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 기다려나의 화분 2005/11/15 00:08나도 이제 몇 시간 후면 부산으로 출발한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마다 미리 끝내놓고 가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자꾸 시간이 늦어져버린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 저 일 하고 나니 벌써 자정이다.
잠을 자야 내일 일찍 출발을 할 수 있는데, 아직 돈벌이 번역은 3분의1 정도가 끝난 상태다.
아, 그래도 어쩌나, 이놈의 번역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돈이 나올 구석도 없으니.
시간이란 상대적으로 흐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땐 도끼자루가 썩는지도 모르게 스르르 흘러가버렸던 것이 지금부터는 더디 흐르며 날 괴롭힐 것이다.
문득, 그와 함께 했던 22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
부산까지는, 단단히 각오를 해야겠다.
날씨가 아주 추워졌고, 바람도 세차니 말이다.
그런데 자꾸 대충대충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가다 쉬기도 하고, 지치면 다른 교통수단에 의지해도 괜찮을 것이다.
따뜻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부산으로 어서 가고 싶다.
밤새 놀고, 아펙 반대고 뭐고 땡땡이 치고 잠도 실컷 자고 싶다.
아니면 부산에서 속초까지 7번 국도 타고 올라와도 좋겠다.
진짜 바램은 아펙반대 시위대가 더도말고 딱 100만명만 운집해서 동백섬을 완전히 포위하고, 거기 모인 대가리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당장 꺼지라고, 죽음의 작당은 이제 그만들 하고, 이름 없이 쓰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한다면, 난 받아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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