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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달의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서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104125427
중·고교 필수 과목에 '정당 만들기' 들어간다면? (프레시안,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2013-01-04 오후 7:03:59)
[5년, 민주주의]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1.
민주주의는 왜 필요한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기초를 둔 정치 체제'라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편협한 상식과 불합리한 편견에 휘둘리는 우민 정치로 퇴락하는 것 말고, 다른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차라리 양심적이고 유능한 소수의 인재들이 사회와 공익을 위해 공동체에 헌신하는, 귀족정 내지 철인 정치 체제가 더 낫지 않을까. 그들이 국민과 소통 잘 하고 국민의 뜻 어긋나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터넷도 있고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도 있고 모바일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왜 꼭 정당과 정부 같은 낡은 모델을 고집하는가. 정부 대신 민관이 함께 하는 협치 모델을 구현하고 폐쇄적 정당 조직 대신 네트워크형 정치 참여 모델을 구현하면 되지 않겠는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상과 같은 정치관이 크게 대두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국 정치가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것 사이에 위태롭게 걸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해보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지불식간에 민주주의가 아닌 생각들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읽을 만한 민주주의 관련 책을 추천하라면, 단연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조기제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을 꼽겠다. 20세기 최고의 민주주의 이론서라고 할 이 책은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집합적 지혜에 기초를 둔 정치 체제로서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싶다면 여러모로 이 책은 유익하다. 우리의 민주 정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 가운데는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문제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정말 남다르다고 본다.
2.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체제와 싸울 때는 민주주의 운동론 내지 민주주의 투쟁론으로 충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 이상, 이제 민주주의론은 민주 정치론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핵심은 민주 정치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보통의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문제에 있어서 유능함이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시민을 단순히 투표의 숫자로만 이해하는 것은 민주 정치가 아니다. 그런 정치는 권위주의 때도 있었다. 시민의 참여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선거 때만이 아니라 선거와 선거 사이의 일상적 시기에도 시민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조직적 조건을 가져야 한다. 이를 이끌 좋은 리더도 필요하고 사회의 다양한 열정과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들도 필요하고 활동가도 필요하다. 나아가 그들에게 민주적 책임성을 부과할 제도와 절차, 규범도 확립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민주 정치를 위한 '조직화의 비용'이다. 당연히 그 비용을 어떻게 치르고 어떻게 최적화해서 더 나은 성과를 낳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간 야당은 그 비용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무정형의 여론 시장을 향해 무작정 나아가는 쉬운 선택을 하고 말았다. 국민 경선제, 여론 조사, 모바일 투표 등이 앞세워지면서 당원의 참여가 중심이어야 할 당의 하부 조직은 무너졌다. 어떻게 해서든 조직화의 실패를 극복하고 더 강하고 더 능력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먼저 민주 정치를 이해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왜 다시 패배했나? 내가 보건대 가장 큰 이유는 정당으로서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한 데 있다. 후보 개인만 있을 뿐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좋은 정당 없이 민주주의가 그 가치대로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망상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또 정당 타령이냐" 하고 힐난할지 모르나 좋은 정당을 만들지 못한다면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화만 내고 냉소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 정당의 조직적 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문제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 빼고 야당의 정치적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방법은 없다.
3.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역시 민주화 초기 단계에서 정당은 홀대받았다. 보수 쪽으로부터는 국민 전체의 일반 의지를 대표해야지 왜 이념과 계층적 차이를 조직하는 정당을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키느냐는 비난을 들었다. 진보 안에서도 직접 행동 내지 혁명을 강조하는 생디칼리스트들부터 정당 정치는 쉽게 비난 받았다. 서유럽의 경험을 기준으로 볼 때, 대중 정당을 통해 민주 정치에 참여하는 것의 가치가 다수에게 지지받는 데는 거의 한 세기가 필요했다.
스웨덴의 경우 한 때는 성인의 3분의 1 가까이가 당원인 적이 있었고 다른 서유럽 국가들 역시 유사한 경험을 했다. 정당에 의해 시민 권력이 조직됨으로써 국가 관료제를 민주적 통제 하에 둘 수 있었고 경제 권력을 규제할 수 있었으며 계층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정책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독일의 한 가정집에 보름 정도 머물면서 과연 이 나라를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는 나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모두 민주화되어 있음에도 가장 평화로운 노사 관계를 갖는 나라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북유럽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 나라에서 국가는 권력 기구가 아닌 공동체에 복무하는 기능 집단 같다고 말하곤 한다. 정당의 존재는 모든 곳에서 발견되지만, 당원이 될 필요는 점점 줄어드는 것도 이들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정당의 기능이 이미 공적 기구 곳곳으로 용해되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원이 되고 정당 행사에 참여하는 일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기존 정당이 경직되는 듯이 보이면 녹색당이나 해적당과 같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기존 정당 체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우리도 이랬으면 좋겠다. 좋은 정당이 시민 권력을 잘 조직해 정치를 좋게 만들고 그 힘으로 국가 기구 전반을 민주화함으로써 경제 권력에 의한 불평등 효과를 완화하고 사회를 공동체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우리는 제대로 된 정당, 제대로 된 정당 정치가 안 돼서 고통 받는 것이지, 정당의 시대가 끝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4.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간 적이 있다. 청소년 정치 교육 교재들을 둘러보면서 한 권의 얇은 책을 발견했다. 1장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브라질 커피 농장 노동자에게 얼마가 돌아갈까?" 아이들에게 글로벌 노동 시장 문제를 생각해 보라며 던진 질문이었다.
3장은 "정당을 만들어보자"였다. 예시로 나온 것은 "숙제하기 싫은 당 만들기"였다. 아이들에게 그런 무책임한 상상을 하게 해도 되나 생각했는데, 내용은 달랐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방과 후 학습을 일률화해서 숙제를 내는 것을 비판하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커지는 방법으로 바꿔주기를 요구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청소년기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으면 성인이 되어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는 나라들도 유럽에는 많다.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란다. 우리는 어떤가. 아이들에게 노동이 인간 공동체를 지탱시켜주는 기본 가치라는 것을 가르치나. 시민이면 누구든 정당에 가깝게 다가가고 필요하면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나. 우리들의 미래 시민인 아이들이 공익적 열정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텐데, 그럴 기회가 억압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체격은 이미 어른인데 그에 맞는 민주적 인식을 갖게 해주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 구조 때문에 삐뚤어진 심성을 키워가도록 무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달라졌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민주 정치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일하는 것의 가치와 보람을 갖게 하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사회를 해체할 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봉사가 자율적 선택이 아닌 점수가 되고 스펙이 되면 더는 봉사가 아니다. 대신에 시민 교육 내지 공민 교육의 시간이 배정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시민됨의 보람을 갖게 하는 민주 정치의 가치가 아이들에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그럴 때쯤 되어야 우리의 민주주의도 그 가치대로 실천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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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준예산 사태 경과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3/01/07/0701000000AKR20130107180800061.HTML
성남시의회 파행, 결국 시민이 몸으로 막았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2013/01/07 19:35)
집단퇴장으로 정회시도 시의원들 '육탄 저지'
해가 바뀌어도 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경기도 성남시의회의 계속된 파행이 결국 '화난' 시민의 힘에 의해 끝났다.
시의회는 7일 뒤늦게나마 시의 새해 예산을 의결했다.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오전 10시 개회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늦게 출석하는 바람에 오전 11시45분 시작했다.
그러나 예산안을 먼저 처리할지, 조례안을 먼저 처리할지를 놓고 옥신각신 설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당장 시급한 올해 예산안부터 의결하자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은 의회운영 절차대로 조례안부터 처리하자고 맞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분양사업 안건 등 주요 현안 의결을 미루자고 주장하며 정회를 요구하고 본회의장 퇴장을 시도했다.
새누리당 집단 퇴장은 본회의장 밖에 있던 주민들에게 저지당했다. 주민 100여명은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예산안 의결이 불발돼 민생사업이 파행한다며 본회의장 밖과 방청석에서 의회를 압박하고 있던 터였다. 앞서 오전 시청광장에서는 성남지역 10여개 시민·단체 회원 200여명이 준예산 사태를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전체 의석 34명 중 과반인 18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집단 퇴장하면 의결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 지난 연말 임시회를 비롯한 본회의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해 넉 달간 의회 파행도 새누리당이 사실상 등원을 미룬 탓이다. 이날 주민이 의원 퇴장을 막아선 것도 '정회=파행'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새누리당 측은 의원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며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장은 논쟁의 핵심인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기명투표에 붙였고 새누리당 당론대로 18대 16으로 보류 처리됐다.
성남시는 예산의결 이후 입장발표 자료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준예산 사태를 시민 힘으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민주통합당이 본예산 표결(찬성 20명, 반대 14명)에 반대표를 던져 준예산 사태 연장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의원협의회는 "민주통합당 수정예산안이 새누리당 반대(찬성 18명, 반대 16명)로 부결됐고 위례신도시 아파트 사업 등 진정한 민생예산은 새누리당 주도로 칼질 삭감됐다"며 "새누리당 등원 거부에 분노한 시민이 준예산 사태를 막았다"고 반박했다.
시민을 등한시한 여야 정당간 갈등으로 빚어진 시의회 파행과 시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결국 시민의 힘에 의해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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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1443
성남시 준예산 사태 놓고 서로 '네탓' 공방 (오마이뉴스, 2013.01.04 11:13 l 원정연(helpwjy))
이재명 시장 "날치기 하다 안 되니 보이콧"... 새누리당 "서민예산 볼모로 한 공작정치"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이한 성남시에서 각종 민생현안 예산들이 줄줄이 집행 중단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시의회 새누리당 간의 책임 공방이 연일 이어지면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준예산 편성에 따라 시는 공공근로사업 및 대학생 행정보조 아르바이트에 이어 동 주민자치센터 및 수련관 강좌 프로그램 운영, 시내·마을버스 보조금 지원, 무상급식 지원비 등의 지급을 중단시켰다. '법령 또는 조례상 지출의무 경비' 항목에 해당되지 않아 준예산 집행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시장은 3일 오전 성남시청 한누리실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열고 준예산 사태에 따른 각종 민생사업 중단과 관련해 시의회 새누리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간 사실상 날치기에 가까운 횡포를 부려온 다수당(새누리당)이 소수당(민주통합당)과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이탈표를 우려해 표결을 회피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면서 "행정마비와 시민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를 앞세운 새누리당의 의회 보이콧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의 주인인 시민이 시정살림에 관심을 갖고 일꾼들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간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시의회 파행의 배후에 새누리당 고위당직자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시장은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만 원만한 예산 처리를 위해 잠시 공개를 보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신속하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시민피해가 계속된다면 박근혜 당선자와 새누리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도시개발공사 설립 논란에 대해서도 "재정악화나 방만 운영이 우려된다면 조례에 정원 규정 및 사업별 시의회 승인 절차를 조례에 추가하면 된다"면서 "개발이익이 명백히 남는 사업을 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을 이같은 이유로 막겠다는 것은 발목을 잡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도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의 언론플레이는 파렴치한 시정잡배 짓거리"라며 "민주통합당이 회기 종료 직전 협상을 파기해 빚어진 시장과의 합작품으로 서민예산을 볼모로 잡고 공작정치를 한다"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은 "도시개발공사 설립과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사업을 6대 시의회에 부의하지 않은 조건으로 정자동 시유지 매각, 미래혁신교육도시 예산 일부를 통과시키기로 협상을 했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를 파기했다"며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즉각적인 내년도 예산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통합당협의회도 한 시간 뒤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상임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다뤄 본회의 의결을 남겨둔 주요 현안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새누리당 일부 강경파의 폭거"라고 지적하며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으로 이를 두고 예산처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준예산 사태는 새누리당협의회의 6개월간 지속된 본회의 등원거부로 인한 결과로 과도한 견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집행부의 발목잡기를 넘어서 시민들이 발목 잡혀 쓰러진다는 교훈으로 새기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5시께 최윤길 시의장을 방문해 이영희 대표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 15명이 서명한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전달하고 7일 제192회 임시회를 열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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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12229385&code=950201
성남시, 사상 초유 ‘준예산’ 체제로 (경향, 최인진 기자, 2013-01-01 22:29:38)
ㆍ시의회 파행 탓… 서민 복지사업 타격
경기 성남시가 시의회의 파행 탓에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체제로 새해 살림을 꾸리게 됐다. 이 체제에서는 공무원 인건비나 이미 예산 승인을 받은 사업비 등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예산안 재의결 때까지는 신규 사업과 무상급식 등 각종 복지 사업이 대부분 중단돼 서민 복지가 타격을 입게 됐다.
성남시는 시의회가 법정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열어 2013년도 예산안 2조1222억원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자정까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산회됐다고 1일 밝혔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새해 살림을 준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게 됐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지방재정법에 따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할 수 있다.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에 한정된다.
각종 지원금과 신규 사업비 1440억원은 집행할 수 없다. 특히 서민 복지 등 주민들과 밀접한 사업은 대부분 중단된다. 집행불가 사업에는 무상급식 지원금, 공공근로 사업비, 보훈명예·장수 수당, 사회단체 보조금, 민간행사 지원금, 운수업체 보조금, 공동주택 보조금, 어린이집과 사회복지관 건립공사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의회 파행은 다수 의석(전체 34석 중 18석)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등원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당론으로 반대해온 새누리당은 이번 임시회기 동안 민주통합당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다수당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정치적 계산을 노린 이재명 시장 집행부와 민주당의 협상안 파기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의회에 즉시 임시회 소집을 제의해 예산안 재의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장이 임시회 소집을 요구할 때 시의회는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열도록 돼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의회 파행은 수적 논리를 앞세운 새누리당의 횡포”라며 “막대한 시민 피해와 시정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남시의회는 2010·2011년에도 법정기한 마지막까지 대립하다 겨우 예산안을 처리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362467
성남시의회 파행 비상…전국 지자체 첫 '준예산' 편성 (노컷뉴스, 2013-01-02 08:28 | CBS 윤철원 기자)
경기도 성남시가 시의회의 파행으로 전국 지자체 사상 처음 ‘준예산’ 체제로 새해 살림을 꾸리게 됐다.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제19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2013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자정까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회가 파행되면서 자동 산회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2012년 법정 회기 종료 직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해 준예산안을 편성, 집행하는 비상상황을 맞게 됐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할 수 있다.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에 한정된다. 그러나 각종 지원금과 신규 사업비 1,440억원은 집행할 수 없다.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일부 사업이 중단돼 일부 시민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상황.
집행 불가 사업에는 공공근로 사업비, 보훈명예 수당, 장수 수당, 사회단체 보조금, 민간행사 지원금, 운수업체 보조금, 공동주택 보조금, 무상급식 지원금, 수내·중앙동 어린이집과 도촌종합사회복지관 건립공사비 등이 포함된다.
의회 파행은 다수의석(전체 34석 중 18석)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등원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 미달로 의안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당론으로 반대해온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회를 요청한 뒤 주요 안건 처리 문제를 놓고 온종일 민주통합당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다.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도시개발공사 설립 등 성남시 미래와 관련된 첨예한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오만의 정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협상안을 뒤집은 민주통합당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준예산 사태 책임을 성남시와 민주통합당에 돌렸다. 성남시와 민주통합당에서는 새누리당이 내부 이탈표로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등 당론으로 반대한 일부 안건이 통과될 것을 우려해 등원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시의회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아 준예산이 편성되자 1일 오전 7시 이재명 시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정상 출근, 긴급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 시장은 “공공근로사업, 무상급식지원 등 민생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는데 따른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과 준예산을 조기에 편성해 시정 마비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성남시는 내년도 예산안 2조1,222억원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의회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치며 679억원이 삭감된 상태였다. 성남시의회는 2010년과 2011년에도 대립 끝에 회기 마지막 날 자정이 임박해 예산안을 처리, 준예산 사태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http://www.yonhapnews.co.kr/local/2013/01/02/0811000000AKR20130102124600061.HTML
'준예산 체제' 성남시 민생피해 현실로(종합)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2013/01/02 15:01)
예산파행 여파 공공 근로·대학생연수 연기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경기도 성남시에서 서민 생계수단인 공공근로 사업과 아르바이트 성격의 대학생 지방행정연수 체험이 중단되는 등 민생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성남시는 2일 시작하려던 올해 1단계 공공근로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4일부터 예정된 대학생 지방행정체험 연수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 의회 파행으로 올해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준예산 집행대상 경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시는 올해 4개월 단위로 3단계에 걸쳐 공공근로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날 893명(연인원 6만7천868명)을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 예산 57억원(1단계 20억원)이 의회 파행으로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첫 출근과 함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급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성남시 설명이다.
