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혁명과 반동의 무간지옥-[바더 마인호프 콤플렉스], 2008

  • 등록일
    2009/06/15 17:13
  • 수정일
    2009/06/15 17:13

 

"Protest ist, wenn ich sage, das und das paßt mir nicht. Widerstand ist, wenn ich dafür sorge, daß das, was mir nicht paßt, nicht länger geschieht."-Ulrike Meinhof
["어떤 것이 나를 흔쾌하지 않게 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반대'라고 한다. [하지만] '저항'이라는 것은 그것이 더 이상 나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확신할 때를 일컫는다."-울리케 마인호프]

 

흔히들 말하듯이 혁명이 굳이 반혁명을 부르는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오히려 끈질기게 살아 남은 혁명 인자들의 요인암살과 거점 폭파, 납치 등등이 뒤따르는 게 올바른 수순일수도 있다. 하지만 반혁명의 도래는, 사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테러리즘은 반혁명을 단지 유예시키고, 그 이후 반동들의 더욱 큰 폭압의 횡행을 예기한다.

 

6-70년의 유럽은 그런 상황이었다. 혁명, 그리고 테러리즘, 몰아치는 반동. RAF는 혁명과 반동의 간극을 메우는 사령탑과 같은 존재들이었을 게다. 따라서 그 시대야말로 실로 무간지옥이었으며, RAF 전사들은 그 지옥을 떠도는 굶주린 천사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두절미, 정말 솔직해지자면, 이 영화의 미쟝센을 감상하는 동안 온 몸이 찌릿찌릿했다고 해야 하겠다. 프롤레타리아를 조롱하던 부르주아에 대한 테러와 암살, 언론사 폭파, 두려움에 떠는 저들 ...  도대체 우리의 '저항'이라는 것이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데 그토록 소심해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 결국 종말을 예상하고, 청산가리 캡슐을 포켓에 넣어 두는 심정으로 혁명 운동에 종사하는 것은 단지 철지난 볼셰비키식 지하운동일 뿐인가? 인터넷을 넘나들며, 현란하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정보전에서 이기는 것만이 21세기 이후 혁명운동의 기본일 것인가? 아닐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운동이 무기를 들었을 때에도 그것을 분연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를 들지 않았을 때조차, 그것을 감히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맑스가 자주 인용했던 당통의 말을 되새기자면 그렇다. "대담하게, 더 대담하게, 더욱 대담하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