리는 어떤 기억들로 인해
애초의 동기를 잃고 자주 맥이 끊어지곤 한다
특강을 통해 가끔 만나곤 하던 소설가, 시인, 비평가들이 던졌던 말들과
그들의 글에서 내가 받아들였던 메시지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지던 순간들,
술자리에서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들과 강의시간에 들려주던 말 사이의 모순들...
누구는 죽고 누구는 여전히 살아, 명예와 치욕 사이를 오간다
그들에게도 나도 왜 사는지 묻고 싶은 날들이 계속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