1단계 공공근로사업 참가자들은 환경정비, 보건소 재활·물리치료와 간병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대부분 정기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당장 본인은 물론 부양가족까지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는 62세 이상 고령자가 40%를 차지하고 있고 혼자 살거나 손자·손녀나 장애인을 부양하는 사람도 있다.
공공근로사업으로 받는 한 달 수입은 4대 보험 혜택을 제외하고 65세 미만이 73만원, 65세 이상은 41만원 안팎이다. 65세 미만을 기준으로 주 5일, 28시간 근로조건에 일당 2만7천216원과 별도 부대비 2천500원을 받는다. 성남시는 올해 서민 생계 보호 차원에서 공공근로사업을 예년보다 하루 168명(연인원 7만4천명)이 많은 연인원 21만명으로 확대했다.
대학생 지방행정 연수사업(총예산 겨울·여름 200명씩 3억1천만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 등 저소득 가정을 우선순위로 선발했다. 학비도 보태고 직업체험도 할 수 있어 하루 수당이 1만9천200원이지만 200명 모집에 460명이 신청할 정도로 경쟁이 뜨겁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근거한 직업체험을 겸한 일자리 창출 사업이지만 이 역시 의회 파행에 발목이 잡혔다. 더구나 연수기간(1월4일~2월26일 37일간)이 방학과 맞물려 있어 사업이 늦어질수록 학생들이 받는 수당은 줄어 학생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시 실무부서가 공공근로사업 대상자에게 사업중단 사실을 통보하자 '새해 첫날부터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 '대학생 알바(아르바이트)까지 가로막아야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서민생활 안정을 돕고자 대상자를 늘려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사업이 새해 벽두부터 중단되는 비상상황을 맞았다"며 "의회가 하루빨리 소집돼 예산안이 통과돼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22225215&code=950201
성남시 준예산 체제, 민생피해 현실로 (경향, 최인진 기자, 2013-01-02 22:25:21)
ㆍ공공근로사업·대학생 지방행정 연수체험 중단
시의회 파행으로 올해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경기 성남시에서 서민 생계수단인 공공근로사업과 아르바이트 성격의 대학생 지방행정 연수체험이 중단되는 등 민생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성남시는 2일 “오늘부터 시작하려던 올해 1단계 공공근로사업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4일부터 예정된 대학생 지방행정체험 연수사업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남시는 올해 4개월 단위로 3단계에 걸쳐 공공근로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날 893명(연인원 6만7868명)을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 예산 57억원(1단계 20억원)이 의회 파행으로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첫 출근과 함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급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성남시 설명이다.
1단계 공공근로사업 참가자들은 대부분 정기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당장 본인은 물론 부양가족까지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62세 이상 고령자가 40%를 차지하고, 혼자 살거나 손자·손녀나 장애인을 부양하는 사람도 있다. 공공근로사업으로 받는 한 달 수입은 4대 보험 혜택을 제외하고 65세 미만이 73만원, 65세 이상은 41만원 안팎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올해는 서민 생계보호 차원에서 공공근로사업을 예년보다 하루 168명(연인원 7만4000명)이 많은 연인원 21만명으로 확대했다”며 “사업을 시행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생 지방행정 연수사업(총예산 겨울·여름 200명씩 3억1000만원) 대상자들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 등 저소득 가정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저소득 가정의 대학생들에게 이 사업은 학비도 보태고 직업체험도 할 수 있어 200명 모집에 460명이 신청할 정도로 경쟁이 뜨거웠다. 연수기간(1월4일~2월26일 37근무일)이 방학과 맞물려 있어 사업이 늦어질수록 학생들이 받는 수당은 줄어 학생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성남시 실무부서가 이날 사업 대상자들에게 사업 중단 사실을 통보하자 ‘새해 첫날부터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 ‘대학생 알바(아르바이트)까지 가로막아야 하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서민생활 안정을 돕고자 대상자를 늘려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사업이 새해 벽두부터 중단되는 비상상황을 맞았다”며 “의회가 하루빨리 소집돼 예산안이 통과돼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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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2&nnum=690796
성남시의회 ‘도시개발공사 설립’ 놓고 또 대치 (내일, 성남 곽태영 기자, 2012-11-26 오후 2:26:52)
새누리 "당론 반대" 등원 거부 … 당 내분, 여야 대립으로 파행 우려
후반기 의장단 선거 등 감투싸움으로 4개월여 동안 파행을 빚었던 경기도 성남시의회가 이번엔 '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을 놓고 대치국면에 들어갔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제190회 제3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안' 등 각 상임위원회별 조례안 심사 결과를 보고, 의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도시개발공사 설립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본회의 등원을 거부했다.
앞서 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는 지난 22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운영 조례안을 난상토론 끝에 조건부로 수정가결했지만 새누리당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사가 설립되면 시장의 선심성, 전시성 공약사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공사 경영부실을 가져와 결국 지자체에 심각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시민투표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상임위에서 격론 끝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조건부로 찬성한 만큼 본회의에서 책임성 있게 논의해 처리하면 될 일을 본회의 등원까지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이 12시간 넘게 대치하던 중 행정기획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한구, 권락용 의원이 '무리한 당론'이라며 당 방침에 반발,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본회의에 등원하면서 무산될 뻔한 본회의가 성사됐다. 두 의원이 등원해 전체 의원 34명 중 18명이 참석, 의결 정족수(재적의원의 과반)를 충족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30일 제4차 본회의, 다음달 18일 제5차 본회의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조례안 심의 등 남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으나 본회의에 등원할지는 미지수다. 또 민주통합당이 상임위에서 부결된 '정자동 시유지 매각' 및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건립사업' 등 공유재산관리변경 계획안도 의원 서명을 받아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당론 거부에 따른 새누리당 내분과 여·야간 대립으로 남은 정례회 회기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성남시가 추진하는 현안 사업은 이번 정례회 기간 중 여야간 의견 충돌 끝에 줄줄이 부결 또는 심사 보류됐다. 전체 43건의 안건 중 1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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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심의기간 30일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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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 관련 프레시안 기획기사 (2012년 10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926174333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프레시안,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2012-09-28 오전 7:49:49)
[돌봄노동 연속기고·①] 바우처 제도의 그림자
2006년 이후 한국 사회 복지제도 중에서 사회서비스제도는 두드러지게 확대됐다. 사회서비스인 전자바우처의 제공대상은 2008년 약 60만 명 미만에서 지난해 약 140만 명으로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 재원의 경우 같은 기간 약 2850억 원에서 7707억 원(보육의 아이사랑바우처 제외)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용자와 재원 규모의 적정성을 논외로 한다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제도의 수치적인 발전 전망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가 확충된 이후 '서비스 공급구조의 시장 편향성' 문제, 그에 따른 결과로서 '서비스 질적 제고의 한계'와 '돌봄노동자의 노동문제' 등은 지속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정책에 전향적인 개혁의지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성' 확대가 거론될 뿐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새 정권은 사회서비스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데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충돌하고, 경직된 국가재정운용은 팽창된 복지담론에 미치지 못하며, 사회서비스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식도 낮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근본을 바꿀 만큼의 절박성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그냥 묻어 두기에 적당히 괜찮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회서비스, 특히 돌봄서비스는 우리 사회가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되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한 사회의 돌봄서비스 수준은 그 사회가 사람의 가치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다. 이에 필자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문제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훼손하는 가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서비스란 개인이나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이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서비스 영역은 사회복지(보육, 아동/장애인/노인 등 요보호자에 대한 돌봄), 보건의료(간병, 간호 등), 교육(방과 후 활동, 특수교육 등), 공공행정 등이다. 영역은 구분되지만 사회서비스는 포괄적으로 돌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돌봄서비스의 다른 이름이다.
전통적으로 아동이나 노인에 대한 돌봄은 주로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와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변화는 사회적 돌봄의 필요를 대두시켰다. 돌봄에 대한 책임도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돌봄이 사회적 책임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돌봄의 가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가정에서 수행됐던 돌봄의 가치는 특정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다. 즉 돌보는 사람의 이해와 목적을 위해 돌봄의 대상자인 아동이나 노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의 가치는 '타인지향적'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수행하던 돌봄을 사회적 돌봄으로 바꾸려면, 행위의 동기가 '자기지향적' 요소보다는 '타인지향적'으로 실현되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그런데 보육시설이나 요양시설이 개인의 재산권을 근거로 설립되고 운영된다면 돌봄의 가치는 자기지향적 요소로 지배될 수밖에 없다. 돌봄서비스에서 이윤이 중요한 동기로 작동하면 돌봄의 가치는 시장적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과 같은 요보호자들은 대상화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대상화된 시장으로 가족을 진입시켜야하는 딜레마에 노출된다.
돌봄서비스는 전자바우처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처제도란 일종의 쿠폰제도로, 이용자가 특정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을 정부가 대납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전자바우처 사업은 노인돌봄, 가사간병도우미, 산모신생아도우미, 장애인활동보조, 아이돌보미, 지역사회서비스 투자 등이다. 이러한 다양한 바우처사업은 생활시설, 재가, 그리고 보육시설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서비스질은 정부가 현금지급 방식인 바우처사업의 대부분을 민간기관에 떠맡기면서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시설의 대표적인 사례인 노인요양시설의 경우를 보자. 최근 사설 노인요양기관이 급격히 늘어났고 시설들 사이에서 노인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지만, 서비스 수준은 시설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은 시설에서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구조에 처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가족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설의 운영방침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한국에서 3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생활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20%나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사실 국제적으로 노인에 대한 서비스는 시설보다 재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추세다. 이는 노인이 그동안 향유해왔던 삶의 터전에서 살게 하되,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생의 마감이 아니라, 생이 지속되는 생활의 지원이 서비스의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그런데도 노인들의 시설 입소가 늘었다는 사실은 노인 스스로가 자녀의 부담을 덜거나 가족 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시설에 입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노년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목적과 다르게 오히려 당사자의 복지를 왜곡시켰다. 이 구조를 단절할 수 없다면 결국 개인과 사회가 노인부양의 책임을 사설시설에 맡긴 형국이 된다. 이것을 이용권 강화라고 볼 수 있을까?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재가서비스의 현실은 어떨까. 재가서비스는 가정으로 파견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을 측정하기 어렵다. 특히 독거가구에서 이용자와 제공자 사이의 서비스 기준에 대한 이해가 다를 때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가족중심의 서비스로 이전되는 문제가 생긴다. 장애인 활동보조의 경우 시간의 제한에 따른 욕구불충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끝으로 0세부터 취학 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시설의 경우를 보자. 보육서비스는 아동의 욕구보다는 부모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며, 대상자인 아동에 대한 권익은 보육교사 및 원장에 의해 대리된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보육시설을 만드는 대신, 민간시설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보육정책을 펼친다는 점이다.
시설운영과 관련된 이해당사자가 영유아들의 건강한 양육을 위해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스스로 대변될 수 없는 영유아의 욕구달성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이 재산권을 근거로 한 자기지향적 가치로 돌봄을 제공하고, 이러한 구조에서 영유아는 시설 수입구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질 낮은 급식, 아동에 대한 방치 및 학대, 부당 수입 등은 일부 비상식적인 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인권이나 가치가 제도 운영에 중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전자바우처는 돌봄서비스의 가치를 자기지향적 요소로 확정되는 데 기여했다. 전자바우처 도입을 위한 강력한 논거는 '개인의 서비스 선택권 강화'와 '공급자 간 경쟁 유발을 통한 서비스질 및 효용성 제고'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바우처 도입에 대한 논의는 매우 편향적이었다. 정부는 바우처도입을 통해 기존의 관료적인 공급자중심구조가 개혁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제도의 확장을 꾀하면서도 공적 공급구조에 대한 계획 없이 이용자의 선택권만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바우처는 사회서비스 공급구조를 시장화시키는 데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 되었다.
지난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전자바우처 사업 제공기관 4831개소 중 국가기관 및 지자체 기관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영리기관은 1300개소(27%)이고, 개인소유의 기관수는 1058개소에 이른다. 정부가 공공기관 대신 민간기관에 사회서비스사업을 떠맡긴 셈이다. 아직은 비영리기관이 주로 전자바우처 사업을 제공하지만, 비영리기관 역시 더 이상 비영리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문제는 바우처사업의 민간 위탁이 정부의 주장대로 '시장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난립한 민간기관들은 제한된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활성화시켰고, 서비스의 직접제공자인 돌봄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심화시켰다. 특히 노인요양기관의 경우 이러한 폐해가 심화되어 이용자의 가족까지 다양한 편법에 협조하거나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공급구조에서 돌봄의 대상자는 수입원으로써 '20만 원짜리 아이'부터 '100만 원 이상의 노인'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어떤 제공주체도 노골적으로 대상자를 '돈'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겉으로는 복지를 내세워 스스로를 속이면서 안으로는 기관의 유지와 수익확보를 위한 고민에 골몰하게 된다. 시장에 돌봄을 내던지는 순간 이러한 현실은 예견됐고, 정부는 차후적인 평가인증 수준으로 문제를 수습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민간시장구조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이를 뒤집어 본다면 수익적 개념으로 접근되는 아이들과 노인에 대한 가치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돌봄서비스 공급자들은 정부의 지침대로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그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유의미하지 않다. 다만 우리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그렇게 돌보게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재고되어야 할 시점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926182941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 기대한다?" (프레시안,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2012-10-01 오전 11:06:50)
[돌봄노동 연속기고·②]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각종 서비스의 돌보미, 장애인 활동보조인, 보육교사…. 열악한 처우에도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배경에는 서비스의 직접제공자인 돌봄노동자들의 눈물이 있다.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근거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비전문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소 2시간에서 최대 24시간 타인의 가족을 돌보는 일이 과연 비전문적인가? 여성들이 영유아를 24시간 전담해서 돌보면 심각한 우울증에 노출된다. 또한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집에서 돌보는 경우에도, 전적으로 이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 구성원은 심리적, 육체적 어려움에 노출된다. 더욱이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요즘 누군가 가정의 돌봄을 지원해줘야 한다. 그 일을 사회적으로 수행해주는 이들이 바로 돌봄노동자들이고,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를 대신해서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돌봄영역에서 높은 이직률, 구인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드러나면 노동조건 개선 등이 추진되는데, 제고될 조건에 대한 검토보다는 독일이나 일본에서처럼 해당 노동에 대한 이주노동력 활용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기도 한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어르신을 보호하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일에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수준만을 유지함으로써 이 일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물론 임금구조에서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임금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의 제고가 필요하지만, 돌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역시도 중요하다. 60만 원의 급여를 제공하면서 100만 원 이상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것이야말로 시장원리에서 철저하게 벗어난다. 돌봄노동자가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고용안정이나 노동권의 측면에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러한 모든 관행이 시장에 맡겨지면서 당연시되어 왔다. 이것이 당연하다면 돌봄노동자에게 서비스 질적 제고를 위한 그 어떤 요구도 부적절하다.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족을 잘 돌봐주기 바라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다.
돌봄서비스는 감정과 육체 모두가 소비되는 노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측정에 어려움이 있고, 노동강도 역시도 보이는 것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이 먹고살기 위한 노동쯤으로 우리 사회의 돌봄을 담당하게 되는 것과 최소 생활임금 수준은 보장된 상태에서 우리들의 가족을 담당하는 것은 질적으로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우리 사회의 인간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명확한 명분을 갖고 있다.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 이 두 가지 지표는 한국사회 삶의 지표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준거이다.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적극적인 개선 방안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몇 가지 복지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선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성찰의 시작은 아마도 '사람의 가치'와 '행복에 대한 가능성'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생존을 위해 필요한 보상이 부여되지 않는 노동정책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권리까지도 제한한다. 또한 현재의 노력이 내일의 희망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차단된 구조에서 위험에 노출된 인간의 선택은 극단적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환경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만약 자살률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제고된다면 공포로 이슈화된 노령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장수사회라는 긍정성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전환을 위해 사회서비스는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어려움과 암담한 노인과 장애인의 삶 등에서 인간의 가치 제고를 원칙으로 누구의 희생이나 착취를 근거로 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형태로 돌봄노동이 수행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는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재편되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의 가치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타인지향적 요소로 유지되어야 한다. 타인지향적 가치가 사회에서 실현되기 위해서 공급구조의 개선과 전달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공급구조에서는 당장 시장질서 전체를 재편할 수 없다면 로드맵을 세워 개인의 재산권에 근거하지 않는 형태의 공급형태로 시장으로 재편돼야 한다. 지자체 직영형태와 비영리 민간형태가 대표적이다. 바우처 중심의 전달체계로 제도의 수용성은 높아졌지만 변화된 복지의식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바우처 전환 이후 급여에 대한 이용자의 책임의식이 문제되고 있고, 이용자 선택의 부정적 요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바우처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제기한다.
