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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민중의 심장에 새길 당 강령은 무엇으로 벼릴 것인가?

[강령건설, 이렇게 하자]

 

백화점 쇼윈도에 걸린 ‘소비혁명!’이란 광고가 전혀 낯설지 않은 자본의 세기를 살고있는 대중과 만성적 실업에 길들여져 몸값을 높여 노동력을 팔기 위해 생체실험에 가까운 자본의 교양을 쌓고있는 청년들, 그리고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민중에게 강령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또 강령은 진정 돈보다 강한 힘으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적 실체로서 노동자계급의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1917년 10월혁명의 주역들이 인민의 가슴에 불어넣은 강령적 실천이 ‘빵과 토지’ ‘평화’로 집약되는 인민의 삶 그 자체에서 시작됐듯이 이미 강령은 당대 민중들의 계급적 요구와 해방을 향한 보편의지 속에 씨앗을 간직한 채 정치의 햇빛을 만나기 위해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사노준을 포함한 사회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강령논의의 핵심은 주로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와 비판’ ‘21세기 사회주의혁명의 과제와 전망’ ‘새로운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이행의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과 쟁점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념의 결핍과 계급적 실천의 공백을 강령이 대체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당연하게도 현실 계급투쟁의 한가운데 서서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는 일련의 실천 속에 강령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일관된 과정으로서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이라는 기본 호흡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강령은 변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강령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자신의 과제로 삼는 사회주의자와 자본주의 체제를 궁극적으로 넘어서기 위해 투쟁하는 활동가들과 잠재적 당원대중에게 읽혀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강령은 노동해방을 열망하는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민중에게 투쟁의 지침이 되고 살아있는 방향등으로서 현실 계급투쟁의 생생한 준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강령에 대한 대중적 동의지평을 넓히려면 육하원칙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명료한 표현과 구성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강령이 당의 지향과 가치, 좌표와 주소를 말해주는 사상적 토대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예컨대, 맑스, 엥겔스의 「공산주의당 선언」이 담고 있는 빛나는 통찰과 함축적 표현처럼, 시적 은유와 날카로운 풍자와 간명한 현실인식을 담는 문장구성이 계급대중에게 큰 반향과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형식이 내용의 폭을 제한하지 않도록 분명한 계급적 관점과 변혁의 계기를 살려내되, 계급투쟁의 당면과제를 우회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쉽게 쓰여진다는 것의 의미를 지나치게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강령의 풍부한 서술을 제한하는 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의미를 해치지 않는 한 사전적 지시적 문체에 갇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즉, 쉽고 어려움은 용어나 개념 그 자체보다는 현실개입력, 전선규정력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가 그 판단준거다.
셋째, 강령의 진폭과 형성과정은 현재 운동의 발전과정을 반영하여 운동일반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최대치로 담아내고 당면과제와 요구를 명료하게 집약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즉,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아래로부터 힘있게 만들어가야, 강령이 먼지 앉은 활자가 아닌 창당주체들의 살아 숨쉬는 무기로서 당당히 설 것이다.
넷째, 강령은 당의 지향과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령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유토피아)을 주술처럼 약속하는 선언과 당위에 머물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떻게 계급투쟁을 강화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스스로 드러내는 설득체계를 갖추고 구체성과 만나야 할 것이다. 강령의 한구절 한구절은 그 자체로서 현실의 계급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고 변혁(혁명)의 길로 안내하는 나침반으로서 피착취 대중과 호흡해야 한다.
사노준의 강령초안이 갖는 다른 좌파 강령들과 분명한 차이는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강령은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발본적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노동자계급의 조건과 상태를 가로질러 계급으로의 형성을 강화함으로써 변혁주체를 재구성하고 20세기 사회주의가 포괄하지 못했던 여성/생태/인권 등을 사회주의적 가치로 확장하는 과제, 자치와 민주주의가 살아숨쉬는 대체권력 형성의 과제 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자본운동의 지배양식의 변화와 국가권력의 성격을 치밀하게 추적하지 못한 한계 등은 향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론적 분석과제이자 당운동의 실천과제로 남아있다.
 
신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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