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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주간 초점>노동자계급정치와 대중투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 총선

노동자계급정치와 대중투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 총선

 

정책위원회

 

1. 부르주아 언론을 비롯한 각종 언론들과 자유주의 세력, 노동자민중운동 세력들까지 이번 총선을 두고 ‘새누리당의 승리, 야권연대의 패배’를 주요한 평가로 내놓고 있다. 그렇다. 멀게는 2008년 촛불부터 작년말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된 반MB 흐름을 고려한다면 이번 총선은 분명 MB정권과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다. 또한 반MB투쟁의 정치적 성과를 독점하면서 야권연대를 통해 의회권력을 차지하고자 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은 이번 총선 패배로 대선까지 결코 MB심판론-야권연대를 가지고 저 강고한 보수우익세력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야권연대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자유주의 언론들은 새누리당의 승리와 야권연대의 패배 이유를 1)여권의 박근혜라는 확실한 리더십(이를 통한 보수세력의 확고한 결집)과 야당의 불투명한 대선 리더십 2)새누리당의 ‘혁신’ 이벤트를 통한 MB와의 거리두기 성공, 야권의 공천 실패와 내용없는(대안없는) MB심판론 3)새누리당의 좌클릭을 통해 복지 등 주요 공약의 차별성 모호 4)2040세대의 선거 미참여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평가들은 겉으로 보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는 평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통해 자유주의 언론들과 자유주의 세력들은 일제히 ‘야권연대 여전히 중요. 이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야권연대’를 강조하고 나선다. 과연 그럴까?

 

2. 야권연대는 분명 이번 총선에서 패배했다. 패배라고 말하는 이유는 광범위하게 형성된 반MB흐름을 정치적으로 독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진보정치세력들이 노동자 정치를 만신창이로 만들면서까지 자유주의세력과 연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2040세대가 압도적으로 자신들을 지지하면서 수도권의 필승은 선거 이전부터 예고된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MB레임덕과 맞물려 정권의 부정부패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민간 사찰을 비롯해 선거 기간 중에도 MB정권의 실정을 폭로할 계기와 사건들이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이른바 총선 전부터 ‘복지와 한미FTA, 민주주의’ 등 야권에게 유리한 의제들이 총선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모든 이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는 이 모든 것들을 자신들의 무기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야권연대의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심지어 노동계까지 결합된 이번 야권연대는 언론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앙상한 ‘MB심판론’ 이외에 아무것도 내세우지 못했다. 그것은 야권연대가 만들어낸 필연이다. 야권연대는 계급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치환하면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탄압문제들에 대해 주체적으로 접근할 의지도 기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야권연대를 통해 권력을 되찾으려는 자유주의세력들에게는 계급의 문제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자본가들을 비호하고 다만 그 속에서 파생되는 몇 가지 문제들을 보완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민중들을 제대로 통제관리하려는 것 자체가 그들의 노선이고 그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는 그 본질을 철저하게 보여줬다. 모든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집중하면서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불안한 미래, 불안정노동, 허리가 휘는 등록금 문제 등 20대 노동자들, 미래의 노동자들을 5060세대에 대비되는 SNS에 강한 세대쯤으로 전락시켜버렸으니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존중’ 역시 그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등 산적해 있는 노동의 요구들은 노동권이 아닌 ‘복지’로 치환되면서 새누리당과 거의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쌍용차, 현대자 하청노동자들, 학습지 노동자들, 야간노동 철폐를 외치는 노동자들 등MB정권 4년의 극악한 탄압에 놓였던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대해 그들은 선거 시기 새누리당과 다를바 없는, 다만 총선 이후 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그들은 선거기간 내내 노동의 문제는 ‘복지’문제로 전락해버렸고 그 속에서 반MB의 아주 일부분 쯤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주요한 의제로 부상할 거라는 한미FTA문제에 역시 모호한 합의로 오히려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했을뿐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권리에 대해 그들은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보수우익세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공천파동, 여론조사 조작, 성폭력 전력자 및 2차 가해자 공천, 김용민 막말사건 등 그들이 전유하고 있는 ‘민주주의’세력이라는 이름조차도 부끄러운 상황을 연달아 연출했고 결국 오로지 ‘권력’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또 하나의 보수세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야권연대에 대한 ‘대안없는 MB심판론’이라는 평가는 현상적으로 맞는 평가이지만 애초부터 야권연대에 MB와는 다른 본질적 대안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대안없는 MB심판론’이라는 평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야권연대가 이후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세력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야권연대는 결코 반MB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3. 노동자 정치를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자유주의 세력과 동맹을 자처한 통합진보당은 어떤가? 일부 언론에서는 통합진보당을 야권연대의 ‘수혜자’, ‘진보정치의 교두보 확보’ 등으로 평가한다.

13석, 10%대의 지지율은 노동자정치를 박살내고 ‘노무현과 전태일의 만남’ 운운하며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투쟁을 자유주의 세력에게 팔아넘긴 것치고는 낮은 성과다.

