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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 등록일
    2009/06/18 03:16
  • 수정일
    2009/06/18 03:16

지금까지 잠을 자지 않았던 적이 꽤 오래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동안 되도록이면 새벽 1시를 넘기지 않고 취침했었는데, 그건 굳이 무슨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노력한 것도 아니고, 단지 늦게 잠 들어서 벌건 대낮에 일어나 어기적거리는 게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오늘 밤은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여러 사념들이 '셀룰로이드판 같은'(기형도) 내 영혼의 얼개를 툭툭 치고 지나 다닌다. 살짝 괴롭다.

 

우선, 이놈에 방이 문제다. 지난 금요일부터 천장이 새기 시작했다. 책상 바로 위에 지구본을 펼쳐 놓은 듯한 자국이 선명하다. 주인 말로는 4층 어딘가에서 누수가 일어난 것이란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실 말이지, 집 전체의 균열들을 X-ray 를 들이대어 찍어 대지 않는  이상 누수의 근원을 찾기는 힘들다는 거다. 따라서 내 방 천장을 물들이고 있는 저 요상한 자국도, 한 5분 간격으로 똑똑 떨어지는 저 정체불명의 붉은 물방울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결론은 이사다.

 

그녀와 화상채팅하면서 여기저기 집을 알아본다. 어디로 갈 것인가? 머리통이 거대한 나침반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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