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신부님

꼬뮨 현장에서 2009/10/22 16:58

단식 11일째인 오늘 오전에 문규현 신부님이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라고 합니다.

문규현 신부님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매일 만나서 제게 용기를 주던 분입니다.

 

어제는 망루 농성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의 구형이 있던 날이죠.

그 소식이 전해지고난 뒤 용산현장에는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어요.

저 역시 검찰의 구형 소식에 너무나 억울하고 침통해 있었어요.

우리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억울한 철거민들의 한을 풀고자 노력해온 것이 벌써 10개월이 지났잖아요.

우리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도록 힘과 노력과 모든 정성을 기울여왔습니다. 

기도를 드렸고, 농성을 했고, 1인시위도 하고,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검찰의 구형 소식을 듣고, 그런 우리의 노력이 깡그리 무시된 것 같아서 참 많이 서러웠던 거에요.

미사가 끝나고 밤이 늦었는데, 저의 그런 서럽고 침울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남일당 앞에 멍하게 서있었어요.

 

마침 제 옆에 문규현 신부님이 지나가면서, 저보고 말씀하시더군요.

밝게 웃고 계셨어요.

'세상이 원래 이런 것 아니겠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하면서 저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셨어요.

제 손을 잡아주셨잖아요.

그 말을 듣고, 신부님의 온기를 느끼면서, 저도 이렇게 우울하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자고 결심을 한 것이에요.

 

문규현 신부님은 부안에서도, 평택에서도 계속 뵙던 분이라서 이곳 용산에서 다시 만날 때마다 더욱 반가웠던 분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문규현 신부님은 부안과 평택, 용산에서 그리고 세상 모든 곳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생명붙이들과 항상 함께 하시던 분이에요.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시던 분.

 

신부님, 어서 일어나세요.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신부님으로부터 아직 더많은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아직 더많은 용기를 배우고 싶어요.

남일당 옆 기도천막에서 온화하게 웃고 계신 신부님을 저는 꼭 다시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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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2 16:58 2009/10/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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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9/10/23 13:12 Modify/Delete Reply

    저도 신부님께서 어서 일어나시길 같이 기원합니다.

  2. 리건 2009/10/25 09:17 Modify/Delete Reply

    나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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