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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접근을 통한 변화' - 1

접근을 통한 변화
(1963.7.15  독일개신교 아카데미 투찡에서의 에곤 바르의 발제)

원문

 

최근에 통일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보따리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연을(Korreferat) 하지 않고 단지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깨달은 점(Anmerkungen)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것들은 [다른 방향으로의] 토론을 자극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고 우리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계속하면 과연 통일정책의 전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회의와 통일정책을 가능한 한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롭게 두루 생각해야(durchdenken) 할 때가 되었고 이게 우리의 의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로운 통일정책은] 물론 베를린문제가 따로 해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독일문제가 동서대립의 일부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독일인이 한 [협상]테이블에 모여서’(Deutsche an einen Tisch)라는 구호는 [얼핏 독일분단 극복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항상 독일분단의 인정에 기여하는 구호일 뿐이었다. 소련이 아직 예전과 다름없이 동독을 [소련]방위의 완충지역으로(Glacis) 꽉 붙들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베를린에 민주주의자가 앉아있다고 이론적으로나마 상상해 보자. 이때 곧바로 분명해지는 것은 통일은 오직 독일인의 일이라는 소련의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는] 테제가 동베를린에서의 소련 총독의 지배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의 전제조건들은 오로지 소련과 함께 마련될 수 있다. 통일은  동베를린에서 얻을 수 없고, 소련에 대항하여 , 소련을 제쳐놓고 얻을 수 없다. 어찌되었든, 동베를린과 협력해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결국 소급되는 관념들을 개발하는 사람은 환상에 매달려 있는바, 20 혹은 22개의 잘  무장된 소련 사단들이 [동독에] 주둔해 있음을 생생하게 그려보기 바란다.

 

통일은 외교적인 문제다. 이것은 수많은 결의와는 모순되지만,  독일연방정부 산하 전독일문제부가 아니라 외무부가 통일문제덩어리를 소관하고 있다는 건 현실적인 상황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이런 소관분담이 DDR[동독 약자]의 인정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하게끔 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평화전략은 공산주의 지배는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변화되어야 한다는 문구로 정의될 수 있다. 미국이 시도하기 원하는 동서관계의 변화는 우선 현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현상 극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것이, 지금까지의 압력과 反압력의 정치가 단지 현상의 경직만을 야기하고 난  이후에, 새로운 전망을 개시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 좋고 평화적인 의미에서 더 강한 세계라는 확신이  자신과 다른 쪽이 문을 열고, 지금까지의 [동독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해방관념을 보류하는 시도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런 구상에서 특별한 독일 과제가  있는지 아닌지 그 여부에 있다. 나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동서관계의 발전에서 배제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런 틀 안에서 오직 독일인만이 실현할 수 있는 과제가 있다. 왜냐하면 민족이 분단된 우리는 유럽에서 유일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평화전략을 독일에 적용하여 얻게 되는 첫째 결론은 다 아니면 무(無)라는 정치를 [배설하듯] 버리는 것이다. 자유선거 아니면 무, 전독일의 자유결정권 아니면 완강한 아니요,  첫걸음으로 선거 아니면 거부, 이런 모든 것들은 구제불능의 옛것이고 비현실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평화전략[이라는 맥락]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sinnlos) 것이다. 오늘날에 분명한 것은 통일이란 어느 역사적인 회담에서, 역사적인 어느 날, 어느 한 역사적인 결의로 한꺼번에 완성되는 한 번의 행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많은 발걸음과 수많은 단계를 수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른 쪽의 이익도  역시 인정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케네디의 말이 옳다면, 소련은 분명 동독이(Zone=소련 관할 지역) 서구의 역량  강화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빼앗기는 걸 가만두고 볼 수 없다. 동독(Zone)은  소련의 동의아래 형상을 바꿔나가야 한다. [소련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는 통일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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