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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빠진 대한민국 ... 차라리 황송하다"

  • 등록일
    2008/09/07 00:50
  • 수정일
    2008/09/07 00:50

김수영이 죽은지 40년이 지났다. 1968년 6월 16일인가가 그의 기일이니까, 얼추 반세기가 지난 셈이다. 대표작인 [거대한 뿌리]에는 빛나는 구절들이 많은데, 그 중 이런 구절이 있는 거다.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차라리 황송하다."  419가 미완으로 끝나고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그게 유명한 "혁명은 안되고 방만 바꾸었다"라는 구절이다.

 

오늘, 김수영을 거의 10여년 만에 우연찮게 다시 대하고서, 난 그가 비평계에 던졌던 또 하나의 화두를 생각해 본다. "풍자냐, 자살이냐"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먹튀가 이 좆같은 시절의 대한민국에서 자살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풍자'라는 게 필요한 거다. 최소한 청와대 아저씨 "좆대강이나 빠"(김수영)는 누구누구같은 주구가 되지 않으려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오늘 너무나 '황송'했다. 서울역 앞, 고공 농성 중인 KTX 승무원들을 지키고 서 있던 바퀴벌레떼들을 보고도 너무나 황송했고, 국정원법, 통비법 개악하고, 테러라고는 없는 나라에 테러방지법을 만든다고 너무나 숭고한 개지랄을 떠는 모습을 보고도 너무나 황송했으며, 9일날 지멋대로 '대화'하겠다고 발광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너무나, 눈부시게 황송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 몇 년은 더 황송할 일이 날마다, 일신우일신, 켜켜이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참으로 황송했다. 나는 인왕산 쪽을 향해 오체투지하며 외친다. "황공무지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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