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들의 동네, 망원동

나의 화분 2008/07/22 01:26
망원동으로 이사를 왔다. 도시에 살면서 동네가 맘에 들기는 처음이다. 대추리에 살 때는 마을 길목에 난 풀 한 포기까지 사랑했었는데, 그런 마음은 다시 대도시로 돌아오면서 싹 없어져버렸었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저 어서 지나가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이틀 흘려버리는 정도고, 공간에 대한 어떤 감정 같은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가슴 한 켠에 굳은살이 박힌 것처럼 딱딱해버리기 일쑤다. 망원동은 약간 다른 것 같다. 예전에 수수님이 "망원동엔 (좋은 의미에서) 변태들이 많이 산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내가 이곳에 살기 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재래시장 골목을 다니면서, 시간 날 때 잠깐씩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자유로움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홍대 앞 같은 자유로움이 아니라 뒷골목 같은 자유로움이랄까. 또 건물들이 높지 않아서 좋다. 고층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것이 망원동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재개발로 곧 헐리게 될 아현동 같은 운명이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까운 곳에 '민중의 집'도 있고, 라디오를 켜면 새벽 1시까지는 마포 FM도 나온다. 난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오래된 습관 덕분인지 인터넷으로 다시 듣는 라디오는 잘 듣지 않고, 오로지 라디오를 켜면 바로 전파로 중계되는 그런 방송을 좋아한다. 마포 FM을 켜니 정통 블루스가 한 시간 연짱으로 나오다가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홍대 앞 인디씬의 이야기가 나오더니, 곧이어 언니들이 나와서 수다를 떨면서 음악 이야기며 기타 친근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나는 라디오를 저녁 아홉시부터 켜놓고, 기타를 치면서 방송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 망원동으로 이사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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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01:26 2008/07/2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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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 2008/07/22 01:39 Modify/Delete Reply

    뭐야~ 제목보고 겁부터났잖아 ㅋㅋ. 망원동 일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쯤 재개발 들어간다는 슬픈 소식을 미리 전하지. 망원동은 한강과 가까워서 자전거타기에도 좋아. 재래시장은 정말 훌륭하지. 게다가 아랫집 아니 이제는 옆집(마몸이 물어보더라고 아랫집 이사간다니까 그럼 이제 뭐라고 부르냐고. 그래서 옆집이라고 부를꺼라고 알려줬어)도 있잖아 ㅎㅎㅎ 캠프준비회의때 보자~ 재래시장을 쭉지나오면 금새 찾을 수 있음.

  2. 다다 2008/07/22 02:59 Modify/Delete Reply

    사무실 옮기면서 오랜 녹번 생활을 청산했나보구나. 같은 동네 주민됐네. 반가워~

  3. 무나 2008/07/23 09:35 Modify/Delete Reply

    초대하려 무나~~

  4. 나침반 2008/07/28 07:09 Modify/Delete Reply

    ^^

  5. 서울비 2008/08/03 13:29 Modify/Delete Reply

    저두 망원2동에 사는데요..
    ^^ 정말 낮은 건물들과 재래시장 이야기에 공감해요.
    이사오기 잘했어요.. 네온사인이 번뜩이던 신촌은 바이바이

  6. 캔디D 2008/08/15 08:00 Modify/Delete Reply

    와! 돕님도 망원동으로 이사오셨군요! ㅋㅋㅋ저도 망원동에 지금 3년째 살고 있는데 사람들한테 모두 추천하곤 하지요. 정말 변태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수수님의 말씀엔 동감하면서~ ^-^ 길거리에서 한번 뵙고 싶어요~

  7. 망상妄想 2008/09/11 00:07 Modify/Delete Reply

    헛;; 망원동;; 전 옆동네 합정동 살아요..ㅋ

  8. 아하 2008/09/27 20:46 Modify/Delete Reply

    시장좋아; )ㅎ

  9. 뽀사마 2008/09/28 01:45 Modify/Delete Reply

    시장 아주 좋죠. 서울에 있는 중간규모 재래시장 중 활기차기로는 따로 올 곳이 없는 듯해요. 특히 망원시장 중간 쯤에 있는 튀김집도 맛나고 고로케 파는 빵가게도 맛있는데, 그리고 망원우체국 앞에 돼지왕갈비 집도 괜찮고, 또 갈비집에서 한강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칼국수집도 괜찮죠. 칼국수도 맛있고 파전하고 만두도 잘하죠. 그리고 망원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원주 막국수집이 있는데 막국수와 수육도 잘하는 편입니다. 망원우체국에서 마포구청 쪽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삼합집들도 제법 있습니다. ㅋ 망원동 떠난지 2년이 넘었는데도 입 맛 기억은 새록하네요. ㅎ.

  10. goho 2011/06/24 12:24 Modify/Delete Reply

    망원동에 변태들이 많이 산다니요?
    24년동안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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