둘째, 제도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급층을 볼 때 보편적 성격이 가장 강한 보육지원 및 노인장기요양 이외의 사업에서는 소득 및 건강상태가 수급권을 결정하고 수혜층은 여전히 잔여적인 수준이다. 이렇게 볼 때 일반 시장에서 구매력이 떨어지는 가구이거나, 소득부족의 이유로 양벌이 형태의 가구 등은 그들이 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이해에 근거한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된다. 즉 소득 수준에 따른 돌봄 영역의 계층화가 사회서비스 제도화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비스의 포괄성을 높일 수 있는 수급조건의 완화와 점진적인 보편주의가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일자리의 양적 창출로서가 아닌 타인지향적 돌봄을 수행하는 일자리로서 돌봄 일자리를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취업 취약계층이나 중장년 여성노동층을 대상으로 나쁜 일자리를 수용하고 일하도록 강요해 왔다. 그러나 돌봄노동자들은 가족을 대신해서 요보호 가정의 돌봄을 담당한다. 이들의 가치가 소중하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돌봄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에도 이러한 의미가 투영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통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인간의 가치는 제고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가 시행된 지 5년이다. 구조적 개혁이 이미 불가능하다는 식의 태도와 접근은 요보호 대상자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바로잡는 필요성과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사회적으로 형성될 타인지향적 돌봄의 실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인간의 가치는 상당히 제고될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930171923
"노인을 2500만 원에 팔아넘기는 '현대판 고려장'" (프레시안, 요양보호사 무명씨들, 2012-10-02 오전 7:48:40)
[돌봄노동 연속기고·③]요양보호사들이 말하는 돌봄 노동과 요양원 이야기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언제나 뜨겁다. 교육자리 건 다른 활동 자리건, 모였다 하면 언제나 현장 이야기로 빠지고 만다. 기관장이나 어르신 보호자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 그들에게는 해봤자 소용없는 이야기, 자식이나 친구들에게도 자존심 때문에 차마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지만, 협회 회원인 동료 요양보호사들 앞에서라면 얼마든지 털어놓을 수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는 끝이 없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털어놓으랴? 이 자리마저 없다면 요양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어디 가서 풀 수 있겠는가? 그녀들의 끝없는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엮어 보았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요.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의 좋은 복지 일자리"라는 정부의 말에 우린 모두 속았어요. 그냥 노인만 돌보는 일이라면 괜찮겠어요. 그런데 온갖 일들을 다 시켜요.
재가 요양보호사들에게 김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담아 자식들에게 택배를 부치라고 하거나, 마늘 까기 같은 그 집의 부업꺼리, 심지어 밭일까지 시키기도 해요. 시설은요. 10년 넘게 일해 웬만한 간호사 신출내기보다도 우리가 더 전문성이 있어도 "아줌마, 이거 해, 저거 해"라고 부려먹으려고만 하죠. 그러니 우리를 "요양보호사"라고 제대로 부를 리가 없습니다.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방문 요양보호사는 가사도우미나 파출부로 소개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런 부당노동 요구에 대해 센터장에게 불만을 이야기 해봤자 더 화만 나요. 대상자(등급 받은 노인)를 놓칠까봐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반응입니다. 이런 일을 거부하려면 당일 해고를 각오해야 합니다.
사설 요양시설에서는 꼼수가 난무합니다. "본인부담금(전체 서비스 비용의 15~20%를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을 면제해주며 대상 노인이나 가족을 유인하는 불법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센터장은 한 달에 90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르신을 70시간만 돌보고, 실제로는 90시간 근무일지를 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20시간의 부정 수가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죠. 국민이 내는 사회보험금을 떼어먹는 짓이자, 내 노동시간을 줄여 내 임금을 깎아 먹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환자에게 더 잘하고 싶은데 사설 요양기관에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 기저귀도 하루에 세 번만 갈라 쓰라고 하질 않나, 반으로 잘라 쓰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서 퇴직금을 주기 싫어 가족이랑 센터장이랑 짜고 11개월 만에 문자로 해고 통보하는 건 다수예요. 내가 지금까지 환자를 열심히 돌본 건 도대체 무엇인가 싶어요.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센터장은 요양보호 대상자로 등급 받은 노인들 어디 없나 찾아보라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등급 노인 한 명당 요양보호사에게 10만 원, 가족에게 10만 원을 주는 곳도 있어요. 요양등급을 받기 위해 공단 심사원이 집에 오는 날에는 노인에게 수면제 등 약을 먹이는 가족들도 있고, 일부러 치매나 인지능력 장애로 보이게 하려는 온갖 속임수를 센터장이 가족이나 노인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시설도 마찬가지에요. 시설장은 시설을 넘기면서 노인 한 명당 2500만원에 팔아넘기기도 해요. 요양 서비스의 질이나 노인들의 돌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대로 하루종일 일하다 보니 그 분들을 돌보는 요양서비스의 질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혼자 30~40명 노인들을 다 상대하다보면 진이 빠지거든요.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인"이라는 규정은 서류상의 지침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 보면, "아 나는 늙기 전에 빨리 죽어야지."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정말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노인들이 딱하고 안타깝죠.
정부에서 관리한다하지만 미리 알려주고 오는 그런 정기 평가는 하나 마나예요. 게다가 방문 요양보호사 분들은 정부에서 관리한답시고 RFID라는 전자 시스템으로 출퇴근 감시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게 아무 효과가 없어요. 멀쩡한 어르신들에게 수면제 먹여가며 요양 서비스 등급을 받으려 하거나, 70일 근무했는데 90일 근무했다고 근무일지를 조작해서 돈 떼먹는 센터장을 제대로 잡아내느냔 말이죠. 게다가 RFID 시설의 교체비용도 우리가 다 내야 합니다. 우리 감시하자고 만든 제도의 기기를 우리가 내면서 효과는 없는 셈이죠.
그런데도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12시간 혹은 하루종일 일해야만 12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답니다. 시설에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월 2회 정도 외출만 허용하고, 재가 요양보호사 분들에게는 24시간 입주 근무를 시킵니다.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은 모두 단절됩니다. 이게 사람이 할 일인지 한숨만 나옵니다.
추석 명절에는 온 가족이 다모여 쉬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무조건 일해야 하죠. 수당도 꿈도 못 꾸죠. 쓸쓸하게 자식들도 없이 요양원에서 홀로 있는 노인들 옆에서 지켜드리자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죠. 이제 명절에 못 쉬는 건 괜찮아요. 제발 딸 결혼식이나 가까운 친척이 상을 당했을 때 대체인력이 없으니 동료 요양보호사들 눈치 봐야 하는 것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미안하니까 제 돈으로 대체인력 넣고 나서 쉬었어요.
8시간 노동이요? 길게 일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12시간, 24시간 맞교대를 해야 겨우 120만 원을 버는데, 8시간 노동을 하면 월급이 얼마나 줄어들까요? 8시간 노동이 아니라 8시간으로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12시간, 24시간씩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우리는 1년 정도 일을 하고나면 모두 골병이 들어요. 그런데 전혀 산재 인정이 안 됩니다. 규정대로 한다면 둘이서 같이 노인 한명을 씻겨야 하는데 그런 걸 지키겠어요?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돌보는데도 치매도 아닌 멀쩡한 노인들이나 가족들이 대놓고 무시하고 도둑 취급하면 정말 속이 상해요. 노골적으로 성희롱할 때는 정말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죠. 그래서 이야기하면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에요.
우리가 노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돌보는 노동자로서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는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이자, 요양보호사에요. 우리와 마주치는 센터장, 시설장, 환자, 환자 가족들 그리고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봐주길 바랍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04190410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20명을 돌보니…" (문경자 어린이집 교사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보육협의회, 2012-10-05 오전 8:15:32)
[돌봄노동 연속기고·④] 아이들의 또다른 부모, 보육교사의 현실
숨 돌릴 틈이 없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출근하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혹은 차 한 잔과 함께 업무파악을 시작한다. 그러나 보육 교사들은 작업복인 앞치마도 걸치지 못한 채 아이들을 받기 시작한다. 먼저 내원한 아이의 상태를 살피다 정신없이 오전 차량반에 탑승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을 보조석에 앉아 아이들을 데리러 다닌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오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밥을 먹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한 명씩 양치를 시키고 나면 점심시간도 일만 하다가 훌쩍 넘어가버린다. 그렇게 낮잠을 재울 시간이 다가오면 옷을 갈아입히고 이부자리를 봐준다. 아이 하나하나를 재우고 나면 그날의 일지를 또 하나하나 작성해 집으로 보내줘야 한다. 아이들이 떠나고 아이들이 있었던 공간을 치우고 장난감들을 소독하고 나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우리에게 휴게시간은 없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보통 육아는 전쟁이라 한다. 가정에서 부모 한 명이 아이와 1:1 상황에서도 너무나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만 4~5세는 교사 한 명이 아이들 20명을 봐야 하고, 만 3세는 교사 한 명이 15명, 만 2세는 7명, 만 1세는 5명, 만 0세는 3명을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있지도 않은 유령교사를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 허위로 보고하면 두 몫을 한 명이서 해야 하니 더 죽을 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오래 버티지 못해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단지 노동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있고 또 가장 귀중한 일이다. 그런 일들을 하는 우리는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초과노동을 하고도 수당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나마 국공립이나 사회복지법인시설일 경우는 호봉으로 인정해주지만 전국 95% 이상의 민간어린이집에 고용된 교사의 급여는 매년 최저임금수준으로 맞춰지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07:30~19:30인 12시간이지만 8시간 근무를 위해 탄력근무나 2교대를 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나오는 주 40시간제가 적용되면서도 정작 어린이집에선 영유아보육법의 운영시간을 따르라 한다. 우리도 하루 중에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어린이집에는 휴게공간이 없다. 휴게시간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휴게시간이 노동시간 안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월급 이외의 어떠한 수당지급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노동강도만 점점 더 해져 갈뿐이다.
보육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싶다.
어린이집은 행사가 많다. 각종 행사들을 준비하는 날이면 그날은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린이집 내부 시설을 정리하는 준비를 하는 날에도 야근을 한다. 물론 수당은 없다. 오로지 자부심 하나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반을 운영해야 하는데 차량운행에 동승자까지 하라하고, 행정업무에 청소에 모든 잡무까지 다 맡겨버리니 자부심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무상보육, 좋은 어린이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로부터 결정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봐주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피는 것은 보육교사들이다. 점심시간에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조금의 쉴 틈도 없이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감당하는 상황은 아이들과 보육교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게다가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 전권을 지닌 상황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언제나 파리 목숨이다. 비리가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도 말하지 못한다. 비리를 이야기하는 순간 그 보육교사는 다시는 그 어떤 어린이집에서도 일하기 힘들다.
그러니 예산을 늘린다 해도 원장들의 배만 불려주지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한 서비스의 질은 좋아질 리 없다.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는 것도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정책은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 행복하게 자랄 권리와 행복하게 일할 권리는 다르지 않다. 결국 같은 이야기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11161149
"다치고 임금 밀리고 잘려도 하소연 못하는 우린…" (프레시안, 심옥섭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지부장, 2012-10-12 오전 8:04:22)
[돌봄노동 연속기고·⑤]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회원들은 서비스가 필요한 개별 가정에서 가사관리, 재가보육, 산후관리 등의 돌봄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일을 하는 가사노동자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에서 우리와 같은 가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돌봄노동이 사적 공간인 개별가정에서 이루어져 국가의 개입이 어렵고 그 계약관계가 불분명하다며 가사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명확한 노동자입니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 우리의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수행하는 가사노동은 사람을 돌보고, 다음날의 건강한 노동력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가정을 돌보는 귀한 노동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가사, 보육, 간병 등 돌봄서비스 영역에 종사하는 가사노동자는 약 5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자의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제도화된 영역을 제외한 30만 명에 달하는 비공식 부문 가사노동자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고용불안,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자비 들여 치료하는 가사노동자
작년에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어 회원 중 일부가 사대보험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 회원이 고객집 세탁실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다가 미끄러 주저앉으면서 꼬리뼈에 금이 가서 입원과 통원치료를 하면서 다섯 달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회원도 고객 집에서 달인 간장을 들고 가다가 작은 돌에 걸려 넘어졌는데 엄지발가락에 쇠심을 박는 수술을 하고 넉 달간 입원과 통원치료를 한 끝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두 회원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치료와 휴업급여가 나와 큰 걱정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산재보험 가입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회원은 병원비와 생활비 걱정에 하루하루가 불안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듯 동일한 돌봄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이 대한민국 가사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노동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만듭니다.
가사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겪습니다. 특히 일하는 과정에서 높은 곳을 청소하다 떨어져 다치거나 깨진 유리에 베이는 등 업무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우리 가사노동자들은 다치면 자비를 들여 치료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임금이 체불되어도 가사노동자들은 고객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처지로 어디에도 우리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곳은 없습니다. 왜? 대한민국이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 ILO 가사노동자협약 찬성표 던지고도 비준 안 해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등 현대 사회의 필요에 의해 가사노동자는 필연적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어지간한 사람은 하지도 못할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기본적인 보장마저도 인색하단 말입니까? 저소득층에게는 여러 지원책들이 있지만 가사 노동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조차도 없는 것입니까?
인천지부 회원 중에는 조건에 걸려 저소득층에는 해당 안 되지만 한 달만 수입이 없어도 당장 생활이 어려운 여성 가장이 전체 회원의 1/3 이상입니다. 홀로 벌어서 자녀를 키우고 모든 생활을 책임지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파서 일을 하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병원과 일터를 같이 다니는 힘든 상황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천지부는 예비사회적기업 기간이 종료되어 그나마도 보장받았던 사대보험이 자격이 상실됩니다. 앞으로 일하다 다칠 경우에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우리에게 산재와 고용보험만이라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를 촉구합니다. 더불어 작년 ILO 가사노동자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대한민국이 빠른 시일 내에 ILO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여 건강한 가정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여성가장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기를 촉구합니다.
가사노동자들도 법의 둘레 안으로 들어가 '어엿한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들처럼 차별없는 노동권, 산재·고용보험 등 사회보장권을 인정받는 노동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모든 법적 보호에서 소외되어 온 가사노동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15144413
간병노동은 허드렛일? 분비물제거·영양주입까지… (프레시안, 진영 연세대학교 4학년, 2012-10-16 오전 8:10:40)
[돌봄노동 연속기고·⑥] 간병노동자, 병원이 직접 고용해!
대학교를 다니면서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투쟁에 연대한 경험들은 나의 대학생활을 좀 더 성숙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활동 기간에는 청소노동자 일일체험도 해보면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는 가치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작년 돌봄노동자 대회에 참석했을 때, 간병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소노동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청소노동자만큼 익숙한 직종은 아니었지만, 친숙했다. 궁금했고 알고 싶었지만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돌봄노동자 대회를 계기로 기회가 생겼다. 대학생과 간병노동자의 만남이라는 기획으로 간병노동자와 직접 인터뷰도 하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우리는 당연하게 취재에 동행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대학 병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병원 내에 있는 직원식당 앞에서 인터뷰를 약속한 간병노동자 두 분을 만났다. '학생들과 인터뷰가 있어서 얼른 식사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나왔다면서 걸음을 재촉하셨다.
"나는 2인실 병실에서 루게릭 환자를 간병하고 있고, 이쪽 간병사님은 6인실에서 파킨슨 환자를 간병하고 있어요."
자리를 잡고서 인사를 나누는데, 간병노동자들의 자기소개는 이름이나 경력보다도 간병하고 있는 환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루게릭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이혜선(가명) 씨는 간병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라고 하셨다. 10년 전 남편이 실직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파킨슨 환자를 간병하는 김정규(가명) 씨도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간병노동자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처음 간병일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근무하셨고, 중간에 잠깐 개인 간병 일을 하다가 몇 해 전 이 곳 대학병원에 왔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이 식사가 끝났고, 병실로 이동했다.
