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발전기 사용기] 진정한 멀티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8/11/29 20:54

자전거 발전기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처음 피자매연대 사무실에서 사용할 때는 이것이 얼마나 효율이 좋은지 몰랐다.

사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다보니, 아무래도 자전거 발전기를 돌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11월 19일 수요일에 부푼 기대를 안고 마포촛불문화제에 자전거 발전기를 들고 갔다.

이것으로 얼마나 전기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 솔직히 잘 몰랐다.

게다가 난 전기/전자 분야에 있어서 아무런 지식도 없었기에 처음 이 시스템을 빌려준 친구가 발전량 계산법을 간단하게 알려주었지만 그 말이 무슨 외계어처럼 들렸던 것이다.

아주 간단한 조작법만 배운채 그대로 가져간 자전거 발전기를 콘트롤러와 배터리 및 인버터 세트에 연결하는 순간 불이 번쩍하면서 연기가 났다.

전기제품이 타는 냄새도 났다.

분명히 뭔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세상에, + 와 - 를 반대로 연결한 것이었다.

플러스 마이너스가 반대로 연결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처음 가져간 자전거 발전기로 마포촛불문화제를 돌려보겠다는 부푼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콘트롤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걸 어쩐다...

수요일 밤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지율 스님이 처음 천성산 살리기 운동을 할 때 컴퓨터도, 인터넷도, 사진 찍는 것도, 동영상 편집도 몰랐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하나하나 배웠다고 했고, 지금은 또 그런 방식으로 법률 소송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전기/전자 부품에 대한 연구를 했고, 막상 절박하게 닥치니까 기본을 습득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운좋게 콘트롤러를 만든 회사를 찾아내 연락을 하고, 직접 찾아가길 몇 번을 반복한 끝에 겨우겨우 거의 망가져버린 콘트롤러를 고칠 수 있었다.

A/S를 담당하던 사람이 내게 해준 사용법과 주의사항은 여전히 전문용어들로 가득해 외계어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그런 초보적인 실수만은 저지르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이제 다시 회복한 자전거 발전기를 들고 녹초가 되어 마포촛불문화제에 도착했다.

연결을 하고 페달을 돌려 발전을 시작했다.

이것이 뒷바퀴는 자석과 코일로 만들어져있어서 아주 효율이 좋다.

풍력 발전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냥 일반 자전거 바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출력이 좋아서, 슬슬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것만으로 커다란 앰프 하나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이 되었다.

 

여기에 좀더 욕심이 생겨서 전기주전자도 연결해보고, 노트북 컴퓨터와 프로젝터도 연결해보았다.

촛불문화제나 캠페인 등 한 번 행사를 할 때 필요한 모든 전기를 자전거 발전기 한 대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기주전자나 전열기 등은 의외로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00W짜리 앰프에 4-5채널을 입력하고 사용해도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 발전기에 전기주전자를 꽂자마자 바로 출력이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만다.

결국 앰프만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 쪽에서는 열심히 지속가능하고, 오염이 없으며, 지역자립적이고, 순환적인 전기를 생산하는 동안 촛불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난 예전부터 내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해서, 그 전기로 앰프를 돌려 노래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물론 전기없이 가까이에 모인 사람들과 노래하는 것이 제일 좋았지만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찜찜했던 것이다.

석유와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기는 철저히 중앙집중적이라 사용자는 국가에 종속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평화적이지도 않으며, 반생태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대안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자전거 발전기가 있다!

이제 그 꿈을 이뤄볼 차례였다.

나는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돌리면서 일단 '진보해외뉴스'를 소개하고, 짧게 발언을 한 다음, 반주를 틀고 노래를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평화의 노래를 먼저 부르려고 했는데, 도저히 호흡이 가빠서 부를 수가 없었다.

밥도 먹을 시간 없이 돌아다니면서 짐나르고 했더니 힘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대신 우리는 '진정한 멀티'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쏭이 그 자리에 올라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를 앰프에 연결해 자신의 기타소리를 목소리를 증폭시키면서 노래를 부르기!

과연, 이것은 촛불서커스와도 같았고, 달인의 경지와도 같아서 촛불기네스북에라도 올려야될 것 같았다.

11월 26일은 그렇게 신나게 마포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자전거 발전기의 성능에 놀라고 또 놀라면서 말이다.

 

 



 

* 이것이 바로 '진정한 멀티'가 아닐까?

 

 

* 이날 쏭은 무한체력을 과시하며 이 놀라운 서커스를 하며 3곡의 노래를 불렀다.

 

 

 

* 쏭이 자전거 발전기로 발전을 하면서 기타를 치고 동시에 노래를 하는 모습을 615TV가 생중계하고 있다.

생명과 평화의 꿈은 이렇게 열어가는 것이 아닐까...

 

보너스로 11월 26일 마포촛불문화제 사진들을 몇 장 첨부한다.

 

 

 

* 위 사진들은 모두 마포촛불연대 다음카페 http://cafe.daum.net/mapocandle 에 올려져 있는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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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9 20:54 2008/11/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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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련한소 2008/11/29 21:22 Modify/Delete Reply

    와우~ 대단하십니다.

  2. 수진 2008/11/30 07:04 Modify/Delete Reply

    우와~~ 역쉬.. 돕이야.^^

  3. 돌~ 2008/12/01 09:24 Modify/Delete Reply

    수요일만 되면 마포에 오라고 문자가 계속 오는데, 자전거 구경하러
    언제 한번 가 보고 싶군~

  4. 무나 2008/12/08 13:02 Modify/Delete Reply

    돕 널 존경해

  5. 대단 2009/04/10 10:32 Modify/Delete Reply

    대단하세요. 만드는 방법좀 전수해주세요..

  6. 2009/04/10 11:49 Modify/Delete Reply

    이 자전거 발전기는 저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민들레공동체(http://www.dandelion.or.kr/)에서 제작한 것이에요. 여기 홈페이지에 가면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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