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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김○○ 성폭력사건 발생 1년




성폭력사건 발생 부터 진상조사특별위 활동까지
2008년 12월 5일 이석행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피해자의 집에서 체포됐고, 바로 다음날인 12월 6일 이석행 전 위원장의 은닉 관련 1차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그 날 밤에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1월 6일 민주노총에 고소장이 제출되고 1차 진상조사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진상 조사 결과 공개범위에 대한 협의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2월 5일 언론에 의해 사건이 알려졌고 그날 오후에 피해자 대리인은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2월 9일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2월 18일 외부인사가 대거 참여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3월 13일 진상규명특별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차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경고, 민주노총 2인, 전교조 3인에 대해 징계 권고, 피해자에게 민주노총 및 전교조 공식 사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 조치, 조직에 대해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민주노총 내 처리 및 결정
성폭력 사건 가해자였던 김○○은 2월 13일 금속노조에서 제명됐다. 따라서 가해자 김○○에 대한 조치는 법적 처리가 중심이 되어 왔고 얼마전 2심 재판에서 3년 실형 유지라는 판결을 받았다. 진상규명특위는 조직보위론과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라는 명목으로 민주노총 사무총국 2인, 전교조 3인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조직보위론과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로 인한 징계 권고자 5인 가운데 민주노총 사무총국 1인 감봉1개월, 나머지 1인은 아직 징계조차 안됐으며, 전교조 3인은 전교조 1차 징계위에서 제명 결정이 났으나, 피해자의 1심 징계 유지라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징계재심위에서 경고처리 됐다. 현재 징계마저 완료되지 않았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 이수 또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교조의 공식적 논의 과정 
민주노총 4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진상규명특위보고서의 내용을 승인·채택했고, 특위보고서의 권고사항 이행계획(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권고사항이 이행되지 못하고 지연되면서 피해자의 요구가 담긴 ‘민주노총 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의 요구안이 민주노총 중집, 중앙위, 대의원대회에 지속적으로 제출되었다. 급기야 9월 11일 대의원대회에는 권고사항 집행에 대한 문서보고 및 이후 계획조차도 제출되지 않아 대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피해자 지지모임 측 대의원들이 조직한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안건발의는 대의원대회 유예로 인해 9월 28일 대의원대회로 넘어갔으나 또다시 유예되어 토론요구에도 불구하고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전교조 대의원대회에도 피해자의 요구안이 피해자 지지모임을 통해 안건으로 발의되었으나 엄청난 논란 끝에 대다수 부결됐다. 현재까지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이후 경과 및 계획은 피해자 및 전체 조합원에게 알려진바 없으며, 민주노총 및 전교조 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알권리 및 의견을 개진할 권리조차 공식적으로 주어진바 없다.   

몇가지 문제점
 첫째,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조직적 처리 관점은 규약과 규정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관철되지 못했으며, 피해자 치유와 운동복귀라는 관점을 갖지 못했다. 해결 과정속에서 ‘조직 내부 상황’, ‘투쟁으로 인한 조직의 어려움’, ‘징계 책임 떠넘기기’, ‘징계감경사유로 조직에 대한 헌신과 공적 참작’ 등 피해자 중심주의를 압도하는 조직논리가 여전히 작동되었다. 또한 피해생존자의 요구안이 피해자 지지모임을 통해 전교조와 민주노총에 여러 경로로 전달되었지만 조직 내에서 토론되지 못했고, 조직 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한 요구로 치부되었다. 결국 피해자의 치유와 운동적 복귀를 바란다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은 립서비스가 되었으며, 물질적 보상을 하겠다던 제안 외 피해자에 대한 그 어떤 조치나 권리 조차 존중되지 못했다.
둘째, 피해생존자에 대한 지지·공감보다 여전히 조직 중심, 조직보위 이데올로기가 드러났다. 이는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선 투쟁이나 직선제 등의 안건에 밀려 논의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드러났고, 징계 과정에서는 징계 감경 사유로 ‘정권의 총체적 탄압과 관련한 조직의 상황’, ‘조합 활동의 헌신성·공적’ 등을 참작하는 상황으로도 드러났다.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이러한 관점은 투쟁사안이 우선되어야 하며, 성폭력 사건이 조직의 상황, 보위에 해를 끼치는 사안이고, 성폭력 사건의 잘못보다 그간의 활동 공적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셋째, 민주노총 조직 내 공론화를 위한 노력이 부재했다. 성폭력 사건 처리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피해자의 치유 및 지지·공감에 조직적으로 나서는 것이며 이를 위해 조직은 이를 안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피해자의 지지와 공감을 위한 그 어떤 조치나 계획이 제출된바 없으며, 민주노총 내 논의수준을 반영한 조직 내 공론화와 토론은 실종됐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사건의 처리와 해결에 있어 조합원들을 대상화 시켰으며, 성폭력사건이라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통한 조합원들의 성폭력 및 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일상적인 반성폭력적 실천은 외면하게 만드는 구조를 재생산했다.

