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재미난 일이 있었지요. ‘Orange’이후 잠잠했던 전 국민 영어 공부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미국이라면 껌뻑 죽는 이들인데 ‘TIME’에 후보 얼굴이 나왔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야말로 덮어놓고 떠벌인 건데. 끝나고 보니 이건  본전도 못 찾은 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희가’가 ‘김정일’이랑 동급이란 걸 광고한 셈이니. 대체 ‘강력한 지도자’가 뭐랍니까. 설마하니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몰입교육 시키는 나라에서 그 정도 단어 뜻도 모를 거라 생각했을 건 아닐 테고. 주변에 ‘어뢴지’, ‘어뢴지’하는 사람들만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닐 터인데. 게다가 기사는 꼼꼼히 읽어보기나 한 건지. 아니 이도저도 다 제쳐놓고. 많고 많은 사진들 가운데 쌍클한 얼굴을 표지로 쓴 것만 봐도 딱 답이 나와 있는 걸. 어쩌자고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아무튼 덕분에 전세계적으로다 망신 한 번 또 톡톡히 당했으니. 재미난 일이라고 웃어넘기기엔 좀, 아니 많이 창피합니다.  
 
쌍클하다 : 매우 못마땅하여 성난 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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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2:58 2012/12/10 12:58

김지하를 ‘나의 영웅’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어찌 김동춘 샘 한 분뿐이겠습니까. 그이 말마따나 그이 시대 청춘들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많은 이들이 그의 글로부터 ‘박정희 체제를 비웃을 수’있었고, ‘민주화 투쟁 의지를 불태울 수’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그가 아버지 박정희를 등에 업은 박근혜를 지지하고 나섰으니 세상 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1991년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며 호통 치던 김지하를 떠올리면 세상 일, 결국 다 제 갈 길대로 가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그런데도 걱정이 되는 건. 기실 조선일보에 글을 쓸 때부터 ‘변절’이니 ‘전향’이니 하는 말들이 돌기는 했어도, 이번만큼이나 싶겠거니 했지만. 백낙청 선생에겐 열 가지나 되는 이유를 대며 ‘깡통 빨갱이’이라 비난하고, 리영희 선생에겐 ‘깡통 저널리스트’라는 막말까지 하는 걸 보니.
 
이러다 김동춘 샘은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 운동 세력의 좁은 품’이라고 안타까워했건만, 되레 더 험한 말이 나오지나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할 말은 좀 하는 게 낫겠다 싶은데. 
 
따지고 보면 딱 김지하만이 아니라도 김문수니, 황석영이니, 김정환까지도. 예전 자신 모습을 부정하는, 아니 삶을 지탱해주고 사회를 진보(進步)시켜줬던 사상까지 다 내팽개치고. 싸움의 대상이었던 자들을 이제는 치켜세우는 자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니. 육당(六堂)과 춘원(春園)이 백년 후에 다시 등장한 것 마냥. 일견 개인들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진 병리현상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게다가 백낙청 선생을 욕하며 ‘못난 쑥부쟁이’에 비유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본인이야 무슨 구구절절한 사연까지도 잘 알고 있으니 이런 비유를 들었겠지만. 실은 처음 들어보는 절들은 눈에도 들어오질 않았고. 다만 빌어먹을 삽질, 사(死)대강 사업을 하면서 밀어버린 ‘단양 쑥부쟁이’가 떠올랐던 건.
 
‘생명사상’이니 ‘후천개벽사상’이니 하는 게 결국 ‘자본론’과 ‘경제학․철학 본고’, ‘도이치 이데올로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도 없는. ‘지하실에 가본 적이 한 번이라도’ 없는 이들에겐 넘을 수도 없는 심오한 사상이었구나, 무릎이 딱 쳐질 뿐이니.
 
