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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소통문화?

* 이 글은 미갱님의 [남성, 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미갱님 글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남성이 소통에 서툴다는 거 맞다. 그들의 대화에 자신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빠져있다는 것도 맞다. 솔직히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건 (특히나 직장동료들과 같은 관계에서는) 거의 금기에 가깝다. 직장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남성들... 왜 그렇게들 "쎈 척"하는지...

 

주류(?) 남성들의 세계는 나이, 직위 등의 요소에 의해 이미 짜여진 판이다. 거기에 들러붙지 않으면 "팽"당하기 쉽상이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여기에 잘 적응한다. 왜? 그것은 먹고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학교, 동문회, 군대에서 20여년간 이미 너무나 익숙하게 경험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적 소통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아마 "회식문화"가 아닐까? 지금은 내가 있는 팀에 기혼여성이 반수를 넘고 팀장이 그런 문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회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노무 회식문화 너무 싫었다. 바람직한 회식이라면 맛난 것 좀 먹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런 저런 얘기하며 리렉스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지 않나. 남성들은 항상 "자기보다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회식은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남성의 일장연설과 그를 상찬하는 용비어천가식 대꾸로 이루어지기 일쑤다. 그리고 이런 문화에 찌든 남성은 친밀한 개인적인 관계마저도 힘들게 된다. 

 

또, 아랫사람이나 자신의 동기들과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의 주도권은 자신이 잡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인정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면 기분 되게 나빠한다. 알량한 사회과학적,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후까시 잡는 남성들도 되게 많다. 솔직히 나도 그런 면 많다. -_-;

 

신입사원 연수 받을 때 옆에 있던 동기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도무지 대화가 안되더라. 대화가 빙빙 도는 느낌이 들던데 일례를 들자면,

 

그놈 : 내가 대학시절에 글도 한번 써볼려고 했었는데...

나 : 그으래? 대단하네~ 소설쓰려 그랬냐?

그놈 : 응... 너 혹시 소설가 김영하씨 아냐?

나 : 들어봤던 것 같은데...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인가, <호출>이라는 단편집인가 한번 읽고 참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놈 : 근데 니네 팀장님은 잘 계시냐?

나 : ???

 

이런 식으로 얘기가 겉돌다가 밥 다 먹을 때까지 그녀석으로부터 재테크강의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나는 재테크 얘기 듣기 싫어하지만, 그녀석은 자신있는 주제였거든. 이토록 표준적인 남성들의 대화는 일방적인 면이 많다.

 

예전에 책장에 꽂혀있는 <금성여자, 화성남자>를 스윽 들춰봤는데, 이런 책에 대한 나쁜 첫인상을 불식시켜 주더라. 남성이 고민이 있을 때 동굴로 들어간다는 것과, 여성이 남성에게 고민을 얘기했을 때 남성은 그에 대한 합리적인 최적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정작 여성은 대화를 통해 고민을 나누며 정서적인 위안을 얻는게 주목적인데 남성은 왜 자꾸 내가 이미 해결해 준 문제를 얘기하느냐며 "돌아버린다"니... 어머니가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 나한테 전화를 해서 나한테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할 때마다, 왜 자꾸 그런 얘기 하느냐며 소리나 질러댔던 나는 차~암 반성 많이 했다. 특히 서구의 남성들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건 참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서나 남성은 "쎈 척"해야 하나 싶어 슬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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