마치며
성폭력사건이 조직적으로 처리됐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직적인 처리는 피해생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체가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처리’는 형식적 처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피해생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직은 반성폭력운동 관점에서 사건을 인식하고 자신을 운동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또한 사건의 올바른 처리는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출발이다. 따라서 처리과정에서 피해생존자의 ‘치유’의 맥락을 놓치지 않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지모임의 올바른 사건 해결 촉구 및 피해자에 대한 지지·연대 확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은 잊고 싶거나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고 기억하고 지난 1년간의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건 발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 건설이 필요하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러한 선언은 민주노총 및 진보진영 전체가 반성폭력 운동의 주체로 서고 나아가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의 주체로 서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사건 해결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초기의 자성만큼 반성폭력운동을 넘어서는 성평등한 조직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성적 성찰을 통한 실천은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이후 지난 1년 경과

2008년
12. 05    이석행 민주노총 전 위원장 피해자 집에서 체포
12. 06    이석행위원장 은닉 관련 1차 대책회의,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 강요
    가해자 김○○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발생
12. 06~12     전교조 손○○, 박○○가 성폭력 사건 인지하였으나 특별한 조치 없었음
12. 23     피해자가 당시 전교조 위원장 정○○ 2차 면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림
12. 26     당시 전교조 위원장 정○○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에게 성폭력 사건을 전하고
    가해자를 즉각 보직에서 해임할 것과 징계를 요구함

2009년
01. 06     민주노총 임원회의에 성폭력 사건 보고됨
01. 08-15     민주노총 1차 진상조사
01. 30     민주노총 상집에 민주노총 1차 진상조사위 보고서 보고함
02. 05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의 언론에 사건 보도됨.
            언론보도 이후 피해자와 대리인기자회견
02. 09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의결.
02. 19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활동 시작
03. 13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기자회견
04. 01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진상규명특위 활동결과보고 및 권고이행계획안 통과
04. 22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 전교조 징계권고자 3인 제명 결정
05. 08     정○○ 전 위원장 전교조 조합원 마당에 징계 결정의 부당성 담긴 글 올림
06. 20     정○○ 전 위원장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 전개
06. 01~8     징계대상자 3인 재심 청구.
            대리인이 위원장에게 징계 유지 요청하는 피해자의 의견 문자로 전달
06. 30     전교조 성폭력징계재심위 청구자 3명 모두 경고 조치
07. 07     피해자 동지가 전교조 성폭력재심위원회에 제출한 자신의 의견서 전면 공개
07. 22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발족 기자회견 및
    이후 활동 전개
08. 27~     민주노총 임원, 중앙위, 중집에 피해자 지지모임 의견서 전달
08. 29     전교조 58차 대대에 피해자 요구안 담긴 의안 발의, 대다수 부결
09. 11     민노총 47차 대대에서 성폭력사건 후속사업 채택 건으로 의안 발의, 휴회됨.
09. 28     민노총 47차 대대(속개) 성폭력사건 관련 의안 발의. 유예됨
11. 13     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3년 실형 유지.



