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강도다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5/11/28 12:12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본질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국회가 쌀협상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그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농민을 경찰을 동원해 때려죽인 사건이 노무현 정권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본질을 잘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권의 본질은 드러났지만, 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것은 드러나 있었다.
정권의 본질은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나 김영삼이나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바뀌지 않았으니 새로 드러날 것도 없잖은가.
 
강경대가 죽었을 때 이미 정권의 본질은 드러났던 것이다.
김귀정이 죽었을 때 바로 그 자리에 있던 나는 깨달았다.
 
악에 받쳐 덤벼드는 백골단의 토끼몰이를 피해 좁은 골목으로 달아나다가 시위대는, 그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지 못해 앞에서부터 넘어졌다.
앞에는 사람들이 넘어졌지만 뒤에는 몽둥이를 든 새햐얀 백골들이 달려들고 있다.
사람들은 넘어진 사람들 위에 다시 넘어진다.
또 그 위에 겁에 질린 시위대가 포개진다.
그곳은 을지로 4가 부근으로 기억하는데, 나도 그렇게 5겹으로 넘어져있던 사람들 위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5겹으로 넘어져있던 사람들의 맨 아래단에는 김귀정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강경대를 죽인 그 몽둥이를 들고 달려드는 용맹스런 백골단을 피해 달아나던 사람들에 눌러 숨을 거둔 것이다.
나의 몸무게도 어쩌면 김귀정의 마지막 숨을 앗아가는데 일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1991년 5월의 일이다. 
나는 국가란 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이다.
국가란 강도였다.
 
국가란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노무현 정권을 보며 새삼 느낀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본질은 이미 2003년에 이라크에 한국군대를 파병할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남은 전쟁범죄자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남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하고, 유죄판결까지 내리지 않았던가.
전쟁을 저지른 자라면 그 어떤 사악하고 잔혹한 짓이라도 저지르지 못하랴.
 
자이툰 부대의 아르빌 주둔 비용이 한 달에 150억원이라고 한다.
하루에 5억원씩 쓰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라크 모니터팀의 지은이 '평화의 등불을 밝히며' 했던 말이다.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은 어디서 나오나?
바로 나에게서 빼앗아간 것이다.
나와 당신에게서 강탈해간 돈으로 정권은 전쟁을 일으키고, 전투경찰 진압부대를 운용해서 시위농민을 때려죽인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강도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수많은 민중들을 밟고 올라가 머리꼭대기에 서있겠다는 말이다.
위대한 지도자를 받치기 위해 온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민중들이, 정권을 잡은 자의 높은 눈에는 보일 리가 없다.
강도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직 탈취하지 못한 세상뿐.
그래서 저들은 오늘은 아펙에서 모이고, 내일은 홍콩에서 모여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어디에서 얼마나 더 많이 강도질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 고민한다.
국명을 떠나 국가는 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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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8 12:12 2005/11/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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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희 2005/11/28 12:13 Modify/Delete Reply

    국가는 변태다.

  2. 흠. 2005/11/28 13:12 Modify/Delete Reply

    국가.. 존재 자체가 폭력이요 억압... 근데 소위 포플리즘에 빠진 진보를자처하는놈들은 왜 복지라는이름으로그들에게 권력(조직과예예산)을 강화해주지 못해 안달나 하는가???

  3. psychoic 2005/11/30 11:45 Modify/Delete Reply

    흠님에게 : 복지를 권력이라고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를 우선 제기합니다. 국가는 강도다, 라는 명제에서부터 출발하면, 강도에게 강도질 할 힘으로 재대로 된 일 하라고 하는 것이 국가에게 복지강화를 주문하는 이유입니다. 어떤이가 강도질을 했으니까 강도질이나 하는 힘은 필요없다고 힘줄을 다 끊어놓는 것이 옳은 해결방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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