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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4호> [대선특집] 인터뷰 : 우리의 삶,“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노동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민주노총마저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18대 대선. 그러나 문재인 지지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한 노동자후보가 있었다. 바로 김소연후보와 김순자 후보가 그들. 그 중 김소연 후보는 현장의 모금과 추천으로 선거투쟁을 진행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민중과 연대하는 한편, 쌍용차, 현대차비정규직, 유성 등 투쟁주체들의 지지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지지를 받아, 진보정치의 파산을 넘는 새로운 노동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 생생한 목소리를 실어나르고자 한다. 18대 대선에서‘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후보’로 나온 김소연 후보와의 인터뷰, 그리고 경기지역 선거운동과 학생부문 선거운동에 결합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다.
 

 

우리의 삶,“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노동자민중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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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에서 노동자민중운동 내에서도 ‘야권연대’의 바람이 거셌다. 김소연 후보는 이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후보’로 출마해, 완주했다. 2012년 대선에서 김소연 선거투쟁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대선도 그렇지만 4.11총선 당시 진보를 자임했던 세력들이 야권연대에 매달렸고, 민주노총도 이에 동의했다. 당시 제가 속했던 기륭전자분회에서는, 비정규직법안을 만든 당사자인 이목희 의원을 지지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를 탄압했던 당사자를 지지하는 행위를 해야 할 지 문제의식이 많았고, 새로운 노동정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그래서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모임’(변혁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번 대선도 그 과정의 일부였다.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만이 희망인 듯 이야기되는 현실에서, ‘후보를 내고 투쟁으로 완주하자’는 기조는 적절했다.

 

 

김소연 후보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투쟁하는 노동자후보’이다. 실제 선거운동 시작 날과 마지막 날 모두 삼성자본 앞에서 선거유세를 했다. 후보 자신이 노동자민중투쟁과 적극 결합하는가 하면, 매일매일 의제가 있는 선거운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선거운동을 진행한 취지는 무엇인가?


다양한 영역별 투쟁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관통하고 있는 현장의 요구들을 대안사회의 전망을 함께 그려가면서 집약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물론 의제별 요구투쟁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등 과정에서 아쉬운 측면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전국을 돌면서 여러 부문의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했고, 특히 성소수자, 장애인, 철거민 동지들과 함께 동지적 신뢰를 쌓아나간 경험은 소중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대중적으로는 얼마나 호소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으로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자 시도했던 점은 긍정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이라는 기조 아래 선거투쟁을 진행했다. 노동정치가 무너진 상황에서 적절했다는 평가와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프레임에 갇힌 나머지, 체제 극복의 전망을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후보’는 내가 누굴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내가 같고 함께 싸우는 사람’이라고 하는 걸 얘기하고자 한 거다. ‘우리가 정치의 주인이요, 세상의 주인이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였다. 체제 극복의 전망이라고 하는 것이 후보 하나가, 선거투쟁에 함께한 몇몇이 논의해서 제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애초에 얘기하고자 했던 것도 싸우면서 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운동은 어렵고 현학적인 수사로 대중과 호흡하지 못해 왔다. 우리의 선거강령이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요약될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장노동자들이 이질감을 갖지 않으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0.1%의 득표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객관적으로 실패한 선거투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표가 전부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득표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어서 실망했다(웃음). 99.6%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는 지형에서 득표율만 갖고 성패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노동자·진보진영이 세력화되지 못하고 정치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의제)은 배제되고 노동자민중은 소외당해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자본가정당들이 독점하고 있는 제도정치의 한복판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냈다는 건 중요하다. 물론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대중적으로는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김소연 선투본은 선거투쟁 마지막 날인 2012년 12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건설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천명했다. 조만간 선거투쟁본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로서, 그리고 변혁모임의 소집권자로서, 이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개인적 구상이라 할 순 없지만, 변혁모임 내에서도 대선투쟁을 시작으로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 우리의 요구를 집약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계급정당 건설의 토대를 만들자는 결의가 이미 있었다. 당연히 더 확대된 상태로 가야하는데,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상층 중심의 논의를 통한 조직 건설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활동가동지들의 논의를 추동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본다. 선거 이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의 동지들과 고민을 나누고, 변혁모임 안에서도 함께 선거투쟁을 하지 못한 동지들도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의견을 모아야 한다. 또 열린 공간에서 제안도 하면서, 깊고 넓게 확장된 계급정당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거투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소회를 말해 달라. 그리고 지지자들, 노동자민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강정에서 김소연 유세투쟁으로 처음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던 노인회 어르신들, 밀양에서 “재벌, 정치인만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세상이어야 한다. 정치인, 재벌들만 평화로운 건 독재”라고 말씀하셨던 어르신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삼성 동지들, 유성 동지들이 ‘그래도 원없이 한번 싸워봤다’고 얘기하셨던 걸 보면 숨막혀하고 있던 동지들에게 투쟁의 공간을 열었던 게 의미있었다.
노동자민중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우리가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 함께 했던 동지들과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자고 모였던 동지들이, 작은 차이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

 

정리: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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