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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3호> 저축은행, 더 큰 사태가 벌어질 것

 

자본과 권력의 공생 관계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들의 검찰 수사 결과는 기막힘의 연속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간부가 166억 원에 달하는 고객의 돈을 빼돌려 달아나고, 수 천억(일부 언론에는 횡령규모가 5천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구속된 한 저축은행 회장은 영업정지가 임박하자 해외로 도피시도를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행위들이 난무하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4개 저축은행 회장들은 대부분 불법대출, 비리 등의 범죄전력이 드러나는 등 저축은행은 그야말로 불법 비리의 천국이었던 셈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과 비리행위들이 가능했던 것은 저축은행 자본가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금융당국, 온갖 편법과 불법을 가르쳐줬던 전직 금융감독기관 관료들, 그리고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돼도 눈감아 주는 정치권력자들의 공생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정치권력자들의 측근들과 관료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처럼 철저하게 권력과 자본이 유착해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침없이 돈을 빼돌리고 호위호식했던 것이다.

부동산 거품경제와 저축은행의 부실
3차에 걸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저축은행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89개 저축은행 중 지난 해 1,2차 영업정지를 포함해 13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고 이 중 다수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작년에만 15조 7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3차 저축은행 사태로 6조원의 추가 자금 투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서민들, 세금을 내고 있는 노동자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는 꼴이다.
왜 저축은행은 이토록 비리와 부실의 온상이 됐을까? 사채를 양성화시키면서 탄생한 상호신용금고는 2002년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5년부터 사모투자펀드 투자 등을 확대하는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이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조성된 투기 붐은 부동산 거품을 엄청나게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대출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부동산 PF사업은 담보 없이 미래 수익 예상만을 가지고 대규모 대출이 가능했고 저축은행들은 고수익을 노리고 PF대출 규모를 늘려나갔다.
그러나 메뚜기도 한철, 부동산 거품 경기가 2008년 미국발 경제공황으로 급속하게 침체로 접어들자 대출을 받아놓고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터졌다. 정부도 2011년에만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PF부실채권 7조원 가운데 27%에 해당한 채권을 사들이는 등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부실 채권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금리는 계속해서 인상되고 또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도산에 이르는 건설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저축은행은 부실화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단적으로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70억 원의 대출 규모 중 거둬들인 채권은 810억 원에 불과하고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한 부동산 PF 대출 건도 전체 대출의 36%에 이른다.

쓸모없는 정부대책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계속해서 터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인 저축은행들이 수두룩하고 부동산PF 부실은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금융편의를 도모한다는 미명하에 설립된 저축은행들은 이렇듯 금융자본가들과 정치권력자들의 사금고가 되어버렸고 서민들은 15%에 육박하는 고이자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릴 때가 없어 또 저축은행을 찾는다. 아니면 40%에 달하는 이자를 내야 하는 대부업체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대출한도 3단계 차등화 대책을 내놓기도 하고 민관합동을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금융감독기관은 물론이고 전직 관료들, 정치권력자들과 긴밀하게 공생하고 있는 저축은행에게 이런 규제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처럼 비리와 부실로 얼룩진 저축은행들은 아직도 즐비하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썩어 들어가고 있다.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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