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리본

나의 화분 2009/02/19 19:00

은국의 병역거부 기자회견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탄 사람 중 어떤 아저씨가 가슴에 '근조'라고 한자로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재영이 달고 다니는 바로 그 리본 말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그리고 주말마다 열리는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똑같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난 매우 자연스럽게 그 아저씨도 용산 철거민 열사의 유가족이거나 또는 촛불시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가웠다.

 

용산을 잊지 않고 열사들을 추모하는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약간 나이가 든 아저씨였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신다.

 

어색한 분위기를 치유하고자 아저씨 앞으로 다가가서 나직히 말을 걸어 보았다.

"용산 철거민 추모 리본 달고 계시네요... 저도 촛불문화제에서..."

 

그 아저씨 왈,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잘 기억 안남)"

 

아,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이명박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한 세 시간 동안은 추모 리본을 달아줄 용의가 난 있다.

지금 당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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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19:00 2009/0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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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ㅡㅡ 2009/02/20 06:18 Modify/Delete Reply

    굿..

  2. 요꼬 2009/02/27 12:03 Modify/Delete Reply

    이건그냥 개인적인생각인데요 그 추기경님이 정말 대단하신분인건알겠는데(사실 좀모름) 그분은 종교적?활동으로 그렇게 지내는게 어찌보면 당연한거고 죽을때 통장에 천만원덜 있었다는말엔 일반인들은 백원이 없어 굶기도 하고 그런 반발감?이 생기더라구요 너무 언론에 비춰지는것도 맘에 안들고 등등....사실 용산에서 돌아가신분들 그동안 이런저런이유로(대부분 노동탄압) 자살하신분들이 어찌보면 더 그렇게 나와야하는거아닌가 싶기도 하고 야속하고 등 ㅠ.ㅠ 제 맘 이해하시겠어요?!

  3. 2009/02/28 01:38 Modify/Delete Reply

    예... 야속한 기분 저도 잘 알죠. 사람의 죽음은 같은 죽음인데, 절대로 같은 값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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