2009년 12월 6일, 민주노총 김○○성폭력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다. 1년 전 이 사건은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성폭력사건 진상규명특위를 새로 구성할 만큼 진보진영을 넘어 한국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논란을 가져왔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사건이 발생되는 사회적 맥락과 함께 운동사회 내 성폭력사건의 대표적인 특징인 조직보위론과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웠고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는 대표적 사례였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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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간부 성폭력사건의 재판부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

3년 전인가 일천한 경험으로 어떤 지역에 반성폭력 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만 그 때는 더욱 ‘배우는 입장’이라 누구에게 여성억압과 반성폭력운동에 대해 교육할 주제도 아닌데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무거운 발걸음을 땠다.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첫 마디를 뗀 것이 “조직내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 바로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그 길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교육하겠다고 서 있는 지금 순간도 터널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이들은 내 말에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들도 그 캄캄한 터널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 굴속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조직적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토론을 하고, 수 개 월에 걸친 토론에 지쳐 찜찜함이 있어도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마무리됐던 무수히 많은 성폭력 사건을 기억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비로소 그 과정에 피해자에 대한 고민과 배려, 치유와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고민은 말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올바른 해결을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은 함께 분노했고, 함께 울고, 함께 반성폭력운동의 주체되기를 결의했지만 그 속에서도 적어도 나는 고백컨대 피해자가 정말 당당하게,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운동으로, 자신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사건 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지독하게 아팠다.
성폭력사건이 벌어지면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있어도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복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동사회 역시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올바른 해결을 말하지만 이것이 조직논리와 부딪히는 순간 많은 이들은 조직의 수호자가 되어 피해자의 주장을 과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그 조직을, 혹은 관련된 공동체를 떠나기가 일쑤다. 그 결과 사건을 처리해도 피해자는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가고, 조직혁신과 반성폭력운동의 주체되기를 주장하며 조직논리와 맞서 싸웠던 활동가들은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조직운동에 절망하기도 한다.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징역 3년’ 의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에서 1.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모든 행위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 2. 술로 인한 심신미약이 감경요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 3. 성폭력사건은 금전배상으로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으며 공탁이라는 방식은 오히려 피해자를 욕되게 하고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출했다.
내가 헤깔리는 것일까. 사법부가 헤깔리는 것일까. 사법부 해체를 외치는 입장에서 이번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주목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해체되어야 할 정치권력자들의 하수인인 사법부가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운동조직보다 더 피해자의 고통과 맥락을 고려해 판결문을 작성했다면, 그래서 그토록 성폭력사건을 둘러싸고 수 많은 논란과 조직논리 속에 피해자의 고통과 맥락조차 잃어버렸던 결코 적지 않았더 우리의 경험을 돌아본다면  그 진보적인 운동조직의 정체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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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논리 넘지 못하면, 성폭력 근절 없다

