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나의 화분 2008/09/18 00:22
가사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부르는 노래들이 있었다.
'인터내셔널가'가 그 예인데, 도입부에 나오는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라는 부분이 항상 맘에 걸렸다.
노동자의 군대라면, 노동자들은 다 군인, 병사란 말인가.
군인, 병사처럼 노동자들을 부려먹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가 만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었다.
군사주의야말로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없애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노동자를 군대라고 표현한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인터내셔널가의 영어 가사를 보게 되었다.
영어 버전도 다른 수 많은 언어 버전처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라는 부분은 분명히 'arise, army of workers' 라는 구절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누가 이렇게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army는 -무리, -떼 등의 의미도 동시에 같는다.
army를 군대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을 경우 이런 번역의 실수를 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아예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arise, army of workers 는 '깨어라, 노동자의 무리' 또는 보다 쉽게 '깨어라, 노동자의 계급' 이렇게 번역을 했어야 했다.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 되었다면 노동자의 군대 운운하는 부분에 마음 걸려하지 않고, 그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터내셔널가는 한 언어권에서도 다양한 버전들이 있고, 또 고색창연한 표현 같은 것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기도 하는데, 한국어 가사는 어찌된 일인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가사가 바뀌지 않고 있다.
세대가 지나가면서 이 노래가 계속 불리고 살아남아 새로운 힘을 얻으려면, 고전이 새로운 언어로 계속 번역되듯이, 이 노래의 가사 역시 업그레이드되거나 또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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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8 00:22 2008/09/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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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8 12:39 Modify/Delete Reply

    근데... 관점이나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밖에 없지 않았겠어?
    인터내셔널을 추구했거나 동조했던 다양한 분파들 속에서 赤軍도 있었고, 紅軍, 마오이스트들, 게바라식의 투쟁들도 있고 말이지.
    Army 또한 다른 뜻이 있겠다지만, 영어권에서도 군대로 인식한 경우가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말야. 노동자의 군대가 아니더라도 시민군, 농민군, 의병... 다 "軍"이나 "兵"였잖아. 어쨌든...
    나로썬 인터내셔널가를 다시 부르고 굳이 새롭게 알려내고 싶지도 않지만, 꼭 불러야한다면 시대에 맞게 혹은 스스로의 관점에 따라 가사를 재해석할 수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 근데 "비폭력직접행동"의 시각에서라면 바꿔야 할 가사가 꽤나 많을듯해... 또 "혁명에 대한 인식과 방법"은 각기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니까... 어려운 문제같아.
    오히려 난 2008년 한국에 사는 아나키스트로써 "인터내셔널"의 가치가 더 궁금한데...

  2. 1231 2011/02/28 19:51 Modify/Delete Reply

    인터내셔널은 이미 죽었어.
    그나마 제 3 인터내셔널로 남아있던 소련이 붕괴한 이후로는 냉전시대의 망령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혁명이니 운동 운운하는건 지금은 남들의 조소를 살 뿐이야.
    당신네들이 어떤 가사에 어떤 다른 의미를 부여하던간에 본래 이 노래는 사회주의 찬양가야.
    인터내셔널은 끝났고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불릴 필요도, 가치도 없다고 봐.

  3. 1231 2011/02/28 19:53 Modify/Delete Reply

    "이 노래가 계속 불리고 살아남아 새로운 힘을 얻으려면"
    이 부분, 사상이 좀 의심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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