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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스크럼, 길 떠남

* NeoScrum님의 [서울 - 뱅쿠버 - 토론토 - 까라까스] 에 관련된 글.

아까 5시에 인천공항을 떠나서

10시간쯤 지나면 뱅쿠버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지금쯤 뱅쿠버가 보이는 하늘 어드메쯤 떠 있겠군요.

 

93년, 386SX 모델의 개인용피씨에다가

2400bps 모뎀을 달고는 감개무량해서 통신공간을 헤매다가

하이텔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에서 네오 동지를 알게 된 이후로

10년여의 나이 차이쯤 아랑곳없이 벌써 13년째 동지로 인연을 이어왔으니

네오 동지가 떠난 날 이 밤에 이런저런 추억에 휩싸이는 것이 무리는 아니겠지요.

 

민주노총 게시판 운영규정을 만들어서

마음에 안든다고 무조건 게시물 삭제부터 하려던 작자들에게서

그나마 자유게시판을 지켜냈던 일,

감시카메라(CCTV) 설치는 사용자의 전속적 권리라고 해석을 내린

유권해석에 열받아서

노동부에 쳐들어가 공무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이 공무원들, 당황하여 도망치거나 혹은 대들거나 했던 진풍경 하며,

이른바 김일성 동영상 문제로 하여

집행부 스스로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을 폐쇄했을 때

긴박하게 성명서를 조직하고 단병호 위원장께 빨리 열라고 난리를 쳤던

웃지도 못할 기막힌 해프닝 등등,

갖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저께 밤에는

하루 종일 이사하느라 힘든 모습으로 일산에서 종로로 달려왔고,

나는 경찰청 앞에서 하루종일 농성하느라 땀 꽤나 흘린 채로

반갑게 삼성타워 뒷골목으로 찾아들어가서

네오 동지가 주는 책 선물도 받고

늦은 밤에 대학로에서 달려온 미류님과 함께

소주 몇잔 정겹게 나누었습니다.

 

우주로 날아가지 않는 다음에야

통신을 통하면 만나지 못할 일도 없는데,

손 마주 잡을 거리에 있다는 것 하고

모니터에 비친 얼굴이나 마이크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하릴없이 보거나 듣는 것 하고는

강 건너로 지나는 바람 혹은 새떼들의 풍경처럼

애틋하고 아련한 거리가 있겠지요.

 

어쨋거나,

어렵사리 결심하고 떠난 먼 길,

더 멋지고 더 당당하게 사는 모습 거기서도 생생히 보내 주시고,

혁명을 꿈꾸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믿음을 소중히 안고가는

동지의 한결같은 삶의 자취들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

 

그저께 밤에 함께 찍은 사진 하나, 여기에 올려 둡니다.

 

네오와 미류님이 함께 찍은 사진은,

샘낼 사람들이 제법 있을 터, 메일로 보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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