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돕헤드 10대 사건

나의 화분 2005/12/26 00:28
한겨울에도 자전거를 타면 땀이 흐른다.
그런데도 손가락과 발가락은 여전히 시렵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탈 때는 정신이 바짝 든다.
그 어느 때보다 자전거를 탈 때 명징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차가운 마음으로 2005년을 돌아보기로 했다.
2005년 돕헤드에게 일어난 10가지 사건을 뽑아보았다.
 
1. 1월 중순부터 시작해 2월초까지 매일 전국에서 열렸던 천성산 살리기 촛불문화제.
 
사람들은 여전히 지율스님의 단식이 며칠 째에 이르렀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지율스님은 자신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라고 누누히 말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누구보다 추위에 떨고 있던 천성산의 생명들이 있었다.
보드랍고 따스한 산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던 숨붙이들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살리는데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추위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피어나기 시작한 초록의 공명을 막지 못했다.
 
 
2.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새만금 바닷길 걷기에 동참하다.
 
죽어가고 있던 것은 천성산뿐만이 아니었다.
2003년 6월 방조제 4공구가 막히면서 새만금 갯벌에도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어쩌면 다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새만금 갯벌을 내 두 눈으로 똑똑이 보고 싶었다.
일주일 간 군산 내초도에서부터 부안 해창갯벌까지 바닷길을 걸었다.
갯벌을 밟으며 발로 걷고, 도요새 무리의 비행을 보며 눈과 귀로 걷고, 숨결을 느끼며 마음으로 걸어간 바닷길이었다.
 
 
3. 4월부터 자전거와 두 발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다.
 
걷다가 지치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었다.
자전거를 타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환경과 생태와 생명과 대안에 대한 나의 깊은 갈망은 그 제약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내 삶의 뿌리부터 바꾸려면 기계이동에 대한 의존을 버려야 했다.
두 발로 움직이는 자전거에 대한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서울의 모든 곳을 자전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전거가 버스나 지하철보다 늦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4. 5월부터 피자매연대에 사무실이 생기다.
 
피자매연대는 생태적인 삶, 평화로운 삶, 여성들의 자립적인 삶을 꿈꾸며 조그만 활동을 벌여왔다.
피자매연대를 통해 나는 비로소 내가 진정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게 되었고,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5. 6월말부터 열린 WRI 국제세미나에 참가하다.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의 국제세미나가 드디어 한국에서 열렸다.
1년전부터 아랫집 친구들과 열심히, 정말 열심히 준비한 행사였다.
전 세계에서 온 평화활동가들과 일주일간 숙식을 같이 하면서 비폭력직접행동으로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군대와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중들의 비폭력에 의한 사회적 방어로 평택을 지키자.
그리고 전쟁을 없애나가자.
 
 
6. 8월에 열린 2005 평화캠프에 참가하다.
 
올해에도 평화캠프가 열렸다.
멋진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우리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평화행동들을 평택이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풀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7. 9월초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다.
 
자전거를 타고 이제 서울과 그 근교만이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제주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이것은 내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주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여행이다.
 
 
8. 언니들이 넘는 산을 만들다.
 
무척 오랜만에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이마트 언니들의 투쟁을 그린 보라돌이의 시를 읽고는 그날 밤을 새며 바로 그 곡을 만들게 되었다.
노래를 만들고,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그 노래가 조그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나는 노래를 통해 절박한 투쟁에 당당하게 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9. 10월 말 안티삼성 문화제 '삼성, 됐거덩'에 참여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대기업을 싫어했다.
대기업에 대해 내가 해오던 유아적이고, 개인적인 저항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8월 경에 상용이 '안티삼성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고 내게 말을 했을 때, 나는 '바로 이것이 내가 원하는 행동이다'라고 느꼈다.
대기업의 폐해는 나 혼자 보이콧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집단적인 문화행동을 통해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본질과 그것이 오염시킨 이 더러운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모습을 알릴 수 있었다.
물론 검사집단들까지 바꿔내진 못했지만 이 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나 스스로 삶의 구석구석에 녹아있던 대기업의 망령들을 걷어낼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수원을 비롯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통해 서울에 매몰되어 있던 내 활동을 반성하게 되고, 서울을 탈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다. 
 
 
10. 국가는 폭력을 휘둘러 농민과 민중들을 죽이고, 나는 온몸으로 저항하다.
 
