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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합니까? 2014/01/20
- July - Somewhere (2)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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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tislav Rostropovich (1) 2014/01/12
- Music in conflict: 19 iconic images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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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본 이 영화.
관객들이 경계성 인격장애를 이해하기에도 미흡하고
주인공이 왜 그런 진단을 받게 되었는지 공감하기에도 미흡한 점이 보이지만
시대배경과 집단수용시설, 정신질환을 대하는 당시 의료계의 관습과 태도,
주인공들이 각자 직면하고 해결해야했던 문제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피하고 변명하고 외면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딱 그 시절에만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숙제, 그 숙제가 주는 무게감.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생기면
흑백 갈등이나 노예제도만 거론하고
현재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인종차별에 대한 사실확인은 종종 생략된다.
조금 더 부지런한, 혹은 조금 더 준비해온 참가자가
중국인 노동력을 착취했던 캐나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민자들이 세우고 이끌어온 나라지만
백인 사회 안에서도 어느 지역 출신인가 따지는 사람들 (조직과 문화와 관습)이 있고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그 다양한 문화적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는 데도,
차별을 이야기하는 그 자리가 진보적이라 일컫는 분들이 모인 곳이어도.
시선, 표정, 몸짓, 언어적 표현, 그리고 일상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자잘한 방법으로 마주치는
이 차별의 증거들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내 얼굴이 중국인 (혹은 어떤 이들에게 아주 전형적인 'Asian') 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자기가 하는 말(캐나다식 영어)을 못알아들을 것이라 여겨
갑자기 몸짓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사람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만나다 보면
한숨이 나오다 나오다 통증이 된다.
차별하고 있습니까?
인정합니까?
낯선 생김새를 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당신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토론토에서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사는 그 곳, 당신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저녁에 몇 시간이고 계속 틀어놨던 음악.
방문하는 분들과도 같이 듣고 싶어서 링크합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Bach - Cello 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방송작가로 일할 때 엠 본부에서 만난 한 피디님께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셨다.
(아는 분은 이미 다 아다시피...이 블로그에서 지나친 존댓말 표현은 존경심의 표현이 아님)
장영주를 그 프로그램에 섭외하고 싶어했고
지휘자 정명훈과 전화연결을 시도했다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역정을 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자리를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아버지도 음악을 많이 들었고 클래식 중에서는 첼로를 좋아했다.
아버지도 뜻한 바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으면 식구들에게 역정을 냈다.
밖에서 찾아온 손님들 모두에게 더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분이었지만
집안에서 우리는 좀 고달팠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더 속이 깊거나
조금 다른 눈으로 사람과 세상을 대할 거라 믿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몇 몇 분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두려웠다.
그들이 좋아하던 특정 장르도 두려웠다.
그 때 그 피디의 나이,
한창 식구들 앞에서 날선 핏줄을 이마에 내보이던 내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다시 듣는 첼로.
혐오나 증오보다 사랑이
말과 글보다 음악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이미지 출처: Music in conflict: 19 iconic images
로스트로포비치가 동서 통합 후 베를린에서 바하를 연주한다. 1989년 11월 11일.
Rostropovich plays Bach for a united Berlin
On November 11, 1989, two days after the official fall of the Berlin Wall, Mstislav Rostropovich staged an impromptu performance of Bach's cello suites at the frontier. Photo: PA
이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가을이 가버렸다.
가슴에 덜컥덜컥, 뭔가 걸려있는데 들여다 볼 새도 없이 겨울 한가운데 왔다.
새벽 두 세시에 자주 깼고 출근해야할 시각까지 다시 잠들지 못했다.
꿈 없는 짧은 잠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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