간병 노동은 허드렛일? 수십가지 전문성 갖춰야
간병노동자는 맞벌이, 육아 등의 문제로 가족들이 간병할 수 없는 환자가 있을 때, 대신하여 환자를 간병하고 보살펴주는 노동자다. '환자의 수발을 든다'고 단순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병노동자가 하는 일이나 역할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간병인협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간병노동자의 역할만 해도 십여 가지가 넘는다. 식사 및 간식 수발, 환자의 심상정리 정돈, 의복 교체, 대소변 수발, 운동 및 목욕, 환자 이동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돕는 일부터, 정맥주사 및 유치도뇨관의 상태 관찰·기록, 기관지절개의 경우 분비물 제거, 위관영양주입 등 간호사가 할 법한 치료 보조는 물론이고, 환자의 말벗이 되어서 대화를 나누고 위로와 안정을 주는 역할도 한다.
"하루 일과는 간병하는 환자의 증상이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어나면 가장 먼저 식전 약을 투여해요. 기관지에 걸린 가래나 침을 석션으로 빼드리고, 용변 처리하고, 세면하고 나면 아침식사 시간이에요. 아침 먹으면 체중이나 여러가지 환자 상태 체크하고, 시간마다 필요한 약이 정해져 있거든요. 약을 놔드리고, 시간마다 마사지도 해드리고 자세도 바꿔드리고 그래요. 의사선생님 회진 보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하고 그러다보면 점심 먹고 저녁 먹고 하루가 가는 거죠."
밤잠 설치며 최저임금 못받아
대부분 간병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들 하나하나가 중노동일 수밖에 없다. 특수저울을 침대에 올려서 환자의 체중을 재는 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귀저기를 갈고 몸을 돌려가며 물수건으로 목욕을 시키는 일 등이 모두 그렇다. 환자를 안고 씨름하다 보면 말 그대로 하루가 훌쩍 간다. 밤에도 잠을 못 드는 환자의 수발을 들거나, 수면 중 호흡 상태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렇게 하루 24시간 꼬박 간병노동을 하고 받는 돈은 일당 6만5000원.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2700원 꼴인데, 최저임금 4580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렇게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이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이나 휴일에 대한 기준도 없다.
"가장 힘든 점은 잠을 못자는 거예요." 어제도 벨을 울리는 환자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이 씨는 가장 힘든 점으로 수면부족을 꼽았다. "삼일 동안 잠을 못자서 눈이 충혈되다 못해 핏발이 터진 간병노동자도 있었고, 우리 협회에는 며칠 동안 잠을 못자고 쓰러지는 바람에 뇌진탕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한 간병인도 있었어요." 늦은 밤에는 누워서 수면을 취할 때도 있지만,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은 기관지에 가래가 끼면 수면 중 무호흡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잠들 수가 없다. 조그만 기척이나 부름에도 일어나 석션으로 가래를 빼주고, 소변귀저기도 갈아줘야 한다.
환자에게 감염돼도…병원 "간병노동자는 외부인"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면역질환이 생기거나 감염사고를 입는 등의 문제도 많다. 내가 만난 간병노동자도 MRSA균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했다. MRSA균은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로 항생제 투약이 많은 대형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균이다. 감염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각종 염증을 일으킨다.
"환자가 MRSA 보균자였는데, 간병하는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어요. 보균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까지 정기적으로 MRSA 검사를 하면서 24시간 함께 지낸 저는 검사를 해주지 않는 거예요. 같이 검사를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죠. 그랬더니 제가 감염되었다고 나왔어요."
하지만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감염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병원은 1:1 계약이니 보호자와 이야기 하라고 했고, 보호자는 소개해 준 간병인협회에 책임을 돌렸다. 다른 환자에게 재감염의 위험이 있어 2개월간 일을 쉬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병원과 보호자 어디에서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환자가 전염성 피부병인 옴에 감염되어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말해주지 않는 바람에 옴이 옮아 심하게 고생한 간병노동자도 있었고,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워서 심하지 않은 경우 일을 쉬면서 자비로 치료를 한다고 한다.
"임금에 비해 하는 일이 많고 힘들다 보니,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 해요. 70%는 생계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봐야 할 거예요.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한 여성들이나, 집에서 가장노릇 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적용, 병원이 간병인 직접 고용해야"
피곤한 얼굴의 이씨는 "그래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돌보는 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절실한 일이라는 것이 간병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준다.
"내가 간병한 환자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상태가 좋아졌을 때는 정말 기뻐요. 전에 한번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욕창에 심하게 걸린 환자를 간병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간병을 잘 해서 그 환자의 욕창이 깨끗이 나았을 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보람을 느꼈어요."
이러한 간병노동, 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들이 필요하다. 간병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간병노동자의 현실과 권리를 전혀 반영하거나 고려하고 있지 못한 법, 제도를 개정하고, 노동시간과 임금, 휴게 공간 등을 규정해 간병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의 최소한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야간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대제를 도입하고, 간병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보호자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간병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돌봄노동, 간병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간병을 '병수발', '하찮은 일'로 보는 일부 보호자들의 태도나 사회적 대우가 마음 아플 때도 있다고 하면서, 이 씨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끔씩 '내가 돈 주고 산 사람이니 그 시간동안 내가 마음대로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어요. 환자를 간병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인데, 보호자의 잔심부름이나 수발까지 요구하는 경우요. 그럴 때 기분이 정말 나쁘죠. 간병노동자가 그냥 허드렛일 하고 수발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환자의 생명을 케어하는 '전문간병인'이자 '일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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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개편 논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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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최장집/ 폴리테이아)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63261.html
노동자들의 상실된 희망과 감춰진 분노 (한겨레, 이권우 도서평론가·한양대 특임교수, 2012.11.30 20:23)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지음/폴리테이아·1만원
나는 책 읽으며 성장했고 성숙해졌는데, 세상은 어찌 되었을까. 최장집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을 읽으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책 읽으며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동안 세상은 숱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노정치학자가 현장에서 만나본 노동자들은 “상실된 희망과 감춰진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내가 책이라는 안전지대에 머물 동안 해고된 노동자는 자살하거나 크레인에 올라갔다.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 무감한 세상에 마지막으로 보내는 하소연이었다.
지은이가 책 앞부분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떤 실체적 혜택을 주었고, 이들을 위한 정치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무엇을 기여했는가”라고 묻는 대목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책 읽어 진리를 알고 진실을 확인했고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해하고 분석하는 세계에 머물고 변혁하는 자리에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공허한 담론과 추상적 이념의 언어가 지배하는 곳”에 있었다. 거기는 지은이가 우리 민주주의를 수렁에 빠뜨린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과잉 이념화된 사고방식과 도덕적 우월의식”의 자리였다.
지은이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시절, 우리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을 희구한 것은 “그것이 다른 체제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을 포함하는 시민권을 확대하고 실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책에 나온 한 외국 학자의 말대로 우리 사회는 “살인자적 자본주의”가 되고 말았다. 지은이는 노동의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결국 우리 사회의 위기는 대의되지 않는 대의민주주의에서 비롯되는 듯싶다. “더 중대한 사회경제적 갈등이나 이익들이 존재하며 따라서 마땅히 이슈화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에 ‘사회적 시민권’이라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의 배려로 긴 세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두루 감사한 일이다. 한낱 책벌레인지라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지 못했고, 오늘 우리 공동체의 상처를 낫게 하는 데 이바지한 바는 없으나, 책 함께 읽으며 어찌해야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룰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권유해왔다. 아마도 책벌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인 듯싶다. 그럼에도 질문하고 성찰하는 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아직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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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1102124957
최장집이 갔다!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러! (프레시안,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학교 교수, 2012-11-02 오후 7:09:14)
[프레시안 books]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이 몸을 움직여 구체적인 노동의 '풍경'과 조우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그가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후마니타스 펴냄)에서 발견하고 감지한 소외와 상처의 풍경들이야말로, 그것이 비록 우리 시대의 벽화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현실의 깊은 모순을 환유적 형태로나마 강력하게 환기시킬 수 있는 모자이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 풍경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고유한 표정과 목소리가 있다.
일본의 소설가 구니키다 돗포가 말한 것처럼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은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다. 가령 부모, 스승, 친우와 같이 우리 인생을 결정했거나 강력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저 한번 스쳤던 것 뿐인데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들은 나와 같은 평범한 운명을 공유한 사람들이라서 잊을 수 없다는 게 그가 소설에서 힘주어 환기하고자 한 말이었다.
최장집이 이 책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이름 없는 대중들이다. 그들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고,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이기도 하며, 영세 봉제 공장의 노동자이면서 사장이기도 하다. 지역 자활 센터의 수급자이기도 하며 재래시장의 상인이기도 하고, 농민 운동에 참여했으나 가망 없다는 심정을 갖게 된 농민이기도 하며, 그 자식들인 지방대 학생들이기도 하다. 수렁에 빠진 신용 불량자와 이주노동자들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저 낮은 곳의 평범한 사람들의 소외와 상처, 고통에 조응하면서 최장집은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의 착잡한 풍경에 대해 '사유'한다. 그가 이 만남을 통해 깨닫게 되었거나, 아니면 다시금 확신하게 된 것은 오늘의 민주주의가 처해 있는 위기일 것이다. 그는 이것을 책의 제목에서 암시된 대로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 말하고 있다.
최장집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고통의 표정 앞에서 거듭 정당에 기반을 둔 대의 민주주의의 이상을 음미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그가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이상이란,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열망이 제대로 대의되는 정당 체제, 또 그렇게 대의된 정치 세력들이 경합과 타협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을 실현하는 정치 형태이다.
그렇다면 이 평범한 사람들의 절망과 열망은 왜 정치 세력에 의해 대표되거나 대의되지 않는 것일까. 대체적으로 그가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노동을 대변할 진보 정당의 부재, '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지속적 폐해, 지난 민주 정부의 무능력, 대안 없는 정치권의 추상화되고 구호화된 반대 담론, 대안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의 부재 등이다. 대체로 이것이 정당으로 요약되는 정치 엘리트에 대한 비판이라면, 반대로 스스로의 요구를 결집해 정치 과정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중들의 정치에 대한 회의도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보다도 이 책에서 최장집이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 있는 대안은 영국의 사회학자 토머스 마셜이 제안한 '사회적 시민권'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은 성장과 효율성, 시장 경쟁의 경제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충돌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시장 경쟁이 극단화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패배한 자에 대한 소외와 배제를 낳고 그것이 심화될 때, 공동체로의 통합이나 공존은 불가능해진다. 소외되고 배제된 시민들은 정치 참여로부터도 소외되는데, 이는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위기 모두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약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서는 "생산의 기여도와 무관하게 공동체의 성원이라면 누구에게나 기본 생활과 복지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이를 통해 삶의 기회가 확대되도록 하는 것을 공동체의 의무라고 인식하는 사회 윤리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최장집의 주장이다.
최장집이 '사회적 시민권'이라고 말하는 그것은 민주주의의 윤리적 이상인 동시에 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사회 정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단순한 복지 국가 논의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내 판단에 이러한 '사회적 기본권'의 강화는 '기회의 평등'을 역설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결과의 공정'이라는 공화주의적 또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가치의 보완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이러한 최장집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왜냐하면 오늘의 노동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한계는 공동체의 공존과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적 가치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파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가치의 출발점인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 가운데 유독 자유, 그것도 '소유권'으로 제한된 자유만이 팽창되는 폐해를 구조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장집은 국가와 기업의 동맹이 이러한 현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 판단에 동맹이라기보다는 '국가의 기업화' 경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지 모른다. '기업 국가'라는 김동춘의 진단도 일찍이 제기된 바 있거니와, '국가의 기업화'에 의한 한국 민주주의의 이 끝없는 오작동은 일본의 정치적 후진성인 '국가의 관료화' 경향만큼이나 오늘날 '제2의 자연' 비슷한 것이 되어 버렸다. 오늘의 국가는 마치 기업이 노동자를 임의로 해고하듯, 국민 또는 시민을 실질적으로 비시민 또는 '난민'적 상황으로 배제해 버리는 일을 점점 당연시하고 있다.
최장집이 만나본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대중들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 그리고 환멸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연권에 해당되는 '시민권'을 오늘의 기업화된 국가가 체계적, 노골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에 들어와서 우리들이 확인했던 저 끝없는 노동자와 철거민 등을 포함한 저소득 시민에 대한 공권력과 사권력(용역)이 결합된 압도적인 폭력과 모욕을 상기해 보면, 실질적으로 난민적 상황에 빠져버린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애초에 정치라는 공적 세계로부터의 배제를 이 기묘한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실질적으로 구조화하고 정당화하는 장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이란 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권리와 욕망을 대의하고 대표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최장집은 말하지만, 현실의 폭력 속에서 이들이 나날이 체감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대의 불가능성'의 명백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의 대의 불가능성은 한국 제도 정당의 역사적 경로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차라리 '정상 상황'이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또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궁극적 도달점으로 간주하는 정치적 관성 아래서는, 노동을 대변할 정당의 출현이란 차라리 예외적일 뿐만 아니라 그 세력을 확장하기 어렵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상대화하고 넘어서는 가치와 실천이 오늘의 정치 시스템에서 체계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대의를 거부하는 불복종과 직접 행동을 통해, 대의 불가능한 노동 현실을 대의하라고 압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살아있는 민주주의다.
이것을 최장집은 다시금 '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낡은 관성이라고 말하겠지만, 오히려 낡은 관성에 빠져버린 것은 오늘의 정당 체제이기 때문에, 정당을 경유하는 것이 봉쇄되어 있는 반(反)정치적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시민권을 대의(re-presentation)가 아닌 집단적 제시(presentation)의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행동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운동'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당 외부에서 전개되는 시민들의 정치적 개입을 '운동'으로 규정해 비정상 또는 예외적인 것으로 낙인찍어버린다면, 자본의 폭력과 대의 불가능한 정치 현실 앞에서 시민들은 '생활세계의 식민화'라는 은폐된 폭력과 무기력에 그저 순응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가령 오늘날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각 지역에서 전개되는 각종의 직접 행동들은 정당 정치로 상징되는 오랜 정치적 이데아가 현실의 압도적인 붕괴 상황 앞에서 제대로 된 정치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새로운 정치적 표현과 반발력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대의제-정당 정치 전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 비정당적 정치의 세력화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미지의 민주주의가 대의 체제로 일원화돼 수렴되기보다는 하향적인 정당 정치와 상향적인 비정당 정치 간의 경합을 통해서라야만,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각성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최장집은 지난 민주화 정권의 오류를 비판하면서, 정권은 바뀌어도 결국 경제 정책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걸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악화를 보조하고 용인한 것은 누구였을까. 그가 만났던 여러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불행과 고통을 구조화하는데 연루되었던 자들은 누구인가. '노동'을 의식하지 않아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정치 계급' 자신이었다.
왜 이들은 정치 계급이 되었는가. 두말할 필요 없이 오늘의 제도 정치로의 수혈 통로란 학력 엘리트, 운동 엘리트, 상층 자산가,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의 진입만을 용이하게 만드는 제도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적 상황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민주주의를 채용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미국의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이 명백하게 명시했듯 소유가 있는 자에게만 권리가 있다는 식의 자본주의적 또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전제는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다. 동시에 투표 행위를 포함하여 정치라는 공적인 세계에 참여하는 시민의 비율 역시 학력과 재산에 비례하고 있음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간명하게 말하면 포기할 수 없는 배타적 이해관계를 고수하려는 편에서는 다양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 힘을 축적하지만, 헐벗은 몸을 빼고는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사람들 편에서는 정치에 대한 체념과 환멸이 지배적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정치적 환멸과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장집이 말한 대로 '사회적 시민권'의 범주에서 구체적인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실현해 나가야겠지만, 그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근원적으로는 지난 60여 년 내내, 민주화 이후 25년 내내 망각되었던 국가와 시민의 존재 근거에 대한 가치의 성찰과 전환이 필요하다. 한 국가 안에서 우리가 시민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스로의 자유를 실현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타자들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닥으로의 경쟁'으로 전락한 소유욕의 배타적 추구의 끝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유기체도 그렇지 않거늘 무한 성장하는 자본주의는 과연 가능한가. 인간다운 삶이란 대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는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절망스러운 고통에 대한 유효한 처방전인가. 그리고 민주주의는 국가는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것은 정책이나 시스템의 보완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만나면서 던지게 되는 이런 '인문 정치'의 물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인간적 상처들"과 대면해, 사회과학자들이 그들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최장집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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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2/10/15/0914010000AKR20121015186800005.HTML
최장집 "안철수현상 한국 정치발전에 기여"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2012/10/16 07:11)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펴내
정치학자인 최장집(69)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앞으로 그의 행적이 어떠하든 또 그것의 정치적 결과가 어떠하든 젊은 세대들의 자기 발전과 정치적 각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 명예교수는 저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이같이 평했다.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실감했다"면서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을 행해 이 사회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바꾸자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강력했고 커다란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반신자유주의'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공허한 구호를 내세우는 것으로 일관한 진보 정당을 비롯해 기성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안철수의 메시지가 젊은 세대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었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진단이다.