‘나의 여웅’이란 이미 십 수 년 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아니 이제와 삿대질 하며 저긴 내가 살던 곳이 아니다 몸부림치는 원로(遠老)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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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 19:59 2012/12/04 19:59
사용자 삽입 이미지1936년, 스페인에서는 사회당과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들과 무정부주의자들, 자유주의 정당과 자치주의자들이 연합한 <인민전선>이 선거에서 승리를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칠레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보다 앞선 것이지요. 그리고 또 잘 알고 있듯이 <인민전선> 또한 낡은 사회관계를 과감히 변화시켜 나갔습니다. 토지개혁을 단행했으며 지배세력과 함께 하고 있었던 가톨릭에 맞섰던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또 또렷이 기억하고 있듯, <인민전선> 역시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 세력들이 일으킨 반동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내전은 곧 파시스트 이탈리아와 나치 독일이 군대와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적인 성격을 띠게 됩니다. 하지만 파시즘에 맞선 이들은 같은 이름을 가졌던 프랑스의 <인민전선> 정부도, 되레 프랑코에게 호감을 표하고 있었던 영국도 아니었습니다. 소련은 무기를 팔아먹는 데만 급급했을 뿐만 아니라, 내전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만 있을 뿐이었지요.
 
스페인 동부의 대도시에서 “기관총 진지를 택시들이 시속 백 킬로미터로 달려가 부수어(「카탈로니아 찬가」, p.70)” 버리며 파시스트들을 물리친 노동자, 농민들은 “노동자 순찰대, 노동조합에 기반을 둔 노동자 의용군 등을 통해 거칠게나마 노동자 정부를 세워보려는 시도(「카탈로니아 찬가」, p.70)”를 합니다. 봉기에 우왕좌왕하던 <인민전선>을 대신해 혁명을 더욱 앞으로 밀고 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은 이로 인해 더 복잡한 양상을 때게 됩니다. 조지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를 “솔직히 정치적인 소설(「동물농장」,, <나는 왜 쓰는가>, 민음사, 2005, p.142)”이라고 한 이유가 되는 제11장을 비롯해, 제5장에 쓰여 있듯 말입니다.
 
