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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기억해둘 것

   1. 협심증을 앓던 68세 남자가 6년간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비업무를 했다. 최근 일년간은 매일24시간 일했다(교대근무를 한 게 아니라 공장에서 숙식하면서 공장을 지켰다 한다). 공장이 다른 곳에 인수되어 청소 등 할 일도 아주 많았다 한다.  사망했다. 산재요양신청을 했고 재심끝에 받아들여졌는데, 이번에는 사측에서 소장을 냈단다.  산재보험 미가입사업장이나 몇 천만원을 내야 하는 게 아까와서, 고인이 과로한 사실을 부정했다고 한다. 

 

  부인은 억울하고, 무서워서 앓아누웠고, 교회목사와 집사, 먼 친척 이렇게 셋이 왔다. 노무사가 우리 병원가서 반박자료만들어 오라고 했단다.  과로에 대한 계량' 적 평가 운운하는 것을 보니 뭔가 과학적인 듯한 자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한 모양이다.  

 

  기가 찰 뿐이다.  누가 봐도 과로로 사망한 게 뻔한 일을 이삼백페이지 분량의 서류을 읽고 진짜 과로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기술해야 하다니.  그 과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써야 할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고, 이렇게 소모적인 일이 계속된다는 게 암담하다.  앓아누웠다는 부인과 가족들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2. 동료 의사가 찾아왔었다.  어떤 사업장에서 브롬화가스에 노출되던 작업자가 목숨을 담보로 일할 수 없다고 퇴사한 뒤 민심이 흉흉해져 관리자한테서 연락이 왔단다.  퇴사한 이가 일하면서 계속 문제제기 해서 우리 병원 산업위생사가 둘러보고, 분석불가물질이다. 이렇게 의견을 주었다 한다.  노출평가는 어려워 신경증상등에 대해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모두 정상이었다고 한다.  검진할 때 반은 내가 했는데, 간호사한테 사전에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기다렸지만 안 왔다.  교대근무사업장이니 그 다음 주에 검진을 했을 것이다. . 그 때 좀 힘들어도 내가 두 번 다 나갈껄. 하는 후회가 된다(이런 오만한 생각이 자주 드니 이 병을 고쳐야 내가 산다)

 

   생각해볼 점-어떤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작업환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이 안 되자 퇴사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용기있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공정은 계속된다.  남은 동료 노동자들은 불안해한다.  우리가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일은 했는지 그 과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측에서는 국소배기시설 설치를 검토해보니 견적이 일억원이 나와서 망설인단다.  우리가 근거를 마련해주면 결재를 올려보겠다고 했단다.  임상검사상 이상소견이 안 나와도 지속적인 증상호소가 있을 정도로, 그리고 상담했던 의사가 작업장에 가 보자 하니, 가지 마시라, 갈 곳이 못 된다 했다 할 정도로 열악한 작업환경이라면 개선을 강력히 권고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작업장을 가보지도 않고 아직까지 그 화학물질의 건강영향에 대해서 자료조차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타산지석. 아무리 바빠도 기본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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