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밀가루로 머리 감았다나의 화분 2007/05/31 18:12원래 일주일 또는 그 이상에 한 번 감거나 하기 때문에 처음 이 글을 읽고 당장 밀가루로 머리감기 실험을 하고 싶었으나 참느라 혼났습니다.
일단 저는 머리가 길기 때문에 3숟갈보다 좀 더 넣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4숟갈 정도를 눈대중으로 세숫대야에 넣고 미지근한 물을 2/3 정도 넣어주면서 손가락으로 잘 저어서 가루를 녹였습니다.
밀가루 물의 색깔은 우유처럼 진한 흰색은 아니고, 약간 흐린 하얀색이라고 할까요?
그 물에 머리를 집어 넣고 두피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잘 비벼주면서 머리를 감았습니다.
그렇게 한 번 감고 나니까 뭔가 밀가루 양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언저리 님의 글에 나왔던 것처럼 '완전 듁음'이라거나 '환상'이라거나 하는 느낌이 없이 그저 약간 기름기만 씻겨 나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환상적인 효과를 느껴보기 위해서 이번엔 밀가루 양을 좀 늘려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양의 물에 이번엔 한 7숟갈 정도 밀가루를 부었던 것 같아요.
잘 저어주었는데, 색깔은 거의 우윳빛이 나더군요.
그 물에 다시 머리를 통째로 처박고 잘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향기가 난다거나 말끔히 씻겨나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머리를 간단히 미지근한 물에 씻어내고 마쳤습니다.
저는 드라이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수건으로 대충 흐르는 물기를 닦아낸 다음 공기 중에 머리를 털면서 말리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젖은 머리카락을 놔둡니다.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놔두었는데요, 밀가루로 코팅이 된 머리카락들이 약간 늦게 마르더군요.
게다가 샴푸나 린스를 사용하면 머리카락들이 뭉쳐 있다가 한 가닥씩 나뉘면서 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밀가루로 코팅이 되어서인지 머리카락들이 여전히 뭉쳐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머리카락들은 뭉쳐 있는데, 기름기는 가셔서인지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약간 신기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밀가루를 좀 많이 넣었나봐요.
그것을 잘 저어서 녹인다고 녹였는데, 아직 제대로 녹지 않은 밀가루 덩어리들이 남아 있었나봅니다.
머리카락 곳곳에 마치 비듬처럼 조그만 밀가루 덩어리들이 보이고요, 누가 보면 비듬뭉치들이 머리카락에 붙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어요ㅠㅠ
게다가 뭉쳐 있던 머리카락을 갈라주면 머리카락을 뭉치게 했던 밀가루들이 마치 콩가루처럼 부서지면서 어깨나 바지에 하얀 밀가루들이 떨어집니다.
지금 이 머리카락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ㅠㅠ
저도 그냥 싸구려 무표백 수입산 밀가루를 사용했는데, 유기농 국산 통밀가루를 쓰면 어떨까 모르겠네요.
하여간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밀가루 머리감기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 번에는 약간 카레가루를 넣어서 머리카락에서 향긋한 카레 남새가 나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쓰다보니 배가 고파지네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