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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23일 함부르크에서 제38차 독일 녹색당 전당대회가 있었다.
평화, 환경보호, 소수자 권리 신장 등 녹색당의 핵심주제가 토론되고 결의되었다 (관련 독일 제1 공영방송 ARD의 기사 참조).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의 상위심급은 자유였다.
녹색당의 자유담론을 따로 정리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사회정의와의 긴장관계하의 자유담론이라 할 수 있겠다 (제38차 녹색당 전당대회 자유관련 결의안 참조). 여기서는 이 담론이 어떤 정치지형에서 발생했는지만 잠깐 살펴보겠다.
자유담론이 이번 녹색당 전당대회를 지배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상황이다. 즉, 지난 2013년 총선에서 ‘금지의 당’(Verbotspartei)이라는 이미지에 걸려 여론조사에서는 20%를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감소되어 8.4% 밖에 득표하지 못한 사실과 자유가 주제였던 자유민주당(FDP)이 정계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현황이다.
‘금지의 당’이란 이미지를 극복하고 자유당의 몰락으로 빈터가 된 정치공간을 녹색당 주도하에 재정치화함으로써 차기 정권 창출에 유연성을 가한다는 게 녹색당 자유담론의 목적이다. 쉽게 말하자면, 보수정당 기민/기사연합(CDU/CSU)와도 연방차원에서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6월 Cicero라는 보수엘리트/인텔리겐치아 월간매거진에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환경부장관 로버트 하벡(Robert Habeck)과 현재 슈트트가르트 시장인 프리츠 쿤(Fritz Kuhn) 계열에 속하는 프란치스카 브란트너(Franziska Brantner)가 공동집필한 글에서 이런 정황이 가시화되었다.
양자는 “Weg vom grünen Verbotskleinklein”(녹색[당]의 지리멸멸한 금지에서 벗어나야)란 제목아래 녹색당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서술한다.
녹색당 당원들에게 자유는 감정과 생각이 엇갈리는(”ambivalent) 거라고 운을 띄우고 난 다음 “녹색 자유” (“grüne Freiheit”)의 정체가 뭔지 질문한다.
“자유회의”(“Freiheitskongress”, 지난 9월 19일 개최)를 준비하고 총선 직후 이런 결의를 한 녹색당 지도부의 자유개념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독일 연방하원이 자유민주당 FDP와 함께 [FDP가 연방하원에서 탈락하므로써] 단지 신자유주의 정당을 상실했을 뿐, 책임을 지는 자유주의를 위한 세력은 상실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원한다. 자결과 자유사상(Liberalität)은 녹색당의 지붕아래 있다.”
(„Wir wollen zeigen, dass der Deutsche Bundestag mit der FDP nur eine neoliberale Partei verloren hat, nicht aber eine Kraft für einen verantwortungsvollen Liberalismus. Selbstbestimmung und Liberalität sind bei uns Grünen zu Hause.“)
말은 좋지만 메르켈에게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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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이 "부르주아 정당"(buergerliche Partei, 독어에서는 bourgeois과 citoyen의 구별이 없다. 둘 다 buergerlich다. 그래서 'buergerliche Partei'를 '시민정당'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이, 다시 말해서 중간층, 중도의 당이 되는 경향(참조:도이췌 벨레/DW, 논평: 중도로 향하는 기로에 들어선 녹색당( Kommentar: Die Grünen auf dem Irrweg in die Mitte), http://www.dw.de/kommentar-die-gr%C3%BCnen-auf-dem-irrweg-in-die-mitte/a-18081465) 아래 사민당의 정책에도 미세한 변동이 포착된다. 친 갈탄화력발전소 운영업체 정책을 고수해 왔던 사민당 당수 및 경제부 장관 가브리엘이 최근 이를 번복하고 엄격한 이산화탄소배출 억제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녹색당을 연정파트너로 생각하고 차기총선에서 중간층 공략을 한다는 선거공략을 회수하고 녹색당과 좌파당에게 내놓은 표를 다시 차지해야 한다는 애기들이 제기되고 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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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페쉬메르가 무기지원을 놓고 녹색당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았다. 녹색당의 기본이념인 평화주의, 즉 무기로는 절대 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주의적인 원칙이 무디어지는 지는 게 아닌가 했다. 근데 이번 정당대회에서 이런 평화원칙이 다시 확인되었다. 무기공급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이다. 단지 dissenting opion을 개인의 양심문제로 존중한다고 결의했다. 반면, 무기공급이 “잘못”(“falsch”)이라고 못박자는 결의안의 다수를 얻었지만 과반수에 못미쳐 통과되지 못했다.시리아 북부 쿠르드 자치구역 로자바의 3 칸톤의 하나인 코바니 문제를 둘러싸고도 근본주의 평화주의자들은 무기공급을 원칙적으로 반대했다.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의원은 좌파당 소속 얀 판 아켄(Jan van Aken)이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한반도 비핵문제와 관련 한국의 ‘진보진영’이 북핵문제를 놓고 얼마나 원칙을 고수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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