대선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오늘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가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복지국가를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면서 "이를 좋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정당들 간에 존재했던 어떤 신념이나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받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사회집단들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 상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다뤄야 할 '실제 문제'(real issue)로 "절대다수 노동인구의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매우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정책 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적어도 그 내용에 있어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난 4월 19대 총선에 대해서는 "야당 세력이 집권당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 시민들이 강한 의구심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진보 세력은 '지난 실패를 딛고 노동 문제를 포함해 사회경제적 사안들을 좀 더 잘 다루고 유능하게 집행할 대안적 정부가 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610664
경제민주화 공약, 서민의 고통 알고 하는 얘기인가 (중앙일보, 배영대 기자, 2012.10.17 01:08)
『노동 없는 민주주의 … 』 펴낸 진보정치학계 원로 최장집 교수
정당 후보든, 무소속 후보든 노동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

그는 정당정치의 구체적 내용을 노동문제로 채우고 싶어한다. 중하층 서민들이 일터에서 겪는 애환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실제 문제(real issue)’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에 대한 비판과 긍정=대선 정국을 바라보는 그의 복합적 시각은 우선 ‘안철수 현상’에서 확인된다.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여부조차 오리무중이던 지난 6월 최 교수는 “무책임하고 비정상적 태도”라며 안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 ‘안철수 현상’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철수 현상은 그 정치적 결과가 어떠하든 젊은 세대들의 자기 발전과 정치적 각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 교수는 “내가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정당 있는 후보를 선호하고 정당 없는 후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당이 제 역할을 잘하지 못한 역사가 누적되며 오늘의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당 후보가 됐든, 무소속 후보가 됐든 노동 문제를 포함해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능력을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진보 세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지지했던 최 교수지만 그들의 집권 후 결과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다른 정부도 아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정규직에 맞먹을 정도로 확대되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얼마나 취약해졌는가는 잘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 세 명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는 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 이유는 “정당들 간의 어떤 신념이나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받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사회집단들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수동 혁명의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의 저항감에 위기감을 느낀 통치 세력들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나서는 개혁을 그렇게 불렀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4반세기를 지나고 있는데도 우리 정치가 아직도 수동 혁명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며 “진보를 말하는 정당들이 뭔가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과거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 정부의 접근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깊이 반성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유권자들은 야당이 정치 슬로건으로 내세운 개혁 사안들을 실천할 능력과 진지함이 있는지를 중시하기 시작했다”며 “야당과 진보 세력은 사회경제적 사안들을 유능하게 집행할 대안적 정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191943475&code=900308
[책과 삶]칠순의 최장집 교수가 발로 쓴 ‘노동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다’ (경향, 문학수 선임기자, 2012-10-19 19:43:47)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 최장집 지음 | 폴리테이아 | 176쪽 | 1만원
이 책의 저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시민대학장)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노동은 모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힘”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배제하고 ‘노동자’라는 이름을 들여다본다면 그 사실은 한층 명백하다. 이른바 선진국 경제활동 인구의 90% 안팎이 임금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자영업 비율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는 약 70%가 임금노동자로 분류되지만, 가족노동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수치’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 한번 최 교수의 서문에서 한 대목을 옮겨오자. “우리가 권위주의와 싸우면서 민주화에 걸었던 가장 큰 기대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는 사회”였다. 그렇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그 ‘나아진 삶’의 핵심은 일(노동)과 휴식이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간과 돈일 것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졌던) 기대와 달리, 민주화 이후 시간이 갈수록 노동자들이 시장상황에 무력하게 휘둘리는 종속적 지위로 빠져들게 됐다.” 게다가 도처에서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층 악화된 측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를테면 공동체의 붕괴 같은 것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가 노동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진단이다. 그것은 “위기의 한국 경제,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와 다르지 않다. 결국 최 교수는 현재의 한국 사회가 “노동 없는 경제, 노동 없는 시장으로 달려가면서 바닥으로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결국 “민주주의도 경제도 유지될 수 없는 위기의 상황”이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그 위기를 현장에서 체험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삶을 연구실에서 보냈던 그가, 주말이면 아내의 손을 잡고 클래식 연주회장을 찾는 그가 운동화 끈을 묶고 ‘낮은 곳’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겠다며 길을 나섰다. 2011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였다. 그가 10개월간 “만났거나 들여다본 사람들의 삶”은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일용직 노동자, 봉제공장 노동자들과 대기업 노동자, 기초생활수급자들과 이주노동자, 재래시장 상인들, 농민과 청년 비정규직, 신용불량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층의 삶이었다.
그 만남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1부를 구성한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칠순에 이른 최 교수는 그 과정이 “물리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아울러 “아무리 남의 삶일지라도, 결핍과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정신적으로 괴로웠다”고 털어놓는다. 당연한 일이다. 최 교수가 강조하는 “노동의 위기”란 인간성의 몰락, 영혼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물론 최 교수는 그것을 보다 사회적인 앵글로 들여다보면서 “공동체적 결속의 해체”라고 표현하지만 말이다.
최 교수는 ‘삶의 현장에서 보는 한국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1부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감춰진 상처와 대면하고, 현대차에서 10년간 일하면서 자신을 고용한 인력회사가 일곱 번이나 바뀌는 상황을 겪어야 했던 노동자에게서 존재감을 상실한 채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장위동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국가권력에 대한 강한 피해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 책의 2부에서 최 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결론은 노동 시민권의 확립이다. 그것을 위해 중요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다. 그는 “노동의 시민권이 노사관계와 정당 체제에서 취약해질 때, 그것의 부정적 효과는 사회 전반의 공동체적 결속을 해체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노동이 배제되면 노동자만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주요 이익 모두가 배제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만약 진보세력이 다시 집권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되돌아보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있다.
 
http://www.redian.org/archive/43909
"노동이 배제되면 노동자만 아니라 사회 주요 이익 모두가 배제돼" (레디앙 / 2012년 10월 20일, 12:09 PM)
[책소개]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최장집/ 폴리테이아)
“한 노동자는 10년 가까이 현대차에서 일했는데, 그 사이 자신을 고용한 인력 회사가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건가.’ 하고 자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에서 나는 존재감을 상실한 채 헤매는, 카프카의 소설 속 소외된 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노동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임을 말한다. 자신의 노동으로 소득을 얻고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생산자 집단들이 생활 세계와 시민사회, 나아가 정당 체제의 영역에서 사실상 무권리 상태에 있다는 증언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질문한다. 민주화 25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민주화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우리가 권위주의와 싸우면서 민주화에 걸었던 가장 큰 기대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민주화 이후 시간이 갈수록 노동자들이 시장 상황에 무력하게 휘둘리는 종속적인 지위로 빠져들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책의 1부인 “ 삶의 현장에서 보는 한국 민주주의”는 최장집 교수가 전주의 지역 자활 센터, 성남의 새벽시장, 경기도 광주의 비닐하우스 농장, 가리봉동의 이주 노동자 지원 기관,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 등을 방문하고 탐사한 기록들이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 혹은 필자가 들여다본 사람들의 삶은,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일용직 노동자로 시작해 봉제 공장 노동자들과 대기업 노동자를 거쳐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들과 이주 노동자, 그리고 재래시장 상인들, 농민과 청년 비정규직, 신용 불량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층의 삶이었다.”
그는 낯선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보다 (아무리 남의 삶이라도) 결핍과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괴로운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현장에서 그는 노동의 존엄성과 정당의 역할이 부재한 것,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준 수많은 인간적 상처들과 공동체의 해체를 목격한다.
이 책은 이런 현실에서 민주주의가 그 가치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회의와 강한 항의를 드러낸다.
노동의 시민권이 노사 관계와 정당 체제에서 취약해질 때 그것의 부정적 효과는 사회 전반의 공동체적 결속을 해체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노동이 배제되면 노동자만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주요 이익 모두가 배제된다는 것,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초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한국의 노동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최장집 교수가 평생 일관되게 연구해 온 주제는, 정치체제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정치의 제도나 구조로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처럼 사회경제적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말하는 정치학자는 많지 않다. 일에 대한 헌신 없이 제대로 설 수 있는 사회나 경제가 있을 수 없다면, 당연히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튼튼해지고 노동의 존엄성이 공동체의 규범으로 자리 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도 자신의 가치를 발양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은 모든 사회 구조물의 기반을 이루는 힘이다. 경제성장도 시장도 재벌 대기업도, 그리고 민주 정부도 모두 노동에 기반을 두고 서있다. 따라서 노동의 위기를 말하게 되었다는 것은, 곧 위기의 한국 경제,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한국 사회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 없는 경제, 노동 없는 시장으로 달려 나가는 한국 사회의 ‘바닥으로의 질주’가 계속된다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유지될 수가 없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주의 자체를 잘 제도화하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에도 최대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선거철을 맞아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최장집 교수는 이에 비판적이다. “오늘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가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복지국가를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필자가 이를 좋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정당들 간에 존재했던 어떤 신념이나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처받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사회집단들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 상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장집 교수는 2부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위하여”에서, 지난 정부 시기 복지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회적 시민권에 기초를 둔 접근은 복지를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복지란 사회나 국가가 의당 시민에게 부여해야 할 수혜이므로 시민은 그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한편, 수혜자 개인으로 하여금 자아 존중과 긍지, 삶의 목적과 효능을 견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1943년생으로 올해 칠순을 맞았다. 이 책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칠순을 기념해 묶어 낸 작은 책이다. 그는 서문에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에서 결핍과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괴로울 때마다 스스로 ‘뒤늦게 인생 공부 많이 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존재의 비극적 운명에도 무너지지 않고 싸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를 생각했다고도 했다. 엄밀한 글쓰기로 정평이 나있는 최장집 교수가 일흔의 나이에 현실의 삶을 기록하면서 보여 주는 이런 감수성은 기존 글과는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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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칼럼]정당 정부의 길 (경향, 최장집 |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시민대학장, 2012-09-24 21:12:04)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있다는 점이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은 무정형적이고 불가예측적이다. 선거를 100일도 안 남겨 놓은 지금, 여전히 후보가 불확정적이라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병리적 측면을 반영한다. 앞으로 무슨 사태가 전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한국정치이기 때문이다. 모든 후보들이 복지국가, 양극화 해소, 반값등록금,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현실이다. 보수적인 후보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후보나 할 것 없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는 선거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당 해체의 현상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을 지배하는 것은 캠프다. 당이 후보를 지명하고 당의 후보가 정당 간 경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캠프라는 이름으로 특정 후보자와 인적 집단이 당을 지배한다. 그러다보니 정당이 정부가 되고 책임 정치의 토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캠프가 청와대가 되고 정부가 되어 집권당조차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임기 후반에 대통령의 인기가 없어지면 반대로 집권당이 나서서 정부와 거리를 둔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이러한 패턴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집권당 후보가 아니라 야당 후보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마치 박근혜 캠프의 제1원칙은 ‘이명박 정부와 무관해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시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당선만 될 수 있다면 무슨 행동, 무슨 공약이든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의 선거는 책임으로부터 방면된 권력자를 뽑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그때 선출된 권력자는 막스 베버의 말대로, 특정 후보자 개인이 정당이라는 매개 없이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데마고그(demagogue) 이상일 수가 없고, 사실상 군주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해서 데마고그가 정부가 된다면, 사적으로 가까운 측근과 전문가집단, 나아가 관료에게 의존하는 통치는 필연적이다.
한국 정치의 이런 악순환 구조를 생각할 때,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문재인 후보가 “책임총리”, “정당책임정치”를 제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록 그것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정부 운영 방향을 옳게 정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중심제의 특성이자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승자독식 원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권력 독점을 허용하는 문제가 있다. 강한 열정을 가진 추종자 집단을 가진 후보의 경우, 비록 그가 협소한 사회적 기반을 대표한다 하더라도 권력 장악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또 증오를 정치 동원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집권당은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결국 내부로부터 해체와 무기력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정당정치의 붕괴란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오늘날 안철수 현상은 바로 그러한 정치적 공백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정치가 악순환을 끊고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면, 극단적인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치적 인과성과 예측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집권당과 정부 사이의 협력적 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을 통해, 책임 정치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다행히 현행 헌법은 청와대 중심의 정부 운영이 아닌, 책임총리와 집권당이 의회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대통령 1인 중심의 통치가 갖는 과부하를 줄이고, 집권당을 정부 운영의 책임 있는 주체로 불러들이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고 또 정부 정책의 책임성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길이다. 이는 정당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집권당은 활력을 갖게 될 것이고, 야당 역시 예비 내각을 구성해 그에 상응하는 정책 능력을 발전시켜야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기회를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의 정부가 되는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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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72053585&code=990100
[최장집칼럼]책임정치를 위하여 (경향, 최장집 |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시민대학장, 2012-08-27 20:53:58)
대통령의 책임성 부재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정치는 대표의 선출과 함께 선출된 대표가 그를 선출해준 투표자들에게 책임지는 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인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선거 때만이 아니라 선거와 선거 사이, 즉 평상시에도 선출된 통치자가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 때만 민주주의가 있고 평상시에 없다면, 그것은 왕을 선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상시에도 책임정치가 구현되는 좋은 정부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정부형태를 아예 의회가 중심이 되는 내각제로 바꾸자고 한다. 제도는 언제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뒷날 우리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현재 시점에서 먼저 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하겠는데, 그것은 권력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하는 일이며, 이를 주도할 민주적 리더십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개헌은 그 자체로서도 넓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거니와, 제도를 바꾸어 정치를 좋게 만들려는 접근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민주주의의 규범과 원리를 실천하면서 “통치의 기예(art of government)”를 훈련하고 축적하는 것의 중요성을 경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간 숱하게 이루어진 제도개혁과 함께 정치발전을 위한 수많은 모델들이 난무하고 수많은 정치공학적 아이디어들이 짧은 사이클로 명멸한 뒤 만나게 된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이다. 현재의 제도적 틀 안에서 그리고 주어진 조건에서 정치발전을 도모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는 것 없이, 뭔가 우리의 정치현실 밖에서 새로운 대안을 들여오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주화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한국정치는 “정당정치의 해체”로 특징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주도하는 것은 정당이라기보다는 정당 내 여러 캠프들이고, 결국 정부가 되는 것도 승자가 된 특정 캠프의 인적 집단일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열린우리당 정부나 한나라당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로 호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집권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캠프정부가 선거과정에서 공약했던 정책대안을 실현하기란 지난한 일이다. 동시에 임기를 마친 정부의 권력 행사와 정부 운영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가의 문제도 모호해진다.
이번 대선에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바뀌었고, 당 지도부와 후보는 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당 출신 대통령이 아닌 듯이 말한다. 그것은 새누리당만의 현상이 아니라 5년 전 민주당의 경우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임 정부에 대한 “회고적 평가”를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당의 연속성이 감춰진 속에서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는 계속해서 애매한 문제가 되고 있다.
