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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종종 독일에서는 썬팅한 자동차가 보기 드물다며 그 이유를 묻는다. 그럴 때마다 속으론 ‘별것에 관심도 있네’하면서 “한국에서는 썬팅을 다 하나보죠”하고 마는데, 자꾸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나도 “왜 그럴까?” 질문하게 된다.
그 이유를 조사할 툴이 없고 또 그럴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내 자신을 묻는 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자동차 썬팅을 어떻게 생각하지?”
한마디로 말해서 유치하다.
독일에서 “투명성”은 아마 68세대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당시 학생운동의 동인은 다양했다. 그 중 하나가 교수들의 권위주의적인 아비튀스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교수가운아래 천년 묵은 곰팡내”(“Unter den Talaren Muff von 1000 Jahren”)란 슬로건아래 권위주의적인 전통학문과 독일 제3제국 천년을 꿈꾸다 13년 만에 망한 나치에 기생하고 전후 독일로 연명한 교수들을 꼬집고 반발하기 시작했다. 은폐되어 썩은 것들을 활짝 열어제끼자는 말이었다.
이런 마인드는 학생들의 생활환경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당시 대학생들은 방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게 커튼을 걷어 치워버리고 생활하기 시작한다. 이런 마인드는 68세대가 차후 독일의 주류가 되면서 지배적의 멋 감각으로 (최소한 기능엘리트층에서) 일반화된다. 68세대에 의해서 사회화된 사람들은 바우하우스(Bauhaus) 스타일의 열린 공간을 선호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계에서는 복고풍 디자인의 벤츠 S 클래스보다 바우하우스 디자인 감각을 보이는 Audi A8를 선호한다. 거기다 썬팅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아마 신성 모독에 준한 행동일 것이다.
썬팅을 한 승용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썬팅을 한 승용차는 십중팔구 VIP용 고급 승용차이거나 아니면 뭔가를 보여주려는 20대 초반 시골 혹은 저학력 풋내기들이다. 썬팅에 대한 유치한 느낌이 여기에 있다.
썬팅에 대한 한국의 느낌은 물론 다를 것이다. 허구한 “멋”보다는 다른 기능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 허구한 “멋”이 주요 이유라면, 다시 말해서 썬팅을 하는 것이 주류층의 멋이고 그것이 일반화되었다면 이건 한국사회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독일 사람들은 보통 상류층의 멋을 따라가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제멋대로 살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 계층화의 골이 깊다. 이런 사회계층화가 가장 심한 부분이 교육이다. 한국에서는 독일 교육제도가 좋게 평가되는 것 같은데, 어린이를 3분류로 구분하여 교육하는 것은 그 근간이 비민주적이고 또 비민주적이다.
암튼, 나에게 자동차 썬팅은 좀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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