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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서설 §8

 

(§8) 이런 요구의 이면에는 억지에 가까운, 다른 이에 뒤질까 봐 앞을 다투듯이 하는, 그리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노력이 있다. 아무튼 이런 노력으로 관능적이고 비속하고 개별적인 것에 뿌리를 내리고 기생하는 사람들을 뽑아내어 그들의 눈길을 하늘높이 떠 있는 별들로 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배후에는 사람들이 신적인 것은 모두 망각하고, 흙과 물만으로 모든 욕구를, 발생하는 그 자리에서 즉시 충족시키는 지렁이와 같은 존재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예전에는 하늘은 온갖 사상과 형상으로 충만하게 꾸며진 상태였다.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의미를, 그것을 하늘과 연결시키는 빛의 줄기를 통해서 부여 받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승의 지금 이 자리에[1] 머무르는  대신 늘 하늘에 머물렀고, 이승을 넘어서 신적인 존재들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저승의 영원한 현재로[2] 늘 흘러 올라갔다. 이러한 정신의 눈을 하늘에서 떼어내  이승을 바라보게 하고 거기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행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천상계에서만 가능했던 명료함을[3] 몽롱하고 어지러운 것[4] 외 아무런 다른 의미가 없었던 이 세상에도 스며들게 노력하여[5] 현재적인 것 자체에 주목하게 하는 것, 즉 경험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유효한 것으로 수용되도록 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젠 다시 그와 정반대 되는 빈곤을[6] 운운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7] 지상계에 너무 강하게 뿌리를 내린 상태여서 이를 다시 위로 치켜 올리려면 예전과 같은 강제력이 필요해 졌다는 것이다. 정신의 빈곤함은 사막을 헤매는 자가 한 모금의 물 외 다른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과 같이 극심한 상황이 되어서 신적인 것을 한번 느껴보기만 하자고, 이런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갈증을 축여보자고 애타게 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신이 이따위 것에 만족하는 데에서 그의 상실이 얼마나 큰가를 가름할 수가 있다.



[1] 원문 현재

[2] 원문

[3]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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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문

[6] 원문

[7]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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