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스워

얼마 전 걸려온 전화.

서로 안부 전화 할만큼, 가깝지 않았던 한 선배의 전화였다.

그런데 그 이름이 핸드폰에 뜨는 순간,

난, 그녀가 왜 전화했는지 알 것 같았어.

풋.

예상이 맞다면 더 웃어줘야지, 생각했지.

 

물론, 예상은 맞았어.

날 떠 보고 싶었던 거지.

얼핏 그와 헤어졌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확신할 만한 루트가 아니었거나

혹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요즘 그 선배는 어디에 있다며?

뭐 한다며?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듯이 굳이 나에게 계속 물어댔고

나는 정답을 맞추는 기분으로 대답을 해야 했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말의 행간을 읽으려 애쓰는 그녀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거든.

난 그녀가 원하는 답을 해 줄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답을 유추해 낼 만큼의 뉘앙스를 풍겨주었고

그녀는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며

"쫌있다가,

아니 나중에 전화할게"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지.

 

우스웠어.

어떤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 사건들로만 존재한다는 게 말이지.

 

이 글을 여기까지 쓰고나니,

이 오픈된 온라인 공간 속에서

그녀가 이 곳을 찾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 이제 별 상관없다고 생각해.

그녀는 이미 원하는 답을 얻었을 거고

난 이 곳에라도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으니까

서로 쌤쌤이지 뭐.

 

하지만 위로한답시고 다시 전화가 온다면

그 땐 정말 대 놓고 화를 내 주겠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