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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승용차 홀짝제 석달(7)
    손을 내밀어 우리

승용차 홀짝제 석달

 

어제 낮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생명공학연구원 후문에 이르는

1킬로미터쯤 되는 길 양쪽에는

끝자리가 짝수로 끝나는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주차해 있었습니다.

 

홀짝제가 시행된 지 어언 석달,

국제유가는 140달러에서 거의 절반으로 내려앉았지만

그 놈의 환율 때문에 국내 석유값은 내릴 수가 없다는 얄궂고도 궁색한 변명이라니...

 

쓸데없는 전시행정은 이만 거두고

저 승용차들이 당당하게 연구소의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바탕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때인 듯 싶습니다.

 

 

 

 

 



[한겨레 : 이준구칼럼] 승용차 홀짝제의 초라한 진실
기사입력 2008-07-23 21:57

지금 우리 경제는 각종 악재에 가로막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국외 요인이 어려움의 주원천이지만, 정부의 잘못된 대응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무리한 고환율정책으로 물가상승 추세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 그 좋은 예다. 그 결과 스태그플레이션의 덫에 걸려 이제는 옴짝달싹하기조차 어려운 처지에 빠져 버렸다.

궁지에 빠진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라는 기묘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비싼 돈 들여 일간지에 광고까지 해대며 난리를 치는지 알 수 없다. 홀짝제가 골리앗을 거꾸러뜨린 다윗의 돌이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단언코 말하지만 홀짝제 같은 미봉책으로는 우리 경제를 전혀 되살릴 수 없다.

설사 홀짝제가 100% 성공을 거둔다 해도 절약되는 에너지 양은 정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공무원들의 승용차 사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극단적 가정 아래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25살부터 64살에 이르는 인구 중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를 넘지 않는다.

이 수치들을 대입해 답을 구해보면 에너지 절약 폭은 0.075%라는 계산결과가 나온다. 더군다나 실제의 절약 폭은 이보다 훨씬 더 작을 가능성이 크다. 무슨 획기적인 대책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우스울 따름이다.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홀짝제의 진실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이런 정도의 미미한 에너지 절감으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경상수지 적자 폭을 눈곱만큼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석유제품 가격은 단 몇 원조차 내리게 만들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의 수요 감소에 꿈쩍할 정유회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순간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 안정에는 그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

홀짝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둔 전시행정의 전형적 사례다. 이런 전시행정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조처가 수없이 취해졌지만 이렇다 할 개선이 이루어진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근본적 해결책이 시급한 터에 이런 쇼나 벌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부문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눈에 띄는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에너지 소비성향을 갖고 있는 우리 경제의 기본구조를 뜯어고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과제는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홀짝제는 이런 요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틀에 하루씩 자동차를 운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생각 밖으로 과격한 규제다. 밀 수입가격이 올랐다고 이틀에 하루씩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입만 열면 규제철폐를 부르짖는 정부가 쓸모도 없는 과격한 규제를 도입한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시장친화적 정부라는 구호가 결국은 입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해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한다. 바로 그 점을 노려 홀짝제라는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그런 쇼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감의 비전과 대책이다. 지금은 그런 쇼나 보며 즐길 여유가 있는 한가한 때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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