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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쌍용차 투쟁

6쌍용자동차 정특위 사무실. 와신상담이란 말이 떠오른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옥쇄파업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토론회와 입장으로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에서도 투쟁백서를 만들고 있다. 어느 누구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부르주아 언론과 광고에서도 쌍용자동차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과대 선동하는 것으로 77일간의 옥쇄파업의 위력이 장난 아니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77일간의 옥쇄파업이 한 달 만에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같은 신화와 전설의 영역이 될 순 없다. 바라든 바라지 않든, 투쟁한 자와 투항한 자를 가리지 않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현실의 구체적인 고통에 압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있지만, 신음조차 낼 수 없는 고통이 언제 자신의 것이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 노동자의 운명이다.

분노와 고통
가대위에 열심히 활동했던 이씨의 이야기다.
지금 겉으로 보기엔 일상으로 돌아가서 다들 잘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남편이 돌아와 있지만 돌아와 있음으로 인해 더 힘든 거죠. 지금 이 복직투쟁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알 수도 없는 거고. 한다 한들 복직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하지 마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라 할 수도 없고. 이런 상황이니까 오히려 부부관계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파업 끝나고 나서 어떤 사람은 차라리 남편이 구속되서 들어갔으면 좋겠다, 집에 같이 있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니까 다들 평범하게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파업 때보다 더 힘들어요. 파업 때는 그래도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게 있었잖아요. 아, 여기 남편 일자리를,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하루 더 버티면 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희망이 정말 안 보여요. 지금은 뭘 어떻게 무슨 끈을 붙잡고 살아야 하나? 뭘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텨가야 되나? 하루하루 버틴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아, 오늘도 하루가 저무는구나. 다음날 아침이 되면, 아, 또 오늘은 하루를 어떻게 뭘하며 버텨야 되나? 이렇게 막막하고 패배감도 들고, 무기력증에... 평택을 떠나고 싶어요. 이사하고 싶어요. 뭔가 새롭게 다시 딱 시작하는 발판이나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끝없는 공작에 맞서
9월 8일, 사측이 조직하는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 대한 쌍용차 지부의 대응은 조합원 투표의 법적 무효를 주장하는 한편,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투표를 거부하거나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도록 개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다. 이에 사측은 9월 4일 파업 참가자들이 개별 작성해 지부가 단체로 노동부에 접수시킨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철회하도록 개별적으로 조직했다. 사측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철회시키기 위해 파업참가자들에게 전화로, “지금 구제신청을 빼야 무급전환을 해 주겠다, 9월 8일 총회 재적 인원에 넣어 주겠다”고 했다. 옥쇄파업을 풀고서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은 회사측의 새로운 공갈이었다. 이 공갈로 파업참가자들 중 20% 정도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철회했다. 사측이 이처럼 파업 참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기 때문에, 쌍차 지부의 대응은 그보다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로 회사측과 쌍차 지부의 관계는 지금까지 이런 식이었다. 대타협은 없고 회사의 일방적 기만만 있었다. 8일 사측이 조직한 조합원 총회는 끝내 민주노총 탈퇴 건을 처리했다.
한편 경찰은 아직까지 파업참가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두마디의 실수로 구속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 쌍차 지부와 파업참가자들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평택이 그리 넓지 않다는 말을 강조한다. 회사에 과잉충성했던 악랄한 관리자들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로운 거점
민주노총 경기본부 평택안성 지구협의회 사무실에 임시로 쌍용자동차 지부가 들어가 있다. 노조는 물론이고 공장 출입까지 불가능해진 쌍용차 파업 참가자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협과 같은 건물 1층에 정특위(정리해고자복귀 특별위원회) 사무실도 마련되었다. 조합원들은 이 두 곳에 삼삼오오 모여 77일간의 옥쇄파업 이야기도 하고, 회사 욕과 함께 앞으로의 투쟁방향에 대한 의견과 지금 공장이 돌아가는 상황, 동지들의 근황, 당장의 생계를 위해 나가는 노가다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하루에 50여명 정도가 할 일 없이 이곳을 왔다갔다 한다”고 말하고, 다른 조합원은 “여기서,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파업 참가자들의 새로운 거점에 대한 상이한 판단은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대한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당해도 싸다”와 “안에서도 폭발 일보직전이다”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한편 일하다 화장실 갈 때 손들고 가고, 경조사에 월차는 물론 야근도 못 빠지는 공장 안의 산자들 사이에서 “조합이 그립다”는 이야기도 이 새로운 거점으로 모이고 있다.

정특위는 8월 3째주에 1차 준비모임을 가지고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9월 2일 정특위 의장이 임명되었고, 9월 말에 정특위를 공식 출범하며 거점과 상근자를 재정비할 계획을 대의원대회에서 인준 받았다. 정특위의 이후 사업은 정리해고자들 생계지원투쟁, 연대사업투쟁, 재정사업투쟁, 구속자지원투쟁 등을 통해 실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77일간의 옥쇄파업이 패배로 일단락되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왔다갔다 한다던 조합원도 “정특위가 빨리 방향을 잡고, 사람들을 모아서 출근투쟁도 하고 산적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노조진영은 부르주아 언론이 다시 ‘외부세력’ 운운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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