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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 고민?

트랙팩님의 [나에게 (진보)블로그란 ?]

민노씨좋은 블로그/인기 블로그 에 관련된 글.

 

진보넷 블로그에 둥지를 튼지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찍혀 있는 날짜는 2월인데

아마 그건 참세상에 회원 가입하면서 그냥 맹글어 본 거 같고

쓰기 시작한 건 6월쯤이다.

그 전엔 홈페이지가 있었고, 파란에도 블로그를 만들었었고

스크랩만 줄기차게 해 놓은 싸이도 있었고

저절로 만들어진 네이버 블로그도 있었다.

 

처음 여기에 글을 쓰려고 했던 건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일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일정한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연애문제 때문에 힘들어서라는 게 가장 큰 이윤 거 같다. ㅎㅎ

 

여하튼

포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형 블로그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개인이 만드는 블로그와도 좀 차이가 있는

심지어 정치적으로 걸러진 듯한 이 곳은

어떤 면에선 무지 편하고 어떤 면에선 무지 불편했다.



지난 번에 마티오님의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진보넷 블로거들은 자기 삶에서 이 공간이 차지하는 의미가 굉장히 큰 거 같다.

물론 나 역시 그렇다.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을 때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이 곳은 재미있고 소중하다.

비록 소수의 인원일지언정(심지어 비슷한 성향을 가진 ^^)

이 곳의 블로거들은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며

그 소수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려 노력한다.

그래서 '동호회'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곳을 성벽이 높은,

들어오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실제 나도 가끔 이 곳은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른 엘리트들의 집단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것은 자기검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진보넷 블로거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그들의 올바름에 거슬리지 않도록 나를 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민노씨좋은 블로그/인기 블로그란 글을 읽으면서(글 재밌다~ㅋ)

이 곳의 장단점에 대해 더 생각을 해 봤다.

이 곳 블로거들은 블로그로 돈을 번단 생각은 거의 안 하는 거 같다.

하지만 여러 블로그들에서는 구글 애드센스 등으로 블로그를 통한 수익사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이 있지만 여하튼 내 시간과 내 열정을 들여 한 포스팅, 그리고 그걸 보러 오는 사람들이 광고 한 번 클릭해서 다달이 돈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하곤 한다.

그렇지만 민노씨의 걱정처럼

그런 구조가 많아졌을 때 과연 좋은 블로그들,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블로그들이 살아 남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펌질로 도배가 된, 지금의 포털기사들과 차이가 없을 블로그들은

하루 방문자가 몇 만명이 된다. 그렇게 타블로이드 블로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망으로 걸러낸 것 같은 이 곳은

(심지어 관리자가 광고용 블로그는 삭제조치를 할 수 있는 이 곳은)

그런 부분에서 청정지역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메타 사이트가 생기면서 이런 성격은 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동질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할 수는 있으나

수적으로 사람이 늘어나다보면 자연스럽게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야기의 범위는 지금보다 넓어지고 층위도 많아질 거다.

(당신의 고양이 님의 등장이 진보넷 블로그들의 자기검열지수를 낮춰준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ㅋ)

그렇다해도 타블로이드 블로그 같은 건 나타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민노씨의 이야기처럼 블로그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원한다.

내 일기장에 끄적이는 글이나 비밀글과 다르게

여하튼 공개 포스팅을 하는 건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받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이다.

역시,

그런 면에서 진보넷은 탁월한 공간이다.

(아마도 한겨레, 오마이 등등 언론사 블로그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 사람들 간의 "준거집단"의 역할을 해 주기도 하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준다.

역시,

그렇기 때문에 쉽게 아무 글이나 끄적이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ㅎㅎ

 

진보넷 블로거들이 이 곳을 좋아하는 건

그렇게 거름망으로 걸러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인지도 모른다.

마초들의 공격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7년 동안 태극기를 건 아저씨에게 애국자라며 극칭찬을 할 사람도 없다.

(저 글엔 그 아무데서나 설친다는 악플러 한 놈이 없다-_-;;)

누군가 예전에 진보넷 블로그는 활동가들의 마음의 쉼터? 같다는 얘길 했는데

그런 점이 진보넷의 장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 올바름이 불편하다.

옳지 않은 것은 그른 것이라는 얘기 아래 나는 주눅이 든다.

강동원이 좋다고 글을 쓰면 누군가는 연예인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 상품일 뿐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올바른 생각일 수 있으나

사람이 좋은 마음을 어찌 부정하겠는가..흑

 

난 별로 올바른 인간이 못 되고

시시껄렁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도 않고 게으르고 대충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길 솔직히 하기엔 진보넷 파놉티콘이 무서운 것이다.

난 오프라인에서 착한 사람이나 올바른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온라인, 특히 요 곳에서는 내가 그런 사람인양 행동하려고 한다.

아마 일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아 졸라 게으름 피고 블질하고 있어

라는 걸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훕

여하튼 누구 말대로 나는 너무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 욕심이 때로 나를 내가 아니게 한다. 슬프게도.

 

얼마 전 티스토리에도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는데

거긴 상대적으로 편하게 동영상도 마구 올리고

연애얘기 같은 것도 유치한 시로 써 놓고 그런다.

사실 그 블로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왜 거기다 그러고 있는지 나조차도 궁금할 때가 있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평가받고 싶은 욕심같은 게 또 작용한 건지도..-_-

엿튼 이 곳엔 그 유치한 얘기들을

(물론 지금 진보넷 블로그에 내가 쓰는 글들도 그닥 고질의 글은 아니다만)

마구 쏟아내긴 어렵단 얘기.

 

진보넷에 더 많은 또라이가 생기길 기원하며

글을 또 급마무리 해야겠군.

디비디가 다 구워졌다. 이제 옆 컴퓨터로 이동...-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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