7월 22일, 민주노총 김○○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기자회견



반성폭력운동 10년, 여전한 조직논리
민주노총 김ㅇㅇ성폭력사건이 발생한지 9개월이 넘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민주노총은 성폭력 관련 규약·규정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핵심간부라는 자가 성폭행을 저지르고 조직은 이를 은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공개된 후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퇴했고 새롭게 당선된 집행부는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조직문화 혁신’을 과제로 제출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이 사건은 올바른 해결은커녕 몇 차례 걸친 피해자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겠다던 지도부는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규약규정에 얽매어 형식적 처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민주노총 진상규명 특위는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속에서 성폭력에 대한 무감함과 조직보위 논리에 의한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특위 보고서는 민주노총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됐다. 그러나 특위가 제기한 성폭력 사건의 성격과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에 제기한 문제는 전교조 집행부의 ‘조직의 명예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교조 내에서는 2차 가해자들의 구명운동이 공개적으로 전개됐고 특위의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라는 판단은 전교조 징계재심위원회에 ‘혐의 없음’으로 뒤집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2차 가해자들의 징계양정은 ‘정권의 탄압과 조직에 대한 공적을 인정’해 ‘제명’이 ‘경고’로 경감됐다.
이에 분노한 전교조 내 여성활동가들, 피해자 지지모임은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피해자의 상처 치유와 활동복귀, 성평등한 조직문화 건설을 위한 요구안’을 제출하고 대의원들과 7시간에 걸친 장시간 논쟁을 벌였지만 요구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전교조 다수 대의원들은 ‘피해자 상처 치유와 활동복귀’, ‘성평등한 조직혁신’보다는 조직보위와 조직논리에 따른 규약규정과 형식적 처리가 더 우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 누구도 피해자의 치유와 복귀, 성평등한 조직혁신을 위한 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일까? 역으로 말하면 그들은 조직의 형식적 처리와 조직 지키기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성폭력사건’의 해결, 공론화 없는 과정은 형식적 징계로 남아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은 과연 뭘까?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폭력 사건이 가해자 징계를 중심으로 한 처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맞다.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의 초점은 ‘징계’가 아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대다수 조직들은 징계위주의 처리를 요구하게 만드는 조직문화와 논리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완강한 조직보위 논리에 부딪혀 성폭력이 일어나게 되는 가부장적 조직구조와 문화에 대한 공론화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 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에 걸친 연속적인 피해와 상처를 방어하기 급급하며, 조직논리를 앞세워 사실상 제대로 된 반성을 거부하는 조직적 결정에 분노하고 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에 힘을 소진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성폭력사건 이후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며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복귀,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에 나타났던 긴박함과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목소리와는 달리 정권과 자본의 탄압 속에 긴박한 투쟁을 이유로, 규약과 규정에 의한 절차를 따지느라 성폭력사건의 해결은 지체됐다. 해결의 원칙 또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키지 못한 채 피해자를 외면하는 꼴이 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 그리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공론화는 가시화되지 않았고 결과로서 형식적 처리, 즉 징계만이 남게 됐다.
그런데 징계마저도 형식적 처리에 그쳐 피해자의 일상/활동 복귀를 위한 조치들은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 조직 내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한 구성원들 간의 토론,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그저 조직의 처리를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이고 조직 내 처리에 문제제기하는 조합원들은 ‘조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비판자’들로 취급됐다.
운동사회는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주체로 함께 서면서 운동사회에 만연한 (여)성억압적-차별적 조직구조와 문화를 혁신하는 운동에 동참하기 보다는 그저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문제로 치부해버렸다. 결국 운동사회는 사건 초기와는 다르게 대부분 침묵하거나 사건 자체를 잊어버렸고 해결의 몫은 고스란히 피해자,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몇 명의 문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지지모임은 민주노총과 전교조 내에서 ‘혁신해야 해야 할 조직운동’을 제기하고 피해자의 상처치유와 일상/활동 복귀를 위해 발언을 중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번번이 ‘조직의 명예’를 중시하는 바로 그 조직보위 논리라는 벽에 부딪혔다. 이번 전교조 대의원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해자의 요구안을 반대하는 대의원들 또한 피해자 치유와 복귀를 바란다고들 한다. 그러나 조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성폭력, 조직논리 발생에 대한 진단이 필요
조직논리가 팽배한 운동사회 조직문화는 들여다보면 여성을 부차화하고 비가시화하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조직문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조직보위 논리이다. 10년 전 운동사회 가부장적 조직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냈던 일이 바로 민주노총 포스터 였다. 이 포스터는 ‘가족 부양자로서 투쟁하는 남성노동자와 이를 격려하는 의존적 주부로서의 여성’을 보여줬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을 종속적으로 위치 짓는 언어 및 슬로건들, 대중조직에서의 성별 대표성 문제, 남성성을 강조하는 노동조합활동 기풍과 전술, 조직내 여성 분리와 차별관행, 성폭력에 대한 무감함,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등은 한국사회의 가부정적 인식으로부터 운동사회 역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남성 혹은 조직권위에 기반한 성폭력 이슈는 사라질 수 없다.
또한 운동사회 성폭력 사건 해결에 임하는 태도 문제다. 물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폭력 문제는 조직이 처해질 수 있는 어려움 때문에 침묵을 강요하거나 왜곡하는 일은 허다하다. 특히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 거세지면 이런 행위는 더욱 정당화된다. 이번 사건 역시 조직보위를 앞세워 피해자를 압박하고 고통을 주는 2차 가해가 일어난바 있다. 여기에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몰성적 태도는 정세를 이유로 성폭력 문제 해결을 부차화시켜 버린다.

다시 일어나 이야기하자.
그리고 지지 연대를 만들자
여성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가부장적 조직문화는 필연적으로 조직보위론을 낳는다. 가부장적 조직문화는 여성의 문제를 부차화하고, 성별화된 권리를 인식할 수 없다. 이 속에서 가장 숨쉬기 어려운 자는 운동조직 내 여성들이며, 성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에서 축출되었던 피해자들이었다.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이란 이러한 조직문화를 아프게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을 통해 시작할 수 있다. 형식적·절차적 조직논리와 조직보위를 넘어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산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공론화를 이제부터라도 시작하자. 아직 늦지 않았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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