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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을 다시 만나다

  2006년에 이 회사 검진을 할 때 침울했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고 퇴사전에 검진이라도 받게 해주자 해서 일정을 앞당겨 검진을 했었다.  사무직 여성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 그리고 잘 안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라인 전체를 내보냈는데,  마지막 날이라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눈에 핏발이 선 노동자들을 보면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일을 하느라 지친 노동자들을 보면서,  살아남긴 했지만 당장 일거리가 없어서 불안한 노동자들을 보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마음이 무거웠었다.

 

  세월이 또 그렇게 흘러 삼 년만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그 때 살아남은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회사는 그 뒤로로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했고, 당분간은 더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여전했다.

 

  민주노총 충남지부 상근을 한다는 이가 말하기를, 이 지역 다른 공장에서 90명 구조조정을 하게 되어 한 달 째 공장이 폐쇄된 상태에서 농성중이란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중인 회사 이름들을 들으니 이 지역 민주노조가 씨가 마를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에 50명을 내보낸 회사를 시작으로 금속 사업장은 가는 곳마다 구조조정중이었고, 남은 이들은 남은 이들대로 일터를 빼앗긴 이들은 그들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검진을 하는 나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아 원내검진만 하면서 까먹고 있었는데, 출장을 나가니 다시 부딪히는 현실이다.  지난 주에는 가까운 이가 회사사정이 어려워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많이 힘들어했다.  삐약거리는 어린 아이 둘을 둔 기혼 남성노동자, 맞벌이도 아닌데, 차마 말을 못하고 오랜 시간 괴로와 하다가 결정해 놓고 또 괴로와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까지 막막해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본다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사람들도 좀 있었다.  지난 몇 년동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속사정도 알게 된 사람들도 꽤 있고 그 동안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어 나역시 반가왔지만 이렇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검진을 하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레파토리를 좀 바꾸어야겠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그리고 그 내용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한쪽 보건교육 자료를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예전처럼 추진력있게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몸도 마음도 자꾸 게을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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