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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리턴: 돈, 권력, 그리고 땅콩
이렇게 제목은 달았지만 글이 쓰여지지 않는다. 중첩되는 여러 이미지가 한 줄로 꿰매지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 들이다.
1.확인 사살
땅콩서비스가 잘못되었다고 회항하여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 이걸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말이 있을까?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는 전쟁터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확인사살. 상대를 비인간화하는 사상에 근거해서 자행된 확인사살, 이 이미지가 ‘땅콩회항’ 사건에 겹친다.
군복차림의 한 독일인(중앙)이 우크라이나의 미조츠에서 유대인 집단학살후 한 유대인 여성을 확인 사살하고 있다. (인용: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ekdrn111&folder=103&list_id=8584089)
2.포용의 몸짓
학교에서 배운 그림읽기(Bildinterpretation)에서 접한 한 폭의 그림이 떠오른다.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30년 전쟁 중 네덜란드의 브레다성의 항복을 묘사하여 그린 <브레다성의 항복>이다. 정복한 성은 반듯이 깔아뭉개버렸던 30년 전쟁에서 사실에 근거하여 포용과 화해의 유토피아를 그린 그림.
3.도이체 방크(Deutsche Bank/독일은행) 회장의 “땅콩” 발언
힐마 코퍼(Hilmar Kopper)가 도이체방크 회장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슈나이더라는 건설업주가 중소건설업자들을 등쳐먹는 일이었는데, 도이체방크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약 5천만 마르크를 등쳐 먹었는데, 힐마 코퍼가 이를 두고 “peanuts”라 하고 대신 갚아주겠다고 한 것이다. 빗발치는 언론의 비판에 여유있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비꼬는 사진으로 대하는 힐마 코퍼의 여유있는 자세.
(독일 중도우파 유력일간 FAZ 광고사진: "Dahinter steckt immer ein kluger Kopf."([FAZ 일간 뒤에는 항상 영리한 두뇌가 있다." 힐마 코퍼의 "피너츠" 발언 풍자한 광고 사진. 코퍼가 미국 땅콩 농장에서 땅콩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 위에 앉아서 FAZ를 읽고 있다.)
4.환대(hospitality)와 공손(Zivilität, civility)
지긋지긋한 세상을 그래도 훈훈하게 해주는 게 있다면 아마 환대일 거다. 환대의 법이 무너진 지금에 와서는 최소한의 도덕인 공손이 이를 대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한국 광산노동자들을 끝가지 챙겼던 독일인 기숙자사감(Kurt Koblitz란 분이었는데 나중에 사민당 직선 연방하원의원이 됨)의 장례식장을 찾은 한 한국 광산노동자. 그는 혼자 쓸쓸이 앉아 있었다. 근데 장래식 내내 그 곁에 앉아 동무해 주었던 헤르베르트 베너(60/70년대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와 함께 사민당 ‘3인방’으로 불림). 이 조그만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훈훈함이 아직도 사민당에 애정을 갖게 한다.
5.한국사회의 일면을 “섬광처럼”(blitzhaft, 발터 벤야민) 보여주는 변증법적 이미지로서의 “땅콩회항”
“인간백정의 역사”(경향신문 이기환 기자의 흔적의 역사)에 사학자로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사건. “땅콩회항”이 “인간백정의 역사”의 한 현실적인(actual) 형식이라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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