당정관계의 문제도 크다. 캠프정부에서는 자신의 인적 집단을 공직에 충원해야할 필요와 압력 때문에 당정분리를 지향한다. 새로이 선출된 대통령은 당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청와대를 만들고 당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당 리더십을 해체하고 당의 역학관계를 과격하게 재편성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러한 변화가 당을 허약하고 왜소하게 만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후의 정당은 그 이전의 야당 때보다 오히려 허약해지고 지리멸렬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향을 보였다. 당정 간의 정책조율과 원활한 소통의 필요성은 청와대가 아니라 주로 집권당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대통령의 소극성 때문에 실제로는 잘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당정관계는 대통령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현실적 권력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또는 최고 권력을 향유하는 대통령의 자만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
한때는 견제되지 않는 강력한 대통령 권력을 표현하는 것으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정당으로부터 전혀 구속됨이 없이 당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으로 인해 제왕적 이미지는 더 강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당의 기반이 약한 대통령이 갖는 패러독스는, 제왕적이라 할 만큼 강력한 대통령에서 터무니없이 허약한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정당과 거리를 둔다는 말은, 넓은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그만두고라도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기반으로부터 괴리되고, 자신을 지지했던 세력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통령들은 임기 중반도 안 돼서 갑자기 사회로부터 고립된 무력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다. 임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정당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거리를 두었다. 임기 전반에 대통령은 “집권당 없는 대통령”이고자 여러 형태로 당의 영향력을 제어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에 이르러 그의 권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때의 당정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어 당이 오히려 멀어지고자 한다. 대통령은 대선에 가까워오면서 오히려 당에 부담이 되고, 이제 당이 나서서 “대통령 없는 집권당”이 되기를 원하게 된다. 이러한 청와대-집권당 관계는 대통령을 유능하고 좋게 만드는 데 있어서나, 정당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나 실패하게 된 원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당이 중심이 되는 책임 정부를 실천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로이 정부를 구성할 때부터 정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용하는 책임 내각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국무총리와 내각 인사를 당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거나 집권당의 주도권 속에서 선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할 때 당정협의는 단순히 당정 간에 의사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의 구성과 운영을 담보하는 기본 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당을 대표하는 내각은, 특정 정책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면서 선거 공약을 이행할 정책 수행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더불어 당이 직접 정부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정당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고, 정당은 정부를 운영할 능력을 갖춘 리더십을 훈련하고 양성하는 장(場)으로 기능할 수 있다
. 이 과정에서 정당은 일반 당원의 참여를 확장하고 신규 당원을 늘리면서 지역적·계층적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고, 수많은 정당 활동가들로 하여금 공익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함과 동시에 그들이 정치경력을 일궈갈 수 있는 직업 훈련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의 정당 발전은 ‘대표’ 개념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안 정당들은 여성, 노동, 청년, 시민운동 대표를 개별적으로 배려하는, 일종의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대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대표를 뽑았다는 것과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당의 기반 강화는 특정의 사회계층이나 집단, 직업, 기능적 분야에 있어 이들 사회집단을 실제로 연계할 때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당이 바로 설 때 당 밖의 관료나 정치지망생들 역시 이쪽저쪽 눈치 보며 신념을 저버린 줄서기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정당 안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과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연쇄적으로 전개된다면, 대통령은 쇼윈도식의 메가 프로젝트를 졸속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없고, 임기 말에 이르러 자신의 정당으로부터 버림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당 간의 경쟁 역시 상대를 상처주고 모욕주기에 모든 것을 거는 것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문제의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대선 후보 가운데 정당을 바로세우는 것을 통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일에 헌신하겠다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 개인의 사인화된 정부가 아니라 정당의 정부를 만드는 일은, 오늘의 한국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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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조 규모 2013년 새해 예산 통과 -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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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적 경제인가 (한겨레 기획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42124555&code=210100
[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4) 박원순 서울시장·정태인 새사연 원장 대담 (경향, 김여란 기자, 2013-01-04 21:24:55)
ㆍ박원순 “신자유주의 희생자들의 지속가능한 삶 위해 사회적 경제 필요”
ㆍ정태인 “신뢰·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 축적되면 거래비용이 준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 경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은 살찌고 있지만 고용난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2013년 신년기획을 통해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존 경제체제를 보완할 것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경제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57)과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53) 간 대담을 마련했다.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선포하고 해외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 온 박 시장은 대담에서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정부의 복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적 경제는 체제 한계 내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서울시는 올해 사회적 경제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과 연대를 원리로 하는 사회적 경제를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로 던져왔던 정 원장은 “경쟁보다 인간 사이의 신뢰,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사회가 더 경쟁력 있다”면서 “시장과 경쟁 위주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사회적 경제를 가르치는 제도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담은 경향신문 조호연 에디터 사회로 지난달 29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 박원순 시장
“정부 복지만으론 한계… 유통채널 제대로 살려야 협동조합 자생력 생겨”
▲ 정태인 원장
“구성원 1인1표 의사결정… 협동조합의 비중 커지면 경제민주화 실현도 확대”

■ 왜 사회적 경제인가
-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정태인 원장(이하 정태인) = 경제위기가 오면 언제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요구와 비중이 늘어나는 건 반복돼 온 현상입니다. 원래 시장경제와 시민경제는 구분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시장경제도 따뜻해야 하고, 서로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건데 지금 시장경제가 잘못돼 있는 거지요.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용도로서 보는 것이지요.
박원순 시장(이하 박원순) = 과거에 자본주의와 대결하던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나서 대안들을 찾아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단지 복지로서는 해결이 안돼요. 한계가 있는 체제하에서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탄생했다고 봅니다. 시작은 사회·복지운동 쪽에서라고 보는데요, 비영리단체가 영리를 고민하게 된 거죠. 사회적 경제는 대체로 풀뿌리 단위에서 잉태됐기 때문에 그만큼 신자유주의에 희생되는 세력들의 요구를 잘 받아들일 수 있어요. 정부도 복지의 한계를 절감하고 사회적 경제 영역을 키우려는 것이고요.
정태인 = 경제가 경쟁 위주에서 협동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재정위기에 빠지니 민영화를 하는데, 일부 협동조합이 발전한 나라들은 시장보다 협동조합으로 넘겨요. 비용은 줄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늘어나니까요. 역으로 협동조합이 하던 걸 국가 복지로 바꾼 경우도 많습니다. 스웨덴은 노동조합이 관리하던 고용보험이 국가 복지가 된 거거든요. 그래서 보험관리권이 노동자에게 있고 노조가 강하지요.
박원순 = 사회적 경제에도 영리적인 면이 있지만, 동시에 사회 변화를 위한 열정이 있기에 말씀처럼 기존과 다른 형태의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아름다운가게를 하면서 비즈니스적 관점을 굉장히 강조했지만, 근본은 취약계층에 대한 애정을 안고 있거든요. 그래서 종사자들이 오히려 기업인보다 더 열심히 일합니다.
- 경제민주화가 화두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경제민주화와도 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정태인 = 경제민주화를 가장 폭넓게 정의하면 기업 내에서도 노동자가 자기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겠지요.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정치 영역에서는 모두 한 표씩 행사하는데, 기업 내에서는 독재가 일어나도 왜 아무도 의문을 안 갖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국 기업 내에서도 노동자가 자신의 경제 결정과정에 대해 의사를 밝히고 참여하도록 하는 게 경제민주화라면, 협동조합은 그 자체가 경제 민주주의의 원리입니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사결정 권한이 한곳에 몰려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죠.
삼성이나 LG처럼 대기업인 스페인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은 실제로 1인 1표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비중이 커질수록 전체 경제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 모든 부분에 관철되는 것이지요.
박원순 = 요새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들이 사회책임리포트를 만들고 있고, 유엔의 글로벌 컴팩트도 제한적으로 가입합니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 발전에 기금이든 다른 방식이든 일반 기업들이 참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서울시가 사회책임을 위한 공공구매 엑스포를 열 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상공회의소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했어요. 그 단체 회원사에 속한 대기업들이 참여해서, 공공과 비즈니스·커뮤니티 기업들이 협력하면 사회를 바꾸는 데 어마어마한 기여를 할 수 있거든요. 기업 내부 민주화를 이루거나 잘못된 측면을 공정거래로 혁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기업의 잠재적 자원들을 잘 이끌어내서 사회적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시장과 기업은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사회적 경제는 연대나 협력, 배려를 우선합니다. 둘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원순 =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의 효율성은 어느 기업이든 당연히 가져야 하죠. 일반 기업은 비정규직을 확대해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걸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보지만, 사회적 경제는 인간을 보는 관점이 좀 다르지요. 그게 반드시 비효율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쟁에 의해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관점이 있지만 동시에 협동에 의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사례가 많아요. 어찌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인데, 일반 기업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해외 어느 기업은 과장 승진 때 모두의 명함을 모아서 훅 불어 (명함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을 과장을 시킵니다. 인간은 누구나 책임을 맡으면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거고, 실제 그 회사가 그렇게 잘돼요. 그런 실험들이 우리 사회에서 많으면 좋겠습니다.
정태인 = 이런 것을 경제학에서 이론화한 게 사회적 자본 이론입니다. 사회에는 돈 같은 물리적 자본만 있는 게 아니라 인간과의 신뢰,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이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사회는 거래 비용이 줄어듭니다. 계약도 복잡하지 않고, 계약 이행도 확실하고 감시할 것도 줄어드니까요. 서로 믿는 사회가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지요. 원리로 치면 사실 경쟁만 갖고 경영하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특히 사회적 딜레마처럼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 경쟁과 이기심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협동으로는 가능하지요.
▲ 박원순 시장
“새 대통령의 국정 ‘화두’ 서민·민생·경제 등 실현에 사회적 경제는 중요 과제”
▲ 정태인 원장
“정부 부처마다 사업 분산, 총괄하는 위원회 있어야… 관련 내용 교육과정 포함을”
■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태인 = 우리나라도 사회적 경제 붐이 불고 있어요. 2007년에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됐고, 지금은 지난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영역에 관심이 많죠. 특히 서울시가 가장 앞장서고 있으니 관련 서울시 사업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원순 = 제가 만약 시장이 안됐으면, 아마 지금 이 분야에서 신나게 서울시와 협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은 많이 받는데 몇 년 지나도 실질적으로 뭔가 성과를 못 내는 경우입니다. 이들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 유통이라는 답이 나왔어요. 이분들의 물건과 서비스를 제대로 팔아주면 성장의 동력을 갖게 되니까 그당시에 유통채널을 제대로 만들자 생각해서 서울통상산업진흥원에 특별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지하철 상가의 30%를 공공의 공간으로 구성해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상점들이 들어서도록요. 지난해 사회책임 구매로 4조3000억원을 공공구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또 사업에는 역시 금융, 자본이 중요합니다. 사회투자기금도 본래 예정보다는 적지만 500억원, 매칭 투자까지 합치면 1000억원을 마련했고 위탁 기관도 지정했습니다. 앞으로는 시립 투자기금 말고도 은행이나 기타 기금들과 민간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 생각입니다.
정태인 = 사회적 경제의 성격상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어요. 너무 성과주의로 흘러가거나 협동조합도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할 것으로 여길 위험이 있죠. 특히 사회적기업이 실제로 임금 지원하다가 끊으니까 오히려 공동체의 뿌리가 뽑혀버리고, 사회적기업이 죽는 경우가 많이 생겼잖아요. 정부가 주도해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해오다가 지원이 끊기면, 현재 우리 사회적 경제가 자생할 수 있을까 하는 거거든요. 시장 취임하시고 캐나다 퀘벡주 갔다 오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퀘벡 협동조합들은 주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회적 경제 영역의 시민활동가들과 정부가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같이 예산도 짜고 사업도 만듭니다. 우리랑 비슷한 모델인데 성공한 경우지요.
박원순 = 제가 특별히 당부하는 것도 사회적기업개발센터 같은 중간 지원기구를 통해서 지원하라는 거예요. 행정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건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스스로 해야겠지요. 서울시 사회적기업개발센터나 사회투자기금 위탁,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은 다 과거에 사회적기업이나 마을운동 등 그쪽 일을 쭉 해왔던 분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역량과 경험을 갖고 알아서 일을 해야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잘하는 분들 놔두고 공무원들이 직접 하려면 잘 되지 않겠죠. 올해는 예산안도 그분들과 함께 처음부터 항목과 금액을 같이 짜보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초안을 만들어놓고 의견을 묻는 식이었는데, 그분들이 1년간 지원센터를 운영해본 경험을 기초로 협의하는 거지요. 지난 1년 동안은 인프라 만드는 데 주력했고, 내년에는 훨씬 신나게 일해볼 수 있을 겁니다.
정태인 = 자생적으로 해나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일단 시장 진입을 하면 목표를 세우는 것처럼, 서울시도 전체 GDP의 얼마를 사회적 경제로 채우겠다는 목표가 있습니까.
박원순 = 프랑스 파리는 전체 경제 규모의 10%가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정도예요. 서울시 같은 경우는 형식적으로 사회적기업을 1년에 몇 개 인큐베이팅하겠다 정해는 두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자꾸 강조해요. 획일화와 형식화는 늘 경계해야 하고 말씀처럼 자칫 관변사업이 될 수 있으니까요. 국제교류 계획은 있습니다. 지난해 유럽 출장에서 만난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장관과 이야기하다가 (마음이) 통해서 사회적 경제 엑스포를 열기로 합의했어요. 파리에서 하면 우리가 아시아 지역 관련 단체들 네트워킹을 도와주고, 프랑스는 유럽 쪽을 책임지고요. 서울에서 할 수도 있고 10월 개최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사회적 경제도 따져보면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나 관련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을 텐데요. 새 정부에서의 사회적 경제 정책이나 발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 지금 협동조합기본법은 기획재정부가, 사회적기업육성법은 고용노동부가 관할을 합니다. 국토해양부는 관광과 관련한 사회적 경제를 만들고 총괄하고, 공무원 사회가 그렇듯 사실상 모든 부처가 각자 사회적 경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차원에서 이를 총괄하는 위원회가 있으면 공통된 제도나 법을 맞춰나가고, 예산도 총괄하면 좋겠지요. 문재인 전 대선 후보에게는 청와대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각 부처가 각자 법에 따라 사회적 경제 사업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사회적 경제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을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박원순 시장님이 열심히 하면 대통령도 따라하지 않을까요. 청와대 내에서 앉는 순서를 보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장관보다 높아요(웃음).
박원순 = 서민, 경제, 민생 같은 키워드는 새로운 대통령의 화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사회적 경제를 무시하고는 할 일이 없는 것이죠. 당연히 중요한 과제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정태인 원장님 말처럼 서울시가 사회적 경제에 올인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파급력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수위 단계에서도 요청을 해서 박근혜 당선인을 별도로 한번 뵐 생각인데, 제가 서울시정 펼치면서 경험했던 바를 나누면서 국정에 이런 거 반영하시면 훨씬 좋겠다 싶은 것들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방분권이나, 지자체 재정 확대 등 서울시가 갖고 있는 아젠다들도 제안할 생각입니다.
정태인 = 사회적 경제 관련 사업 하시면서 중앙정부의 도움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그런 건 어떻게 보시나요.
박원순 =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시는 시대로 구청은 구청대로 전부 따로 노는 게 우리 대한민국 특징입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든 네트워크를 만들고 파트너십을 이뤄야겠지요. 사회적 경제 관련해서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과 나름대로 협력은 하지만, 사실 이제까지 중앙정부와 큰 협력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관련 부분에서 예산도 좀 더 따오고, 같이하면 좋겠지요.
■ 해결할 과제들
- 경쟁과 황금만능 위주였던 우리 사회는 공동체, 나눔과 같은 사회적 경제의 기본 정신이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 아닌가요.
박원순 =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년 동안 너무 경쟁 중심이었기 때문에 다들 지쳐 있어서, 오히려 또 다른 사회를 원하는 요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월급만 따지면 절대 비영리단체에 안 올 사람들이 실제로 와서 일해요. 예컨대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인스쿨 할 때 삼성 다니다가 온 사람들이 진짜 많았어요. 또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그래도 끈끈한 정들이 있거든요. 전에 영국에서 1년 살 때 기차 타면 사람들은 책이나 아래만 보고 아무도 안 쳐다봐요. 한국에서는 누구 탈 때마다 쳐다보고 아기한테 참 예쁘네 말 걸어요. 한국 사람들은 달라요. 공동체 사업을 하기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태인 =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도 사람들이 오래 살아야 가능한데 지금은 집값 때문에 너무 자주 이사다니는 것 같아요. 사회적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게 사람들인데요, 활동가들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희망제작소 등 여러 단체에서 교육도 많이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적기업가정신이나 사회혁신에 관한 아이디어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경험이 없고, 이게 무엇인가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경제라는 게 시장과 경쟁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는 교육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경제 관련 내용을 집어넣은 교과서가 전혀 없습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경쟁인데 협동이 좋다고 내용만 넣어서 될 것도 아니겠지만요. 대학 경영학과에서도 협동조합을 가르치지만, 마치 비영리단체 경영학처럼 돼 있어요. 사실 경영학과보다는 경제학과에서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 원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제가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적 경제를 가르치는데 석사 12명, 박사 1명이니 너무 적죠. 서울시립대에 관련 학과를 만든다든가 서울시에서 이런 교육을 할 방법이 있을까요.
박원순 = 그런 요청도 있는데, 대학 학과를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기존 교육과정에서 설치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교육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도대체 어떤 영역인지 모르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사회적기업은 사회주의자가 하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영국, 프랑스처럼 사회적 경제가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걸 목표로 세울 수 있으니까, 관련 분야 인재를 제대로 교육하는 전문교육원 같은 게 있으면 좋겠네요. 별도의 프로젝트로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제도권 교육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경제를 가르치면 훨씬 좋죠. 서울시가 사회교과서에 사회적 경제 부분을 넣는 거는 정부에 제안할 수도 있겠어요.
