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세상 모든 자매들의 연대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5/12/18 23:28
국제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에 가서 매닉을 만났어요.
오랜만에 마붑도 만나서 반가웠죠.
 
피자매연대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사람들을 만나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데, 왜 우리들은 별로 모일 기회가 없는 것일까요?
아마 피자매 사무실이 추워서 그런지도 몰라요.
그래서 내일은 피자매 사무실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가스 히터를 사려고 해요.
사무실이 따뜻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더 자주 오지 않을까요?
지금 있는 전기 히터로는 공기 자체가 데워지지 않네요.
특히 여성들은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내 생각만 고집했던 것 같아서 미안해요.
낮에도 입김을 불며 손을 비벼야 하는 곳에 누가 오고 싶겠어요.
 
2006년이 곧 시작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어떤 목표가 있나요?
어떤 전망을 가지고 피자매연대는 활동을 하려고 하나요?
개인적인 목표나 전망들이 있을 거에요.
그것을 피자매연대 활동가들은 어떻게 모아낼 수 있을까요?
자신의 활동과 피자매연대의 활동이 일치하는 지점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에요.
 
우리가 바늘을 들고 대안달거리대를 만들면서 '우리의 월경, 우리가 관리한다'고 선언한 것이 2003년이에요.
이제 2년이 지났죠.
그런 우리의 활동이 지금까지 많은 반향을 이끌어냈어요.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거기서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이끌어낸 우리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점점 자립의 삶, 자치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렇죠?
 
우리는 월경대의 자립을 선언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인간을 무감각한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이 파괴적이고 음흉한 체제로부터 완전히 자립해 스스로 설 수 있는 삶을 원하고 있잖아요?
그런 삶을 만들기 위해 우리들은 이 사회체제를 뿌리에서부터 재조직해야 한다고 믿고 있잖아요.
월경으로, 경찰 폭력으로, 배고픔으로, 그리고 다른 많은 고통으로부터 피흘리는 세상 모든 자매들의 힘으로 세상을 새롭게 짜내야 한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느끼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평화운동만이 아니라, 생태운동만이 아니라, 여성운동만이 아니라, 소수자운동만이 아니라 이 모든 운동이 서로 그물처럼 얽히면서 생겨날 진정으로 튼튼한 힘을 믿고 있잖아요.
권력을 잡기 위해 중심부로 나아가는 운동이 아니라, 권력이 없어도 중심이 없어도, 아니, 권력이 없어야 중심이 없어야 비로소 가능해질 우리의 소박한 자립의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하려는 것이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의 고민은 나아가지 않고 여기에서 머물고 있어요.
요즘 피자매연대가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거에요.
모두들 답답해해요.
답이 쉽게 주어지지는 않겠죠?
매닉은 이제 대안달거리대를 만들어 쓰자고 말하는 것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요.
그래요.
이젠 새로운 것이 아니니까, 여전히 옳은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확 잡아끄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술밥에 배부르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생명과 평화와 여성과 인권과 환경과 노동의 가치들을 한데 어우르면서도 피자매연대만의 독특하고 재기발랄함을 잃지 않는 운동을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들과 함께 펼치고 싶어요.
피자매연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니까, 앞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야 하나 이야기를 해봐요.
 
아직도 세상에는 피흘리는 자매들이 너무나 많네요.
저는 이들과 연대를 하느라고 춥디추운 피자매 사무실을 방치한 것 같아서 미안해요.
사무실을 따뜻하게 하고 사람들을 맞이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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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8 23:28 2005/12/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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