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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4호> 18대 대선과‘진보 정치’의 종언

18대 대선과‘진보 정치’의 종언

 

 

 

투항의 한 해
 

투항의 한 해였다. 총선부터 대선까지, ‘투쟁’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던 노동운동의 주요한 지도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민주당과 안철수의 품에 안겼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전 현직 지도자들이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정권교체’를 외쳐도, 민주노동당의 산파이자 천오백만 노동계급의 대표를 자임하는 민주노총은 이런 행보에 어떤 제약도 가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민주노총 스스로가 야권연대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마당에, 민주당과 안철수에게 투항한 이들을 징계하는 것은 스스로를 징계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징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바로 그렇게, 2012년은 1997년 이후 본격화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혹은 진보정당운동의 한 싸이클이 종결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진보정의당의 심상정과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는 각각 후보 사퇴를 통해, 노회찬은 ‘노동자 후보보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는 말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18대 대선으로 97년 이후의 ‘진보정치’는 사망했다.

 

 

진보적 정권교체론이 낳은 절망
 

노동운동 내의 야권연대 세력은, 정권교체가 무엇인가 이루어줄 것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릴 것 없이, 조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문재인을 지지했다. 야권연대는 ‘정치적 계급’으로서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해체했다.
그리고 대선 이후, 5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탄압, 그리고 박근혜 당선이라는 결과에 대한 ‘절망감’이 낳은 죽음이었다. 그 절망감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스스로의 힘과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하는 대신,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대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하면 노동계급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온 과정이 낳은 것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무차별적 공권력 투입, 손배와 가압류... 소위 ‘민주정부 10년’ 동안 당할 수 있는 모든 탄압을 당한 노동자들이, 자신을 탄압한 민주당의 패배로 인해 절망하는 역설을 낳은 것이, 바로 진보적 정권교체론이다.

 

 

동지가 당 건설의 주체다


민주당도, 안철수도, 진보정당들도 재편의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어떻게 세력재편을 하건, 공황의 전개 속에서 이들이 기존과 다른 전망을 보여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실리도, 명분도 없는 야권연대의 광풍이 휘몰아칠 것이다.
투쟁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될 것이다. 2012년 대선에 나선 김소연 선거투쟁본부는 대선기간 내내 투쟁과 정치는 다르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전개될 투쟁의 전망을 확장하는 과정은 2013년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 건설과 적극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공황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투쟁의 급진적 확장을 추동할 사회주의의 전망이 맞물리지 못하는 한, 노동자계급의 미래는 없다. 세상을 바꿀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의 건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지가 바로 이 당 건설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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