돌아보니 1년 내내 이렇게 살아온 듯 하다.
가진자들이 살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이 자본주의 국가엔 언제나 폭력과 파괴가 넘쳐났으니까.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이에 저항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길을 걸으며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함께 걷는 친구들과 나누며 새로운 세상을 짜나갈 것이다.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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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6 00:28 2005/12/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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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 2005/12/27 18:46 Modify/Delete Reply

    6가지 정도 동참했군... 수고했어 돕~ 그리고 고마워 돕~
    아...돕이랑 고마워 놀이 못한거 너무 오래되었어...ㅠ,.ㅜ

  2. 2005/12/28 00:02 Modify/Delete Reply

    고마워, 아침. 당신도 올 한해 참 많이 힘들었지? 건강도 안좋아지고, 힘든 일도 많았던 해였어. 6가지나 함께 했다니 대단해! 내년엔 더 많은 일을 같이 해보자.

  3. 아침 2005/12/28 12:22 Modify/Delete Reply

    돕, 건강이 올해 안좋아진게 아니라 안좋았던걸 올해에 고친거야...좋아 내년엔 꼭 노래 같이 만들어보자 ^^

  4. 아꽁 2006/01/09 12:34 Modify/Delete Reply

    환경단체 풀꽃세상에서 일어난 활동가에 대한 부당해고 사건을 11대 사건으로 넣어주세요.

    ------------------------------------------------------------
    박병상 대표님이 저를 부당하게 해고하신 것에 항의합니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부당한 해고에 항의합니다.

    저는 2005년 9월 20일 수습으로 입사해, 2005년 12월 20일로 (정규)활동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12월 28일 사무국장님에게 해고 통지를 받았는데, 사유는 '자신과 맞지 않아 같이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님은 해고는 국장이 판단할 문제이고 본인은 사무국 내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셨습니다.
    그리고 "해고"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나가달라는) 부탁이라고 하셨습니다.

    2005년 12월 20일 당초 새만금 파견 나가기로 했던 활동가 한명이 퇴사했습니다.
    이에 사무국장님과 대표님은 12월 14일 그 활동가 대신 저를 새만금국민연대에 파견 보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리고 12월 16일 고철씨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수진씨가 사무국장님의 새만금 파견 제의를 듣고 주변정리를 했는데 갑자기 사무국 내에서 다른 사람을 보낸다니 황당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국장님 외 다른 일꾼들은 수진씨 파견 제의 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메일을 읽고 개인적으로 미안했고 사정을 들어본 후 양보할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무국장님은 수진씨가 현재 전일제로 파견나갈 수 있는 여건이 못되서 거절할 생각이었고 단순 제의를 해본 것 뿐이라고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12월 21일 새만금 재판에 가는 것으로 새만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2월 22일 조계사 내 꾸려진 새만금국민연대 회의에 참석했고 새만금 SOS 행사 준비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12월 23일 다른 활동가 한명도 인수인계를 마친 뒤 퇴사했습니다.
    12월 26일 사무국장님은 현재 사무국에 사람이 없으니 당분간 반상근 파견만 나가고 1월 중에 전일상근으로 파견을 보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12월 27일 종일 조계사로 파견나가 새만금 SOS 행사준비를 했습니다. 새만금국민연대 사람들과 풀꽃세상 회원들과 연대해 추운 날씨에도 행사를 잘 치렀고 새만금 운동에 대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12월 28일 풀꽃방으로 출근하니 사무국장님은 대표님도 동의했다면서 이번주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12월 29일 대표님과 사무국장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국장님과 의견이 안맞아 다툴 때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일을 안했느냐고 혹은 일을 못했느냐고 여쭤봤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제가 풀꽃세상 정서에 맞춰 일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단체들은 프로젝트 한다고 폼만 잡는다고, 풀꽃세상은 다른 환경단체랑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왜 새만금국민연대 파견 요청을 받아들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시는 말씀마다 다른 단체를 무시하시면서 어떻게 다른 단체와 연대할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제가 풀꽃세상 특유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국장이 판단했고 수습이 끝났으니 내보내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해고가 아니라 그냥 안맞아서 나가는 걸로 하자고 하셨습니다. 연구소 얘기를 꺼내시며 그분들이 자신에게 대표를 맡길 때는 이런 풀꽃세상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을텐데 그분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엔 늘 풀꽃방에 사람들이 열명씩 있었고 오면 우르르 가서 인사하고.. 또 갈 때 우르르 가서 인사했는데.. 그게 여기만의 자랑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무국이 예전처럼 화기애애하지 않은 건 제가 회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탓도 있다고 저를 뽑은 건 실수인 것 같다고 대표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회원들과 사이가 안좋았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도 못했고, 사무국장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셨습니다. 연구소와 인연을 끊어야한다고 한 건 국장님이라고 했더니 중간에 말을 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국장님의 나이와 연륜을 수차례 강조하셨습니다. 풀꽃세상 장터의 일부 물품이 유기농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밝혀야 하지 않겠냐고 한 예전 제 문제제기를 꺼내시며, 여기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제 문제제기가 타당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장터에 입주한 분에게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께 누를 끼치는 일이 될까 두렵습니다. 환경시민단체를 표방한 곳에서 물품을 올려놓았으면 그 물품에 대한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NGO의 회원과 시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실제로 가입사유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하려고 가입하신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이런 문제제기 자체가 타당하지 않고 제가 어려서 잘못 판단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황우석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단호하게 모든 걸 밝혀야한다고 비판했던 분입니다. 그런데 내부적인 문제는 그냥 덮고 넘어가자고 하십니다. 제게는 앞뒤가 안맞는 말씀으로만 들렸습니다.

