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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랐던 내 성격

* 전반적인 태도

 

상당히 방어적임. 성격적, 역기능적 방어태도가 구축되어 있음.

자신은 심리적으로 매우 온전한(intact) 사람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매우 강한 편으로, 문제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자신의 요인을 고려해보는 태도가 빈약하겠음. 자기정당화에 많은 시간을 쓰는 편이겠음.

 

주변사람들과 진정으로 깊이있게 심리적으로 교류하기 힘들어 보임. 자신이 원하는 심리적 안정의 상태가 상당히 중요한 사람으로, 문제상황과 갈등,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 서서 정보를 차단하거나 무시하는(neglect) 태도를 보일 소지가 큼.

 

친밀감과 공격성에 대한 뿌리깊은 공포를 지니고 있음.

 

* 현재 정서상태 및 증상들

 

위험수위에 다다르는 현격한 증상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은 사람임. 그러나 워낙에 경직된 방어적 태세가 굳은 사람으로, 친밀관계에서 갈등과 마찰이 많겠고, 적절한 감정반응이 부족하기 쉬움.

 

경미하게 경조증적(hypomanic)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unstable) 경향을 보임.

"현실부인"과 방어

감정적 미분화(undifferenciation)가 뚜렷함. 일상생활에서 사안에 맞게 적절하고 생생한 정서반응을 하는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음. 대부분의 경우, 경미하게 경조증적인(mildly hypomanic) 대응으로 일관하기 쉬움.

 

내면에 강하게 억압된 우울감이 시사됨.

 

(이하 생략)

 

(굵은 글씨체는 내가 표시한 것임)



오래 전에,

아내가 나의 삶과 활동 전반에 대한 스트레스가 무척 심해서,

함께 부부심리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여 돈내고 성격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보고서의 내용 일부이다.

 

친밀감에 대한 뿌리깊은 공포,

즉, 관계가 일정 수준 이상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것으로

가까워질수록 도리어 먼 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면에 강하게 억압된 우울감,

외형적으로는 아내가 우울의 정도가 나보다 더 크다고 나왔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내면 깊숙히 잠재된 우울을

스스로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면 이런 모습이구나,

묘한 느낌이 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살아오면서

내 스스로의 깨달음과 남들의 지적을 통해 내 성격의 결점들을 알아채고

뜯어고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 애썼던 것들도 많은데

그게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는 감추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이런저런 사건들도 겪고 사람들의 얘기도 들으면서

내가 나한테 더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쑥 들어서

처박아두었던 "결혼만족도 및 성격특성 평가보고서"를 꺼내보았다.

 

늘 나부터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평가하자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참, 보고서의 앞 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 본 보고서는 내담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현재 심리상태를 기술하고 성격특성을 살펴보는 기초자료입니다. 아래 기술된 내용들은 고객님 스스로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목적이지, 부부간 갈등에서 누가 잘잘못인지, 누가 갈등의 원인제공자인지 등을 판명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본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을 '맞다', 혹은 '틀리다'의 이분법적인 잣대를 가지고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새로운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래 기술된 내용들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에 대한 변화불가능한 판단/평가가 아니라 나의 마음, 심리구조에 대한 과학적 가설들이며 '이해의 틀'입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동지들은 

위에 소개된 일부 내용들만 가지고

나를 성급하게 재단하지는 말아 주세요, 네?!

(특히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은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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