통합진보당은 울산, 창원 패배에서 확인된 것처럼 비록 개량주의 정당에 불과했지만 노동자정당을 표방해왔던 민주노동당의 주요 기반조차 무너뜨렸다. 그들이 만들어낸 의석은 출세주의자들에 의한 부르주아 정치를 그대로 모방한 스타급 정치, 민주당 양보로 얻어낸 지역구일뿐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정치 활동에 기반한 곳이 단 한곳이라도 있던가! 이제 노동자들에게 통합진보당은 또 하나의 야당, 제2의 작은 민주당에 불과할 뿐이다.

 

4. ‘정통진보, 노동자정치의 사수’를 외쳤던 진보신당은 2%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해산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진보신당은 자신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총선기간 동안 진보정치(노동자정치)의 타락을 보여줬던 통합진보당에 대비되어 진보정치를 지킬 정치세력으로 노동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되지 못했다. 이유는 사실 분명했다.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라는 자유주의 세력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에 그들은 결코 단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에 배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고 ‘진보신당이 포함되지 않은 야권연대는 온전한 야권연대가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지역에서는 야권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거제 야권연대후보를 성사시켜내고 마산지역에서는 민주당과 조건없는 후보 통합을 하기도 했다. 노동자정치를 만신창이로 만든 통합진보당과는 분명하게 다른 ‘정체성’으로 서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진보신당은 김순자 노동자 후보를 비롯한 비례대표 선출과 선거운동에서 노동자투쟁과 함께 하고자 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대연합 구도에 파열구를 내고 대리주의, 의회주의 늪에 빠진 진보정치를 넘어 노동자계급정치를 세우는 주체가 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 역시 지난 노동자정치운동에서 주되게 평가됐던 대리주의, 의회주의의 진보정치의 한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5. 이번 총선에서 실제적인 패배세력은 바로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방침에서 MB심판과 야권연대 승리를 정치적 목표로 세우면서 노동자정치를 스스로 내팽개치고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2중대를 자처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투쟁을 외면하면서 총선에 올인했고 야권연대의 의회 다수 장악이후로 모든 사업과 투쟁을 유보시켰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계급적-전국적 요구들은 이번 총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모든 것을 야권연대로 종속시켜 버린 나머지 독자적인 노동자투쟁의 가능성조차 무너뜨려버렸다. 많은 노동자들이 총선 결과를 보고 투쟁조차 어렵게 됐다는 자조섞인 평가들을 내놓는 것은 바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모든 투쟁을 ‘야권연대 승리’를 전제로 제출하고, 국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조장하고 유포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승리는 노동자투쟁을 불리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행보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복수노조를 악용한 노동탄압 등 자본의 공세에 맞설 진정한 힘은 노동자투쟁에서 나온다는 변하지 않는 진실에 눈감으면서 오히려 현장의 투쟁의지와 가능성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나서서 무너뜨린 꼴이다.

 

6. 계급정치를 외쳤던 사회주의 세력과 노동자민중투쟁의 오류와 한계는 분명하다.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민주대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출현이 노동자계급정치를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종국에는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줄기찬 주장을 해왔지만 선거라는 또 하나의 투쟁공간에서 선전선동을 넘어서는 행동을 조직해내지 못했다. 또한 노동자계급정치의 실현이라는 선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에게 계급정치를 공론화해 낼 정치적 연단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노위 역시 선전선동을 넘어서 노동자계급과 함께 정치적 실천을 조직하지 못함으로써 역량의 한계라는 방어적 평가를 넘어서는 냉정한 대중적 평가의 한가운데 서있는 세력이다. 이렇듯 민주대연합의 문제를 비판하며 노동자민중투쟁을 강조했던 사회주의 정치세력을 비롯한 제운동세력들, 선거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광장 운동을 펼쳐내면서 노동의 의제를 만들어왔던 투쟁하는 노동자들, 이 모두 대리주의가 판치는 선거를 넘어서는 노동자계급정치와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를 건 대중투쟁의 조직화를 이뤄내는데 역부족이었고 그렇기에 향후 치열한 토론과 실천이 요구된다.

 

7. 총선은 끝났다. 야권연대로 표상됐던 자유주의 세력과 그들의 동맹을 자처한 일부 진보정치세력들의 잔치는 끝났다. MB정권은 총선이 끝나자 마자 KTX민영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보이는 등 ‘흔들림없이 나아겠다’며 노동자민중들에게 다시 공격을 퍼부을 태세다. 야권연대세력들은 ‘여전히 야권연대가 희망’이라며 이제 대선으로 몰아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22번째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위로 아니라 함께 싸우자’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공장도 들어가지 못한 채 매일 공장 관리자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복수노조를 악용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자본의 공격 역시 계속되고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야간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 노동권의 완전한 보장을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자본과 정권의 ‘흔들림 없는’ 공격과 마주하고 있다. 이제 이 싸움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이제야말로 진정한 노동자계급정당, 투쟁하는 노동자정당, 노동해방-인간해방을 이뤄낼 대안사회를 향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한 노동자들의 주체적 토론과 실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정치! 그것을 향한 발걸음을 빠르게 할때다. 그것이 바로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계급이 움켜줘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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