오웰,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파블로 네루다 등 전 세계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스페인 혁명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이들에게 “만화경 같은 정당과 노동조합들, 그리고 그 짜증나는 이름들 - P.S.U.C., P.O.U.M., F.A.I., C.N.T., U.G.T., J.C.I., J.S.U., A.I.T. - 은” 좀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오웰이 말한 바대로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 또는  「공동의 품위를 위해서」라는 대의 앞에는 예상치 못했던 장벽이 놓여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혁명에 대한 약속은 너무 쉽게 깨졌고 배신과 좌절이 뒤를 따르게 됩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해 겪은 일을 기록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스탈린주의에 적대적인 사회주의자들의 책을 많이 내는 바람에 공산주의자들의 따돌림으로 운영도 어렵던 프레드릭 워버그의 출판사에서 1928년 4월”이 돼서야 나온 것만 보더라도. 또 공공연히 오웰 자신이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썼다고 말했듯이 ‘소설’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니 <나는 왜 쓰는가>에서 말했던 ‘역사적 충동’과 ‘정치적 목적’의 동기를 가장 충실히 따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동물농장」,, <나는 왜 쓰는가>, 민음사, 2005, p.141)” 쓴 글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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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15:09 2012/11/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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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말을 걸다 2012/11/19 13:18
1.
이제 추수도 얼추 다 끝나가겠군요. 올 핸 농사를 짓지 못했지만, 예년만 같았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터인데. 봄 철 농사도 고사리 손이 필요할 만큼 분주하겠지만. 짧은 해가 더 아쉬울 가을 역시,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겝니다. 이제 곧 김장 무와 배추를 거둬야겠고. 성큼 다가온 추위에 긴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다. 요즘은 1,000원만 있으면 손쉽게 종자회사나 농협 매장에서 사다 쓸 수 있긴 하지만. 내년 봄에 뿌릴 씨앗들도 튼실하고 빛깔 좋은 것들로 골라놔야 하니까요. 콩이며 팥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텃밭에서 길러먹는 쌈채소들까지 말이지요. 하지만 이것도 토종 종자가 없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니,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예삿일이 아닙니다. 도시 속 텃밭은 물론이고 환금작물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들 하는 고추만 해도, 매년 새로 모종을 사다 심는 게 당연하게 됐고. 이런 저런 돈이 되는 작물이든 그저 우리 식구 먹는 것이 됐든, 종묘상 가서 광택 나는 코팅된 씨앗 사다 심으니까요. 농촌에 젊은 사람 없고 농사지을 사람 없어 그리 됐다고들 얘기 하는 게 일견 맞을지 모르겠지만. 또 어딜 가도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맛을 내는 것에 손들이 가는 데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말에 토 달기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2.
5년 전이네요. 살던 곳, 일하는 던 곳을 떠나기로 했을 때 계획이란 걸 세웠지요. 4년 공부할 시간 동안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놓고 계획을 세웠으니 딱히 말한다면 계획이랄 것도 없고 돈 나갈 곳만 따진 것입니다. 들어오는 돈이야 퇴직금 받은 거 은행에 넣어놓고 받는 이자가 전부니 그랬을 겁니다. 그래도 전세금 빼고 모아 놓은 돈 조금에 실업급여 6개월분과 퇴직금으로 얼추 계산해보니 4년은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 겨울바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춘천으로 이사를 했겠지요. 하지만 계획이란 게, 그것도 생활비 짜 놓은 게 맘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기도 하고. 씀씀이를 줄인다, 줄인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지출도 있고. 채 1년이 다 지나기도 전에 다시 계획을 따져보니. 아뿔싸, 이렇게 가다간 한 1,000만원은 모자라겠다 싶더군요. 그러니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괜히 서둘렀나 싶은 생각도 들고. 괜한 짜증에 티격태격 싸우기도 많이 싸웠던 것 같으니. 있는 사람들에겐 돈 1,000만원이 무에 그리 큰돈이냐 하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음 해부터 학교에서, 집에서 장학금도 받고 집도 조금 더 줄여가며 돈을 아끼지만 않았다면 어찌됐을까. 무사히 춘천을 떠났으니 망정이니. 1,000만원 때문에 어렵게 들어선 길을 다시 되돌릴 뻔 했으니,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3.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넘었다지요. 올해만 벌써 도둑들에 이어 2번째니, 요즘은 1,000만 정도는 돼야 흥행한 영화라고 하는가, 봅니다. 독립영화로는 최단기간 3만 돌파니,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니 하는,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 겨우 7만을 넘겼다고 하는데. 하긴 일 년에 고작해야 열 손가락도 남을 만치 극장엘 가는, 올 해엔 독립영화 전용극장만 서너 번 간 게 전부인 사람도 떡하니 가서 봤으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모 영화감독이 “한 두 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을 독점하고 있다. 동시대에 사는 영화인들이 만든 작은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고 평가도 받기 전에 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들. 여성 시나리오 작가 겸 단편영화 감독이 외롭게 자취방에서 숨을 거두는 일이 일어나고, 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다고 한들. 우려는 잠깐이고 추세는 계속 될 듯싶습니다. 그러니 이만하면 편식 정도가 아니라 독식이라고 해도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뭐가 됐든, 한 번 우~ 하고 몰려가면 이도저도 안 보고 휩쓸려 가는 게 유행이라면. 똑같은 등산복 차림으로 줄지어 오르다 때 아닌 병목현상까지 일어나는 것까지. 유행도 참 별나고 가지가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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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13:18 2012/11/19 13:18
태국까지 가서 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는 게 다 뭡니까. 이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불과 엊그제까지만 해도 죽은 물고기가 떼 지어 떠올랐다는 걸 못 봐서 하는 소리인지. 올 여름 유행어 중 하나가 ‘녹조라떼’라는 걸 못 들어서 하는 얘긴지. 4대강 본류엔 삽질하기 전부터 홍수 났단 말 들은 지 오래됐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인지. 여든대는 것도 한 두 번이고, 자화자찬도 유분수지요. 4대강을 안했다면 나라 전체가 물난리가 났을 거라구요? 대체 제 눈으로 치적 확인하고 싶어 틈만 나면 나가보는 곳은 어디랍니까? 도시 사람들 멀리 차 끌고 와 타고 다니라고 만든 자전거도로 위랍니까, 쓰지도 못하는 물만 잔뜩 담아 두고 있는 거대한 보(洑) 위랍니까. 22조원이나 퍼부었는데도 여기저기서 예견한 일들이 , 예기치 않은 일들이 터져 나오는데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잘했다고 떼만 쓰고 있고, 억지만 부리고 있으니. 정말 4대강엔 가보고나 일을 한 건지, 일 끝나고 가보기나 한 건지. 그가 보는 4대강과 우리가 보는 4대강이 다른 강들이나 한 건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여든대다 : 떼를 쓰다. 억지를 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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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07:21 2012/11/13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