    수습이 지났으니까 짜른다고요? 그러니 문제가 안된다고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전 이미 수습이 끝난 상태고 그 전에 통보받지도 못했습니다.)
    여기서 3개월동안 수습활동비 받으며 일주일에 두번꼴로 야근하고 한달에 두세번 주말행사를 치렀습니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서도 홈페이지 관리하기에 바빴습니다. 사비로 회계와 프로그래밍 책을 사보며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안맞는 것 같으니 나가라고 합니다. 그럴거면 애초에 3개월 계약직을 뽑지 그러셨습니까? 그리고 '안맞으면' 계약연장 안하면 그만 아닙니까? 물론 이는 여타 시민단체들이 비판해온 자본가의 행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뵐 때마다 풀꽃세상에서 십년 이십년 일해달라고, 믿는다고 말씀하셨던 박병상 대표님이셨습니다. 새만금 파견 나가면 구속되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고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신지 고작 열흘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습 기간 보고 안맞는 거 같아서 나가라고 하니 문제가 안된다, 해고라는 단어는 껄끄러우니 그냥 서로 안맞아서 나가는 걸로 하자고 하십니다. 제가 어디 가서 해고당했다고 말하고 다닐까봐 걱정되신답니다. 정 계속 일하고 싶으면 앞으로 국장님 말씀 잘 듣고, 풀꽃세상 정서에 맞게 일하겠다고(구체적으로 제가 뭘 못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약속하면 대표 이름으로 국장님께 계속 근무하게 해달라고 건의는 해보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판단은 국장이 할 문제라고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다음에 다른 데서라도 만나면 좋게 지내자고 하십니다.

    이제 운동에 애정을 품기 시작한 제가 환경운동판에서 적지 않은 권력을 지닌 박병상 대표님께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각오가 필요했는지 누구보다 박병상 대표님은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단체에서 처음 면접을 보면서 느꼈던 설레임과 각오를 박병상 대표님과 김교진 사무국장님은 결코 알지 못하실 겁니다. 그리고 처음 느꼈던 기대와 각오만큼 지금 느끼는 실망과 슬픔이 얼마나 큰지도요... 무엇보다 제가 조용히 접고 나가줬으면 하시던, 그럼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박병상 대표님의 태도에 깊이 상처받았습니다.

    이제 피차 건너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 같고, 서로 간에 남아있을 신뢰도 더는 없는 듯 합니다. 여타 사정을 떠나 환경단체 활동가로 와서 제대로 일을 못하고 떠나게 된 점 통탄스럽고 회원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2005년 12월 29일 어리연꽃 차연 드림

  5. 2006/01/09 14:11 Modify/Delete Reply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꽁님, 하지만 이 글은 2005년 저에게 일어났던 사건들 10개를 간추린 것임을 양해해주세요.

  6. 아꽁 2006/01/09 14:32 Modify/Delete Reply

    10대 사건에 넣어달라는 부탁은 아니였습니다..^^
    그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는 이문제를 제기하면서 단체를 탈퇴한 상황입니다만

    내부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대표와 사무국장의 책임을 묻는 분들이 힘들게 싸우고 계셔서 단체에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들이 그 분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하고 올려봤습니다.
    풀꽃세상의 열린울타리 게시판에 오시면 자세한 상황을 알수있습니다.

    추운데 고생하시고요.

  7. 2006/01/09 16:48 Modify/Delete Reply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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