- 사회적 경제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만을 위한 경제라는 인식이 많은데요.
박원순 = 지금은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낙인 효과가 있어요. 저기서 만드는 걸 사주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물건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 같은 거죠. 그건 공동의 책임이고, 바꿔야 하는 겁니다.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우리 물건 품질이 높지 않아도 사람들이 사주겠지 하는 그런 안이한 생각 하면 안되고, 스스로 열정과 도전의식,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하는 거지요. 그게 없으면 아무리 정부가 지원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가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시작하더라도 비슷한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당연히 경쟁은 해야 하는 거거든요. 사회적 경제에는 인도적인 마인드가 더 있어서, 영리 중심의 기존 기업보다 훨씬 더 깊은 애정이 담기기 때문에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태인 =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것을 윤리적 소비처럼 바라보는 인식이 있지요. 그런 생각이 처음 생기게 된 건 고용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들이 있어서인데 서비스나 생산 품질이 떨어질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점점 발전할 거고, 사회적 경제라고 나쁠 이유는 전혀 없어요. 작년에 유럽 협동조합들을 박원순 시장님과 같이 다녔지만, 8000개의 협동조합이 있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그 안에 돌봄서비스 협동조합인 카디아이 보면 굉장히 잘 지어놨어요. 사실 현지에서는 협동조합이 너무 고급이라고 비판받기도 해요. 또 우리나라 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들이 취급하는 물건과 서비스는 질이 좋아요.
- 사회적 경제가 예컨대 전체 경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든지, 규모가 커지면 기존 경제세력들과 부딪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 사회적 경제와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태인 = 사회적 경제의 비중이 적은 한국에서는 아직 이른 고민이지만, 8000개의 협동조합이 있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자본주의적 기업과 협동조합들이 경쟁합니다. 오히려 협동조합이 더 크기도 하고 사실 구분이 잘 안돼요. 경제학에서는 협동조합이 성공하면 변질한다고도 하는데, 볼로냐의 제조업 협동조합들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살아남았어요. 이탈리아는 골목마다 쿱이탈리아라는 소비자조합이 있어 대기업 유통업이 들어오지 못해요. 이처럼 기존 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보완적이기도 하고 경쟁적이기도 합니다. 시장님께서는 혹시 기존 경제 쪽의 사람들에게서 너무 협동조합 등에 특혜 주는 거 아니냐, 이런 불만에 맞닥뜨린 적은 없으신가요. 가령 정부조달이나 공공구매의 20%를 사회적 경제 영역에 제공한다고 하면 말이죠.
박원순 = 아직 그런 건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화두가 지금 사회적 경제, 사회공헌과 사회책임 투자 쪽이라고 기업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경제 부문이 커지는 게 결코 기업환경에 불리하지 않아요. 지금처럼 극단적인 대결사회로 가면 기업이 오히려 위기에 처하거든요. 경제 민주화 요구도 결국 대기업의 위기 상황인 건데, 사회적 경제가 커져서 사회복지가 늘면 그만큼 안정된 사회에서 안심하고 기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 기업들을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유도해서, 공적 자본만이 아니라 기업자본도 함께 가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 50년 후쯤이면 몰라도 사회적 경제 영역의 회사들이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 반드시 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대규모 건설협동조합같은 게 만들어지면, 서울시가 일거리도 많이 주고 대규모 프로젝트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안 해도 할 일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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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32215155&code=210100
[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일본은 은둔형 외톨이 직업훈련, 스위스선 저소득층 자녀 취업 알선 (경향, 김경학 기자, 2013-01-03 22:15:15)
ㆍ해외 사례
사회적 경제 하면 협동조합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떠올린다. 해외에서는 협동조합 외에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돼 있다. 해외에서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 일본 ‘K2인터내셔널’
요리 가르쳐 사회적응 도와, 생활 지원·일자리 동시 해결
▲ 스위스 ‘잡팩토리’
이민자·빈곤층 청소년 대상, 매장 일하며 책임감 배우게
■ 청소년 지도서 쪽방촌 재건축까지
일본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이 공식화돼 있지 않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영리조직(NPO) 등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도 그중 하나다. 요코하마에 있는 K2인터내셔널은 10대 후반의 등교 거부 청소년과 은둔형 외톨이 등을 직업훈련을 통해 요리를 가르친 뒤 사회로 돌려보내 그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요리를 배운 젊은이는 학교 급식소 운영, 도시락 판매, 외부 식당의 재료 준비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또 공동생활, 상담·학습지원, 직업캠프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연매출은 4억7000만엔(약 60억원)에 이른다. 등교 거부나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상담 건수는 연간 3000건이며 합숙형 프로그램 참가자는 연간 120~150명이다. 일본 사회적 경제 전문가인 강내영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41)은 “K2인터내셔널은 생활 지원에서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둘 다 해결하는 체제인 반면, 한국은 일자리 창출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제는 청소년과 청년의 개념을 묶어 연동되고 일관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K2인터내셔널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민촌을 배낭여행객이 머물 수 있는 호스텔촌으로 바꿔 동네를 살린 사회적기업도 있다. 2000년대 초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쪽방촌인 요코하마 고토부키는 항만물류시설 등이 기계화되며 노동자가 급격히 줄었다. 광주NGO센터의 연수결과보고서를 보면, 당시 노동자를 위한 쪽방촌 숙박업체는 120곳에 방이 8600여개였는데 이 중 2000여개가 빈 방이었다. 동네는 점점 빈민화돼 노숙자가 늘었고,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대학원 시절 일본의 3대 쪽방촌 지역인 고토부키를 알게 된 오카베 도모히코(36)는 사회적기업인 ‘고토라보’를 설립해 2005년 쪽방을 여행자가 묵을 수 있는 호스텔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쪽방으로 운영되는 숙박업소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업소 사이에 공동공간을 조성하는 등 리모델링을 실시해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거주하는 쪽방호스텔촌을 만들었다. 건물주는 건물 리모델링을, 고토라보는 영업·의료·식사·청소 등을 담당했다. 숙박을 통한 수익은 건물주와 절반씩 나눠 갖는다.
■ “유럽 사회적기업, 중견기업 수준”
프랑스의 SOS그룹은 가장 큰 규모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1984년에 설립된 SOS그룹은 노인과 노숙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병원 8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노숙자·장애인·약물중독자·에이즈 환자 지원사업, 노인 돌봄사업, 아동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해외정책 연구연수 결과보고서(보고서)를 보면, SOS그룹은 프랑스 전역에 걸쳐 약 283개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약 1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연 매출은 5억6000만유로(약 8000억원). 연간 약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에도 청소년의 취업·진학을 위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스위스 바젤 근교에는 악기·생활소품·여성의류·남성의류 등을 판매하는 ‘잡팩토리’ 쇼핑센터가 있다. 사회적기업 잡팩토리는 청소년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게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그 직업으로 업무를 경험하게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대부분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이민자 가족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힘든 이들이다.
이들은 쇼핑센터에서 평균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인턴프로그램들을 수행한다. 잡팩토리는 매년 300여명씩 고용해 연간 860만스위스프랑(약 93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09년 매출액은 964만스위스프랑(약 99억원)을 기록했다.
잡팩토리를 방문한 적이 있는 박선우 한국 사회적기업 위더퍼블릭 대표(29)는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받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느낌이 있는 반면, 잡팩토리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봉사하고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하나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는 축구를 통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에든버러에 있는 스파르탄커뮤니티풋볼아카데미(스파르탄)는 2009년 잔디구장, 보조잔디구장으로 구성된 스파르탄 센터를 열어 잔디구장을 대여해주고 이를 통한 수익으로 사회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파르탄의 전체 시설비는 300만파운드(약 52억원)로 절반은 스파르탄 회원으로부터 마련했고, 나머지는 펀드레이징을 통해 마련했다. 보고서를 보면, 문을 연 첫해인 2009년에는 매출액이 30만파운드(약 5억2000만원)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52만파운드(약 9억원)를 기록했다. 박경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대리(32)는 “스파르탄은 사회적기업의 아이템을 발굴할 때 혁신적인 아이템도 좋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평범한 아이템도 어떻게 기획을 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잘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기부 받아 빈곤 어린이 지원도
북미의 사회적기업은 민간펀드, 기부 등을 통해 운영돼 창업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원월드풋볼은 전 세계 빈곤 계층에게 다용도 스포츠 공인 원월드풋볼을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독성 비활성 재질로 만들어진 이 공은 일반 축구공에 비해 매우 질겨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기를 넣을 필요도 없고, 공기 빠짐 없이 콘크리트·아스팔트·흙 등 모든 지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원월드풋볼의 공동 설립자이자 유명 음악감독인 팀 자니겐은 아프리카 다르푸 지역에서 난민들이 쓰레기를 노끈으로 감아 만든 공으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공기를 안 넣어도 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축구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0년 유명 팝스타 스팅으로부터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투자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원월드풋볼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119개국에서 총 7340개가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에는 독거노인에게 매일 직접 요리한 도시락을 자전거로 배달하는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 상트로폴 롤랑은 독거노인이 많은 몬트리올에 사는 두 청년이 노인들에게 하루 한 끼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에서 시작됐다. 1995년에 문을 연 이곳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약 100명의 자원봉사자가 평균 90개가 넘는 식사를 배달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배달함으로써 연간 250여명의 노인 또는 부상으로 거동이 힘든 이들이 10~12달러의 식사를 4.5달러에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상트로폴 롤랑은 도시락 판매 수익과 정부지원, 기부자들의 후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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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환경 등 ‘윤리적 사업’ 투자은행 설립 시급 (경향, 이성희 기자, 2013-01-03 22:15:01)
ㆍ사회적금융 정착 어떻게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금융 기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기업에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돈벌이보다 윤리와 공익에 투자하는 금융은 불가능할까.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람과 환경, 경제 균형 등의 가치에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 이른바 ‘착한 은행’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 곳에 돈이 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금융민주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은 사회적 금융의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진다. 이 은행은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유기농, 주택 협동 건설, 소액금융, 예술 기획, 공정무역 등 ‘윤리적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홈페이지에도 “혁신적인 기업과 조직을 지원하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은행”이라고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은행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만 투자를 하면서도 1980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분기손실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영국에는 다양한 사회적 금융이 존재한다. 현재 사회적 투자 시장 규모는 3300억원에 이른다. 그중 대표적인 공익 금융기관은 채러티 은행. 2002년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고객들의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얻는다. 다만 대출대상이 취약계층으로 대출금리는 2% 정도로 낮다. 또 대출을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꾸준히 컨설팅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첫해 60명이던 예금자는 최근 2만5000명을 넘어섰다.
비용이 많이 들면서 개선하기 힘든 사회적 문제를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결하는 성과 보상 프로그램인 사회혁신채권도 있다. 예를 들면 노숙인 자립이나 청소년 범죄예방 등을 정부가 예산을 들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끌어들여 일정 성과를 나타내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피터버러 시 교도소 재수감률 낮추기’ 사례가 유명한데 현재까지 재범률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는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이 있다. 이 기관은 낙후된 지역의 비영리단체나 마을기업, 저신용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은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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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3) 또 다른 시도 - 백담마을기업 (경향, 인제 | 김경학 기자, 2013-01-03 22:26:13)
ㆍ황태 등 특산물 팔아 일자리 창출에 수익을 나눠 ‘신나는 마을’로
▲ 시골 마을에 젊은이도 돌아와 ‘함께 잘살자’ 신바람
마을기업이 지역 네트워크 역할, 공동마케팅도 진행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마을버스 사업도 쾌속운행
■“마을기업 덕분에 취직도 하고 행복해요”
■ 용대향토기업과 또 하나의 마을기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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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3) 또 다른 시도- 사회적기업 (경향, 김여란 기자, 2013-01-03 22:18:01)
■ 설립 6년차 ‘한국컴퓨터재생센터’
중고컴퓨터 재생 연매출 32억… “정보 격차 해소” IT센터 추진
공공부문 입찰 가산점 있지만 혜택 보는 경우 드물어 보완을
■ 사회적기업 인증 앞둔 ‘대추씨’
공동체 통한 일상적 치유 기획… 인증 받으면 고용도 늘리기로
자본금 부족 땐 도움 되지만 창의성 침해·업무 증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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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사회적기업에 수의계약 허용 등 보호해줘야” (경향, 김여란 기자, 2013-01-03 22:17:47)
ㆍ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대표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대표(53)는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되려면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증장애인들을 고용,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리드릭’을 7년째 경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사회적기업 환경을 망친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은 정부 도움 없이도 잘되는데, 우리는 정부가 한 해에 1400억~1500억원씩 투자해도 잘 안되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기업 정책은 정부가 해오던 취약계층 일자리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이전한 형태다. 인건비 지원이 주가 되는데, 이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정책 설계를 잘못한 것이다.”
-인건비 중심 지원 왜 문제인가.
“기업이 국가 지원금을 월급처럼 여기게 되면, 기업주는 자신이 열심히 활동해서 수익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가 정신이 안 생기는 거다. 물론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장애인, 노인 등을 고용하는 곳에 대해서는 인건비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차이에 대한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3년간 인건비를 지원해주다가 끊는다. 필요한 데는 모자라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독이 되는 것이다.”
-향후 사회적기업 정책에서 가장 중점이 돼야 할 부분은.
“사회적기업을 위한 시장이 생겨야 한다. 경제공동체 EU(유럽연합)도 각국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등 보호해 준다. 우리는 공공구매 시 사회적기업에 가산점을 준다지만, 최저가 입찰이 기본이기 때문에 가산점은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은 공익에 기여하므로 경쟁 방식도 당연히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사회적기업도 기업인만큼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착한 투자자들이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투자 방식, 조건에 대한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14%만 이익을 낸다는데,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는 증거 아닌가.
“일반 기업도 문 열고 3년 안에 수익을 내기 어렵고, 중소기업의 50%가 5년 안에 문 닫는 판국이다. 이제 5년 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통계, 비교에 비현실적인 면이 많다. 수치대로면 나머지 86%는 손해를 본다는 건데, 왜 사회적기업이 계속 생겨나고 유지되겠나. 사회적기업은 일반 시장경제 논리 속에서 왜곡된 부분을 혁신하고, 슬럼화된 지역사회를 긍정적인 공동체로 뒤바꿀 수 있다. 충분히 수익성도 있는 가치고,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이다. 정부 인건비 지원이 끊긴 뒤 우리 회사는 오히려 단기 순이익을 냈고, 이득은 고용에 재투자했다.”
-현재는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인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증제가 오래 가면 사회적기업이 확산될 수 없다. 적어도 5만개, 중소기업의 10%는 사회적기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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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022207445&code=210100
[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이탈리아 볼로냐에선 집짓기·연극 관람·육아까지 조합 통해 해결 (경향, 김경학 기자, 2013-01-02 22:07:44)
ㆍ해외 협동조합 엿보기
한국에서 협동조합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유럽, 북미의 국가에서는 협동조합이 생활화돼 있다. 이미 15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통해 지역공동체와 연계하고 있고, 소비자협동조합·주택협동조합·노동자협동조합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협동조합의 국제기구인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자료를 보면, 국제협동조합연맹에 등록된 협동조합단체는 전 세계 94개국 249개 조직으로 140만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있고 조합원은 10억명에 이른다.
▲ 유럽·북미 150여년 역사 자랑
지역공동체 연계 이미 생활화, 조합이 뭉쳐 새 조합 만들기도
▲ 캐나다는 1800만명이 조합원
미 선키스트·AP통신도 조합
■ 협동조합의 도시, 볼로냐

이탈리아 볼로냐에 사는 주부 키아라는 협동조합만 있어도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 씻을 때 사용하는 칫솔, 치약, 비누, 샴푸 등은 소비자협동조합 ‘코프아드리아티카’가 운영하는 대형마트급 매장 이페르코프에서 구매한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집도 주택협동조합 ‘무리’에서 지은 것이다. 키아라는 아이를 협동조합이 모여 만든 어린이집 ‘라치코냐’에 보내고 출근한다. 출근할 때 타는 택시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택시다. 그가 일하는 곳도 신용협동조합이고, 점심을 먹는 식당도 요리사와 웨이터 노동자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 ‘캄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찍 퇴근한 키아라는 아이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간다. 그가 찾은 어린이 전용극장 테스토니 라가치는 연극협동조합 ‘바라카’가 공연하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연극을 본 키아라는 이페르코프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한다.
