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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쟁이들은 글을 쓸 때 몸에 베인 버릇처럼[1] 먼저 자기가 의도하는 목적은 무엇이고 글을 쓰게 된 동기와 더불어 그 글이 동일한 대상을 다룬 전시대나 동시대의 작품과의 관계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가 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일을 설명이라고 따로 이름 지어 서설의 말머리에 내놓기 일쑤인데, 그 따위 행위를 철학 하는 데까지 와서 한다면 이것은 부질없는 행위로 보는 걸로 마무리 짓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밀하게 철학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붙들고 그 안에 푹 빠져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놓고 볼 때[2], 위와 같은 행위는 진정[3] 철학의 목적에서 빗나가는 아니 그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고 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행위에 이렇게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철학을 서술하는데 있어서 [진부하고 천박한] 생각이 아주 우아한 생각으로[4]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천박한 생각이 서설이란 곳에서 등장하여 철학 서술에 알맞다는 내용과 방식을 철학 밖의 관점에서[5] 내놓고 진리에 대하여 우왕좌왕하는 주장과 단언들을 엮어 짜 맞추기 식으로 시대의 경향과 각자의 입장, 즉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는 내용과 결론들을 나열하곤[6] 하는데 그 따위 식이 철학적 진리를 서술하는 방법으로 통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몸에 베어 굳어진 생각만이 이런 천박한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한몫 하는 것은 다른 학문에서보다 유난히 철학에서 일어나는 사람을 확 사로잡는 광채와 같은 확증인데[7], 무슨 말인가 하면 철학은 본질적으로 특수한 것을 내포하는 보편성이란 터전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목적이나 최종 결과만 손에 쥐고 있으면 쓸데없는 껍데기는 다 제거하고[8] 나아가 사물의 완전무결한 본질만이 고스란히[9] 표현되고, 그에 반해 사물을 전개하는 과정은 여기에 비춰 따져보면[10] 있으나 마나 [11]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철학 외 다른 학문은 이와 대조적이다. 해부학의 경우 관념적인 정의로만[12], 예컨대 <해부학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신체의 각 부분을 생명 없는 물체로 다루어서 얻어낸 지식>이라고 정의하는 것만으로 사태 자체, 즉 해부학의 내용을 완전정복 했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해부학의 내용을 실지로 소유하기 위해서는 시체를 정말[13] 해부해 봐야 한다는 것에 딴말이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나 더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이와 같이 잡다한 지식을 단지 한곳에 모은 것이지 학문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내놓을 수 없는 해부학과 같은 취합물의 경우에도 목적 등과 같은 일반성을 운운하는데, 이때 이런 논의는 보통 눈에 보이는 이 신경, 저 신경, 이 근육, 저 근육 등을 내용 자체로 삼아 그저 나열하는[14] 몰개념적인 방식과 전혀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 해부학의 이런 기술방식을 도입하여 철학을 이러쿵저러쿵하는 식으로 짜맞추고 또 그 목적을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사태를 전개하는 것이 껍데기일 뿐이라고 주장한 자기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되고 자기가 말하는 목적이 해부학에 대한 정의와 같은 것이 되어 스스로 자기가 사용하는 방식이 진리를 포착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자백하는 것이 되고만다.
[1] 원문
[2] 원문
[3] 원문
[4] 원문
[5] 역자주 4 참조
[6] 원어
[7] 원문
[8] 원문
[9] 원문
[10] 원문
[11] 원문
[12] 원문
[13] 원문
[14]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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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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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부분을 설명하면서 왜 총론이니 각론이니 하는 것들이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도저히 짜집기가 안된다.내가 이해하는 것은 자칭 철학이라고 하는 짓이 해부학이 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하면서 사실 해부학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 같은데... 총론이니 각론이니 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은 독일 형법밖에 없다. 그럼 법철학 쪽으로 헤겔을 이해하기 위해서... 누가 좀 해석좀 해 줬으면 좋겠다. 임석진교수의 번역에서도 등장하는데...정신현상학을 논리학쪽으로 끌고 갈려고? 그렇게는 안 될텐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