키아라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활이 협동조합에서 이뤄지는 그처럼 생활하는 이들을 ‘협동조합의 도시’로 불리는 볼로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부회장은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이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이유는 한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이종 협동조합들이 네트워크나 컨소시엄을 형성해 생산·소비·금융·교육 등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생활을 책임지기 때문”이라며 “협동조합은 특정 영역에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협동을 통해 모든 영역에 대해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임장관실에서 발행한 협동조합자료집을 보면, 볼로냐가 주도인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인구는 약 400만명으로 1인당 소득이 4만유로(약 5700만원)에 이른다. 이 지역은 유럽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지역 중 하나로 실업률도 낮다. 이탈리아 전체의 실업률은 9%인 반면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실업률은 5%에 불과하다. 이 지역 경제활동의 30%를 차지하는 협동조합은 그 수만 8000여개에 이른다.
협동조합끼리 뭉쳐 또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으로 불리는 레가코프는 회원인 협동조합들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 1만5200개 이상의 소매·건설·제조·서비스·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가입해 있다. 레가코프는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킹, 신규 설립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지자체와 정부를 상대로 협동조합 대변 등 정부 지원 이외의 부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레가코프 볼로냐 소속의 협동조합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볼로냐 인근 디사베나의 어린이집 ‘라치코냐’는 건축노동자·급식노동자·보육서비스협동조합 등 3개의 협동조합이 모여 만든 보육시설이다. 건축노동자협동조합인 ‘치페아’ 소속 노동자들이 어린이집 공사를 맡았다. 급식노동자협동조합인 ‘캄스트’ 소속 급식 노동자는 어린이집의 급식을 담당하고, 돌봄·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카디아이’ 소속 교사들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과 볼로냐시가 민·관 연대방식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카라박 프로젝트’에 따른 것으로, 어린이집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부지와 운영비는 볼로냐시가 지원한다. 볼로냐에서는 라치코냐 등 11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일반 기업은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협동조합은 서로를 경쟁이 아닌 파트너 또는 협력의 대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그리고 협동조합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영국 맨체스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축구라고 답할 것이다. 두 지역은 축구팀으로도 유명하지만 협동조합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팀 중 하나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자료집을 보면, 바르셀로나는 1899년 팀 창단 초기부터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원의 수가 17만명을 넘었다. 회비 150유로(약 21만원)만 내면 전 세계 누구나 2년 동안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은 바르셀로나 홈구장에서 열리는 경기의 입장권을 구입할 때 약 22%를 할인받을 수 있고, 우선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 조합원은 팬으로서 혜택만 받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 가운데 가입한 지 1년이 넘고 18세 이상이면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다. 조합원은 또 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 참석해 연간 보고서, 장기 계획, 예산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팀을 6년 동안 책임질 회장(구단주)을 선출하기도 한다.
영국 맨체스터는 협동조합과 어떤 인연이 있을까. 맨체스터는 세계 최초로 성공적인 협동조합이 탄생한 곳이다. 19세기 중반 맨체스터 인근 로치데일 지역에서는 설탕과 버터를 판매하던 사업자가 설탕에 모래를 섞고 저울 눈금을 정확히 재지 않는 등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 잦았다. 이에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8명은 1파운드씩 출자해 가게를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1844년 탄생한 최초의 성공적인 근대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이다. 소비자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된 로치데일 조합의 목적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재정과 사회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지배구조에서도 일반 회사와 달리 매년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합을 운영할 이사장, 회계, 총무, 감사 등을 선출하는 민주적인 운영방식을 택했다. 1인1표 의결권, 조합원의 출자에 의한 자금 조달, 출자금에 대한 이자율 제한 등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의 원칙과 가치는 향후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채택한 협동조합 7대 원칙으로 발전했다. 맨체스터를 포함한 영국의 2011년 협동조합 수는 5900여개, 조합원 수는 13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은 “영국은 사회적 경제에 필요한 기부 문화 등 폭넓은 인프라가 퍼져 있고, 지역공동체가 꾸준히 커나가고 있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 “퀘벡주 인구 70%는 조합원”
캐나다는 협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한 국가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해외정책 연구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캐나다 국민 중 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의 수는 1800만명에 달한다. 특히 퀘벡주에는 3300여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인구의 70%가 1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퀘벡주의 신용협동조합 데자르댕은 캐나다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20세기 초 퀘벡주에 살던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거주지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원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고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알퐁스와 도리멘 데자르댕 부부는 1900년 그들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데자르댕 부부는 가난한 이들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출자금 5달러를 매주 10센트씩 1년 동안 나눠 낼 수 있게 했다. 보고서를 보면, 이렇게 시작한 데자르댕은 지난해 기준 자산 1900억달러(203조원), 1년 순이익 17억달러(1조8000억원)에 달하는 북미 최대의 신용협동조합이 됐다.
김 부회장은 “데자르댕은 이익금을 지역사회에 쓰거나 다른 협동조합으로 넘긴다”며 “잉여금으로 새로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지역 풀뿌리 단체를 직접 지원하기도 하고, 재단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지역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만드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데자르댕은 1971년부터 연대저축기금을 만들어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구하기 힘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퀘벡주 앰뷸런스노동자협동조합인 세탐 역시 데자르댕으로부터 자금을 얻어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장 샤를 보일리와 루이 푸아리가 일하던 앰뷸런스 회사는 1988년 경영난으로 부도가 났다. 당시 노동조합의 주축이던 두 사람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응급구조사로 회사에서 일하던 노조원 40명이 1000달러씩 출자한 돈과 데자르댕에서 대출을 받은 자금으로 시작한 세탐은 지난해 기준 326명의 응급구조사와 46대의 앰뷸런스를 보유한 퀘벡 최고의 앰뷸런스 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도 협동조합이 있다. 식품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 선키스트, 웰치스, 블루다이아몬드 등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사인 AP 역시 협동조합이다. 선키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6000여개 오렌지 생산농가가 모여 만든 대표적인 생산자협동조합이다. 미국은 1869년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철도가 개통되자 화물 수송과 유통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서부지역에만 한정됐던 오렌지 소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오렌지 시장이 커지고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재배농가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중간도매상의 주머니만 불렸다. 결국 1893년 오렌지 재배농가들은 ‘남부 캘리포니아 과일거래소’를 만들어 오렌지의 판매와 유통을 직접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선키스트의 모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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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2)“대량생산의 조급함 없애니, 자연도 살고 상품성도 높아져” (경향, 괴산 | 홍재원 기자, 2013-01-02 22:15:48)
ㆍ생산자 조합원 김철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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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대형마트보다 10%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 챙겨” (경향, 홍재원 기자, 2013-01-02 22:15:32)
ㆍ소비자 조합원 조숙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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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받기만 했던 그들이 남을 돌보고, 지역사회에 수익 환원 보람도 (경향, 김여란 기자, 2013-01-02 22:12:07)
ㆍ사회적 협동조합 - 성남만남돌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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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창립 앞둔 ‘바리스타 협동조합’ (경향, 이성희 기자, 2013-01-02 22:05:19)
ㆍ커피업계의 불평등 수익배분구조 깨려 다섯 젊은이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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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금융 외 모든분야 협동조합 설립 가능… 조합 자금력이 과제 (경향, 홍재원 기자, 2013-01-02 22:05:13)
ㆍ지난달 시행 ‘협동조합법’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달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설립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법의 핵심은 사실상 대부분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존엔 농업(농협), 수산업(수협), 신용(신협), 소비자생활(생협), 엽연초, 중소기업, 산림, 새마을금고 등 8개 분야에 한해서만 만들 수 있었다. 지역 농협을 만들려면 1000명 이상이 모여야 하고 거주지 제한도 있었지만, 새 법안 발효로 5인 이상이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각종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다른 지역에 사는 대리운전기사 5명이 따로 모여 별도의 콜센터를 두지 않고 자체 운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층이 법적 자격을 갖춘 조직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 지속가능한 생활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도 만들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법정 적립금이 잉여금의 30%로 늘어나고 배당이 금지된다. 정부는 이 같은 법안 시행으로 향후 5년 내에 취업자 수가 4만~5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 법안은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토대가 되지만, 협동조합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일 뿐 성패는 운영 방법에 달려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상법상 주식회사 설립 근거가 있지만 모든 주식회사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취약한 자금력 등이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힌다. 한 협동조합 운영 관계자는 “은행 대출 등 제도권 자금 조달도 아직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은행들이 협동조합 대출을 꺼리는 만큼 협동조합을 뒷받침할 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법에서 은행과 보험업은 설립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리대금업 방지 등이 이유지만 협동조합 간 자체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려면 추후 금융 분야도 허용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법제도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 보완해야 한다. 협동조합법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다른 법안엔 ‘협동조합’이란 단어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 총괄적 정비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중소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협동조합’은 명시돼 있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도 이를 시급한 해결과제로 보고 부처 간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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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서민금융 신협부터 노인생협까지…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 (경향, 이성희 기자, 2013-01-02 22:12:24)
ㆍ사회적기업 등 19개 네트워크
ㆍ주민 10명 중 1명이 조합원… 육아·교육·급식으로 확산

강원 원주는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린다. 1972년 10월 주민 32명이 출자해 설립한 밝음신용협동조합을 시작으로 1985년 6월 원주소비자협동조합(현 원주한살림생협)이 생기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도시로 손꼽혀왔다. 2000년 들어서는 노인과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영역으로 확산됐다.
2009년 결성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네트워크)에는 밝음신협을 비롯해 한살림과 원주의료생협 등 19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과 회원 수는 총 3만5000여명(중복가입자 포함)으로 원주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가구수로 보면 약 30%에 달한다. 연간 총 매출액은 300억원이며 고용인원은 400명에 이른다. 밝음신협을 제외한 11개 신협 등 네트워크에 속해 있지 않은 협동조합도 많다.
원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협동조합이 포진해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처럼 협동조합이 다양한 분야에서 뿌리내린 성공모델이 이야기될 때마다 원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음신협은 서민 금융기관을 표방하며 이들 협동조합의 금융기반이 돼주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에서 소외된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에게 필요한 돈을 융통해주며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 지역주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지난해 5월 말 자산 10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밝음신협, 원주한살림, 원주생협 등이 공동출자해 탄생한 원주의료생협 역시 이윤 추구가 아닌 윤리적 의료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 의사 몇몇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주인인 이곳은 진료시간은 늘리고 항생제 처방은 줄였다. 지난해 매출액만 10억8000만원에 달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원주노인생협도 있다. 노인생협은 전국에서 원주가 유일하다.
신협과 생협으로 다져진 협동조합은 육아와 교육, 급식으로도 퍼졌다. 대안학교인 ‘참꽃작은학교’도 생명교육과 생명살림의 교육을 지향하는 협동조합이다. 또 공동육아협동조합 ‘소꿉마당’은 부모들이 직접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리지 않고 우리 아이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주생협과 원주한살림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과의 연대는 원주지역 협동조합의 공통점이다. 이들 협동조합은 친환경 무상급식 등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며 새로운 단체나 사회적기업을 만들 때 출자를 하며 여기서 나온 제품을 소비한다. 지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회적기업 ‘행복한 시루봉’은 이들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원주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로 떡을 만들어 지역에서 판매한다. 생태건축협동조합을 지향하며 취약계층을 고용해 저소득층의 집을 수리하는 ‘노나메기’는 네트워크 내부 거래에서 시공 매출의 80%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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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성장경제서 사회적 경제로 (경향, 홍재원 기자, 2013-01-01 22:13:03)
ㆍ재벌과 성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다른 경제를 준비할 때다
성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유엔이 전망한 올 세계 경제성장률은 2.4%.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2~3%다. 경기 침체가 아니라 본격적 저성장 시대를 맞은 것이다. 성장이 일자리를 낳고 일자리가 수요를 낳고 수요가 성장을 부르는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 기능을 상실한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지만 근로자들은 50살도 안돼 직장에서 쫓겨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제 현실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18대 대선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좋은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고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대기업 중심, 성장 제일주의 경제체제는 ‘저성장 폭탄’을 맞으면서 빛을 잃고 있다. 새로운 경제, 대안적 경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시스템은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이지만 대기업 수출과 이윤이 고용 등으로 연결되지 않아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협동조합·마을기업 등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로 ‘같이 만드는 시장’ 추구
▲ 조합원은 출자액 상관없이 의사결정 권한 모두 같아 외국선 대안경제 자리매김

경향신문은 한계를 드러낸 재벌 중심의 성장주의 경제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노동과 인간다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대안적 경제를 새해 기획시리즈로 모색한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로 불리는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한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케 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일컫는다. 흔히 말하는 시장경제가 단기적 이윤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자유경쟁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를 통해 ‘함께 만드는 시장’을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는 안정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고용 측면에 강점이 있어 저성장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황 등으로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 감원과 임금 절감 등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대기업 중심 경제와 구분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형태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있다. 협동조합은 지분 투자 비율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출자금을 낸 이들 모두가 1인1표제로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며, 조합원의 권익 증진 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사회적기업은 사회 공동의 가치를 사업화한 기업으로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마을기업은 관광자원 등 지역 특징을 마을 단위로 활용해 공동의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활기업은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벌여 빈곤 탈출을 목표로 한다. 모두 공동체적 생산과 거래 등을 통해 단기적 이윤보다 장기적인 이익 확대를 목표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경제는 외국에서 성공한 대안 경제로 자리잡고 있다. 유명 축구단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는 조합원들이 직접 출자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축구팀과 달리 유니폼에 상업광고를 받지 않았지만 2011년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구단가치가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는 구단이다. 미국 선키스트는 캘리포니아 등지의 6000여개 농가가 만든 협동조합으로,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를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한살림이나 아이쿱 등이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꼽힌다.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와 벌이, 소비 등 경제 문제 차원을 뛰어넘어 연대와 공동체적 삶의 기회도 제공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사이의 연대를 전제로 한다. 상당수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삶이 공동체 형태로 이뤄진다. 조합원은 소액 출자를 하고 동등한 조건으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기존 경제체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곤층 간에 벌어지는 불공정 거래와 불공정 경쟁은 없다. 공정한 거래와 공정한 대우가 늘 보장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사실상 전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경제시스템이 대폭 활성화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 설립된 협동조합이 주로 농산물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영역이었다면 앞으로는 의료, 실업, 자활, 돌봄, 공동육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경제가 현재의 경제체제 전체를 한꺼번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의 등장과 성장은 기존 체제를 자극하고 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제가 국민총생산의 5%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연쇄효과를 일으켜 기존 경제체제에 일대 변혁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 등의 비중이 단기간에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넘어 기존 경제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부 성장만으로도 대기업 중심 체제를 적절히 견제해줄 수 있다”며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이 팽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에서도 협동조합 등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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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1% 승자 독식이 아닌, 99%의 삶을 위한 경제 (경향, 김경학 기자, 2013-01-01 22:13:16)
ㆍ사회적 경제란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은 1일 “사회적 경제는 1% 승자 독식이 아닌 99% 공동의 삶을 위한 경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경쟁방식과 달리 호혜와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며 생산·소비·교환·분배를 이루는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 ”라고 말했다.
- 왜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명확해져 대기업 낙수효과 등을 기대했던 기존 시스템으로는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구조조정 없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냈다. 향후 저성장 시대에서 사회적 경제가 대안이 될 것이다.”
- 경제민주화와도 밀접해 보인다.
“의사결정의 민주성, 경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이슈다. 사회적 경제야말로 경제민주화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 활성화되면 뭐가 달라지나.
“기존 경제 시스템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빈부격차 등 사회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 사회적 경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시민권을 확보할 수 있다. 경쟁 일변도의 삶에서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는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어 기업 내에서도 사회적 경제 방식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협동조합·마을기업·사회적기업·자활기업 등이 대표적인 조직이지만 연예인 팬클럽, 조기축구회 등이 사회적 사업을 펼치면 이 또한 사회적 경제 범주에 속한다.”
- 해외의 사회적 경제 사례는.
“해외에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캐나다 퀘벡주 협동조합,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주, FC 바르셀로나 등을 대표적인 모델로 꼽을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지역내총생산의 10%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지역경제의 20%가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신년 기획 - 왜 사회적 경제인가]“사회적 가치를 담는 경제가 중요”
대기업 12년차 30대 여성의 쫓기는 삶
7번 이직 40세 중기 직장인의 고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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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품’ 같던 삶에 회의… 모두가 즐거운 경제 위해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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